[한경 CFO Insight]딜 리뷰-BTS랑 저스틴 비버 '한솥밥' 먹는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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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간의 딜 소식 전해드립니다.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HYBE, 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뭘 1조 주고 샀다는데 정확히 뭘 산 건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스틴 비버가 나오고 아리아나 그란데가 나오는데 비버나 그란데가 '소속사'가 있나요? 한국식의 소속사 개념은 이들에게 없습니다. 그럼 뭘 산 거죠?
1. BTS랑 저스틴 비버 '한솥밥' 맞나요?
하이브가 산 것은 '이타카 홀딩스'라는 회사 지분 100%입니다. 이타카 홀딩스는 저스틴 비버 등 대형 팝 스타를 키워내 미국 음악산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스쿠터 브라운(SB)이 세운 회사입니다(몇 살인지 궁금한 게 한국 사람 마음..1981년생 40세입니다). 처음에는 벤처캐피털 같은 성격이었던 모양입니다. 우버와 스포티파이, 에디토리얼리스트 등에 투자했다고 하네요. 2007년 브라운이 만든 매니지먼트 회사 SB프로젝트도 현재 이타카 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빅머신' 이라는 레이블을 샀는데, 빅머신에서 음반을 냈던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 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브라운과 다투기도 했지요.
이타카홀딩스의 지분은 현재 브라운과 칼라일그룹 등이 나눠 갖고 있습니다. 칼라일은 2017년 이타카에 투자했고, 2019년 이 회사의 빅머신 인수에 자금을 댔다고 합니다. 하이브는 미국 자회사인 빅히트아메리카를 통해서 이타카홀딩스 지분 100%를 1조1860억원에 사는데, 1조700억원은 하이브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차입금으로 빅히트아메리카에 출자하고 나머지는 미국 현지 금융기관에서 조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하이브는 돈이 1조원이나 놀고 있다가 미국 자회사에 1조원을 쏘는 것인가? 그건 아니고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4400억원을 증자하고 제3자 배정으로 1800억원을 증자합니다. 이 제3자 배정 증자에 스쿠터 브라운 등 이타카의 기존 경영진과 저스틴 비버 등 소속 아티스트 39명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스쿠터 브라운은 이 과정을 통해 하이브의 이사진에 참여하게 되고, 비버와 그란데도 하이브 주주가 되어 동학개미와 운명을 같이하는(?) 구조입니다. 차준호 기자가 이런 디테일까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그런데 음악산업에 종사하는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이것을 '비버와 그란데 소속사를 인수했다'고 표현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고 하네요. 우리처럼 BTS=하이브 소속 이런 전속계약 관계가 있는 게 아니고, 음반 레코딩 계약과 매니지먼트 계약이 있는데 아티스트가 SB프로젝트를 '고용'하는, 쓰는 관계라는 것이죠. 그래도 고 대표는 " 소속사 같은 빡센 정도는 아니더라도 매니지먼트가 아티스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생각해보면 비버와 그란데 같이 SB프로젝트가 매니지하는 탑 아티스트들과 하이브의 상호작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네요. 좋은 일입니다. 한국 참 많이 컸다 요새 그런 생각 자주 합니다. 🙂 언론에서 사용되는 여러 용어에 혼란이 있으니, 아예 가공되지 않은 보도자료 전문을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 클릭하셔요.
2. 롯데가 중고나라를 인수
롯데그룹이 국내 1위 온라인 중고거래 회사인 중고나라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중고거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지요.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김채연, 이지훈 기자의 단독기사 입니다.
실제 중고나라를 인수하는 주체는 롯데쇼핑 외에 유진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오퍼스PE가 함께 있습니다. 이들은 공동으로 1150억원에 95%를 사기로 했습니다. 여러 공동 인수자 중 전략적 투자자(SI)는 300억원을 투자한 롯데쇼핑밖에 없고, 나머지 FI들의 지분을 인수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요컨대 롯데쇼핑의 인수를 다른 FI들이 '거들어 준' 형국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나오고 나서 포털사이트 댓글창에는 비판적인 글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사기꾼이 득실거린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롯데가 이걸 왜 사느냐고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았죠. 한 IB 분은 저에게 "아무리 그래도 중고나라는 네이버 까페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지요. 많은 이들이 "당근마켓도 아니고 중고나라를 왜..."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말이 안되는 거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고나라의 회원 수는 2300만명입니다. 2003년에 시작되어서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인 것은 사실입니다. 네이버 까페를 탈피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롯데가 적당한 플랫폼을 열어서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의 이미지를 바꿔 새로이 해볼 여지가 있겠지요. 무엇보다도 롯데그룹으로서는 불과 300억원 낮은 가격에 '침'을 발라놓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을 듯 합니다. 당근마켓의 성장세는 부럽지만 일단 당근은 살 수 없고요. 또 밸류에이션도 롯데그룹이 선뜻 손이 나갈 정도로 낮지 않지요.
롯데그룹은 이것을 인수해야 한다는 의무가 아니라 단지 FI 지분을 인수해서 완전히 내것으로 할 수 있다는 '옵션'을 가지고 있으므로, 300억원 투자가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그러나 300억원 투자가 가치있는 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중고나라는 현재에 머물거나 조금 달라지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1년 후에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중고나라의 대변신'이라는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만들지가 관건입니다.
3.신세계는 W컨셉 인수..이베이 숏리스트 4곳 선정
신세계는 여성 쇼핑몰 W컨셉을 인수했습니다. 무신사와 같은 동종업계 경쟁자를 꺾고 질렀습니다. IMM PE가 가지고 있던 W컨셉은 지난 1일 신세계 온라인 쇼핑 부문 SSG닷컴에 보유지분 80%가 팔렸습니다. 거래 금액은 2000억원대 중후반으로 알려졌습니다. IMM PE는 이 회사를 2017년 800억원에 샀습니다. IT와 물류를 강화하고 남성브랜드 등으로 영역을 넓힌 결과가 밸류에이션에 상당히 반영됐을 테지만, 전체적으로 플랫폼 땅따먹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영향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입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이마트(신세계그룹), SK텔레콤, 롯데쇼핑(롯데그룹), MBK파트너스 네 곳을 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 통보했습니다. 롯데그룹은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ON)' 신임 대표에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내정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년 전 홈플러스를 인수했던 MBK파트너스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어서 '온라인 경쟁력'을 갖춰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얼마 전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든 딜은 테크 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홈플러스 역시 온라인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다고 소개했고요. 하지만 홈플러스가 그 정도로 지금 온라인 경쟁자들과 대적하기에는 다소 모자라다는 것을 사실 모두 알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측면이 큽니다. 불과 수년 전 홈플러스를 샀을 때와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또 쿠팡 상장의 여진이 대단히 크다는 것도요. 쿠팡은 100조도 찍을 수 있는데, 이베이코리아는 5조도 비싸게 여겨지는 이 격차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한 회계법인 분은 쿠팡을 보고 "아...저것은 밸류에이션(을 통해 가격을 정당화하는 것)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가격이란 무엇인가. 플랫폼의 힘이 그렇게 강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앞에서 기존의 유통강자가 생각보다 빠르게 위축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4.매그나칩반도체, 중국 PEF에 매각
매그나칩반도체(옛 하이닉스반도체)의 파운드리 외 나머지 사업부가 중국에 넘어갔습니다.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회사 매그나칩반도체는 중국계 PEF인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인수합니다. 매그나칩반도체의 사업 분야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비중이 컸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제조) 사업은 앞서 국내 PEF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와 크레디언파트너스 컨소시엄에 팔렸습니다. 알케미스트의 뒤에는 SK하이닉스가 서 있지요. SK하이닉스가 필요한 것은 골라서 가져갔다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
이번에 팔린 것은 그 나머지 분야입니다만, 이것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닙니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사업부는 TV와 스마트폰의 핵심 반도체를 생산합니다. 2011년 상장된 이 회사를 와이즈로드 측은 공개매수 방식으로 상장 폐지하여 완전 소유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최고 반도체 전문기자로 꼽히는 황정수 기자가 하이디스와 비교하며 씁쓸한 마음을 표했습니다.
5.한화, 미국 플라잉카 '오버에어' 인수 추진
한화그룹은 UAM 투자에 힘쓰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플라잉카 업체 인수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오버에어는 에어택시 기체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회사입니다. 작년 1월에 한화시스템은 이 회사 지분 30%를 샀고, 100%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의 인공위성 전문업체와 캐나다의 드론, 안테나 업체 등에 대한 지분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강경민 기자의 단독기사입니다. 김동관 사장이 자기 포석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할 때인 만큼, 간만 보다 끝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포지션 잡고 밀어붙이겠지요.
6.카카오,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인수 추진
카카오가 4000억원을 들여서 글로벌 웹 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인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인수하려는 구상입니다. 이승윤 대표가 2016년 세운 래디쉬는 한국 사람이 만들었지만 철저히 글로벌 회사입니다. 미국의 웹소설 플랫폼 중에서 5위 정도입니다. 앞서 네이버가 '왓패드'를 인수하자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일부 지분을 태웠놓았던 래디쉬의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IT부의 핵심인재 구민기 기자가 김채연 기자와 함께 쓴 기사입니다. 카카오 vs 네이버의 구도가 '글로벌 웹소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좋은 제안만 있다면, 뭔들 안 사겠습니까?
7.그 외의 여러 딜들
-호반그룹이 IMM PE가 가지고 있던 대한전선을 인수했습니다. 초고압 케이블 부문 성장성을 보고 영역 확대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글로벌세아하고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IMM PE가 보유한 지분 40%를 판 값은 2518억원입니다. 전체 밸류에이션을 약 6300억원으로 본 것입니다. 하나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14.03%의 동반매도권 행사 여부가 관심거리인데, 아마 행사되지 않을까 합니다.
-SK(주)가 바이오사업에 계속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새크라멘토의 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통해 프랑스의 유전자와 세포치료제 등 위탁생산업체(CMO) 이포스케시(Yposkesi) 지분 70%를 샀습니다. 금액은 오픈하지 않았답니다. SK팜테코가 지난 4년간 CMO 회사를 산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이음PE가 식용 얼음제조회사 '아이스올리'를 인수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아이스커피와 함께 "얼음컵 주세요" 할 때 들어있는 그 얼음입니다.
-위더스파트너스가 젤리캣 등 영유아용 프리미엄 상품을 여럿 거느린 '쁘띠엘린'을 샀습니다.
-이상파트너스는 K팝 쇼핑몰 위드드라마 등을 일괄로 5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딜은 아니지만 한진칼의 3자연합이 결국 해체되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수순이었을 것입니다. 해체되기 전에 쓰여진 기사입니다만 향후 어떨 것 같은지 전망한 내용은 여기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인 하이브(HYBE, 옛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뭘 1조 주고 샀다는데 정확히 뭘 산 건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저스틴 비버가 나오고 아리아나 그란데가 나오는데 비버나 그란데가 '소속사'가 있나요? 한국식의 소속사 개념은 이들에게 없습니다. 그럼 뭘 산 거죠?
1. BTS랑 저스틴 비버 '한솥밥' 맞나요?
하이브가 산 것은 '이타카 홀딩스'라는 회사 지분 100%입니다. 이타카 홀딩스는 저스틴 비버 등 대형 팝 스타를 키워내 미국 음악산업계를 쥐락펴락하는 스쿠터 브라운(SB)이 세운 회사입니다(몇 살인지 궁금한 게 한국 사람 마음..1981년생 40세입니다). 처음에는 벤처캐피털 같은 성격이었던 모양입니다. 우버와 스포티파이, 에디토리얼리스트 등에 투자했다고 하네요. 2007년 브라운이 만든 매니지먼트 회사 SB프로젝트도 현재 이타카 홀딩스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빅머신' 이라는 레이블을 샀는데, 빅머신에서 음반을 냈던 유명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 딜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브라운과 다투기도 했지요.
이타카홀딩스의 지분은 현재 브라운과 칼라일그룹 등이 나눠 갖고 있습니다. 칼라일은 2017년 이타카에 투자했고, 2019년 이 회사의 빅머신 인수에 자금을 댔다고 합니다. 하이브는 미국 자회사인 빅히트아메리카를 통해서 이타카홀딩스 지분 100%를 1조1860억원에 사는데, 1조700억원은 하이브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차입금으로 빅히트아메리카에 출자하고 나머지는 미국 현지 금융기관에서 조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하이브는 돈이 1조원이나 놀고 있다가 미국 자회사에 1조원을 쏘는 것인가? 그건 아니고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4400억원을 증자하고 제3자 배정으로 1800억원을 증자합니다. 이 제3자 배정 증자에 스쿠터 브라운 등 이타카의 기존 경영진과 저스틴 비버 등 소속 아티스트 39명이 참여한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스쿠터 브라운은 이 과정을 통해 하이브의 이사진에 참여하게 되고, 비버와 그란데도 하이브 주주가 되어 동학개미와 운명을 같이하는(?) 구조입니다. 차준호 기자가 이런 디테일까지 자세히 취재했습니다.
그런데 음악산업에 종사하는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이것을 '비버와 그란데 소속사를 인수했다'고 표현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고 하네요. 우리처럼 BTS=하이브 소속 이런 전속계약 관계가 있는 게 아니고, 음반 레코딩 계약과 매니지먼트 계약이 있는데 아티스트가 SB프로젝트를 '고용'하는, 쓰는 관계라는 것이죠. 그래도 고 대표는 " 소속사 같은 빡센 정도는 아니더라도 매니지먼트가 아티스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생각해보면 비버와 그란데 같이 SB프로젝트가 매니지하는 탑 아티스트들과 하이브의 상호작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네요. 좋은 일입니다. 한국 참 많이 컸다 요새 그런 생각 자주 합니다. 🙂 언론에서 사용되는 여러 용어에 혼란이 있으니, 아예 가공되지 않은 보도자료 전문을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 클릭하셔요.
2. 롯데가 중고나라를 인수
롯데그룹이 국내 1위 온라인 중고거래 회사인 중고나라를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중고거래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지요. 시장 규모가 20조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김채연, 이지훈 기자의 단독기사 입니다.
실제 중고나라를 인수하는 주체는 롯데쇼핑 외에 유진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오퍼스PE가 함께 있습니다. 이들은 공동으로 1150억원에 95%를 사기로 했습니다. 여러 공동 인수자 중 전략적 투자자(SI)는 300억원을 투자한 롯데쇼핑밖에 없고, 나머지 FI들의 지분을 인수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요컨대 롯데쇼핑의 인수를 다른 FI들이 '거들어 준' 형국입니다.
그런데 이 기사가 나오고 나서 포털사이트 댓글창에는 비판적인 글이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사기꾼이 득실거린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롯데가 이걸 왜 사느냐고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았죠. 한 IB 분은 저에게 "아무리 그래도 중고나라는 네이버 까페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지요. 많은 이들이 "당근마켓도 아니고 중고나라를 왜..."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말이 안되는 거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고나라의 회원 수는 2300만명입니다. 2003년에 시작되어서 국내 최대 중고 거래 플랫폼인 것은 사실입니다. 네이버 까페를 탈피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롯데가 적당한 플랫폼을 열어서 활성화시킬 수 있다면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의 이미지를 바꿔 새로이 해볼 여지가 있겠지요. 무엇보다도 롯데그룹으로서는 불과 300억원 낮은 가격에 '침'을 발라놓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을 듯 합니다. 당근마켓의 성장세는 부럽지만 일단 당근은 살 수 없고요. 또 밸류에이션도 롯데그룹이 선뜻 손이 나갈 정도로 낮지 않지요.
롯데그룹은 이것을 인수해야 한다는 의무가 아니라 단지 FI 지분을 인수해서 완전히 내것으로 할 수 있다는 '옵션'을 가지고 있으므로, 300억원 투자가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닙니다. 그러나 300억원 투자가 가치있는 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중고나라는 현재에 머물거나 조금 달라지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1년 후에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중고나라의 대변신'이라는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만들지가 관건입니다.
3.신세계는 W컨셉 인수..이베이 숏리스트 4곳 선정
신세계는 여성 쇼핑몰 W컨셉을 인수했습니다. 무신사와 같은 동종업계 경쟁자를 꺾고 질렀습니다. IMM PE가 가지고 있던 W컨셉은 지난 1일 신세계 온라인 쇼핑 부문 SSG닷컴에 보유지분 80%가 팔렸습니다. 거래 금액은 2000억원대 중후반으로 알려졌습니다. IMM PE는 이 회사를 2017년 800억원에 샀습니다. IT와 물류를 강화하고 남성브랜드 등으로 영역을 넓힌 결과가 밸류에이션에 상당히 반영됐을 테지만, 전체적으로 플랫폼 땅따먹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영향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도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입니다. 이베이코리아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이마트(신세계그룹), SK텔레콤, 롯데쇼핑(롯데그룹), MBK파트너스 네 곳을 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 통보했습니다. 롯데그룹은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ON)' 신임 대표에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사업본부장을 내정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년 전 홈플러스를 인수했던 MBK파트너스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어서 '온라인 경쟁력'을 갖춰보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얼마 전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든 딜은 테크 딜"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홈플러스 역시 온라인 경쟁력을 대폭 강화했다고 소개했고요. 하지만 홈플러스가 그 정도로 지금 온라인 경쟁자들과 대적하기에는 다소 모자라다는 것을 사실 모두 알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 측면이 큽니다. 불과 수년 전 홈플러스를 샀을 때와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진 것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또 쿠팡 상장의 여진이 대단히 크다는 것도요. 쿠팡은 100조도 찍을 수 있는데, 이베이코리아는 5조도 비싸게 여겨지는 이 격차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한 회계법인 분은 쿠팡을 보고 "아...저것은 밸류에이션(을 통해 가격을 정당화하는 것)을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가격이란 무엇인가. 플랫폼의 힘이 그렇게 강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앞에서 기존의 유통강자가 생각보다 빠르게 위축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4.매그나칩반도체, 중국 PEF에 매각
매그나칩반도체(옛 하이닉스반도체)의 파운드리 외 나머지 사업부가 중국에 넘어갔습니다. 비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회사 매그나칩반도체는 중국계 PEF인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인수합니다. 매그나칩반도체의 사업 분야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비중이 컸던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제조) 사업은 앞서 국내 PEF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와 크레디언파트너스 컨소시엄에 팔렸습니다. 알케미스트의 뒤에는 SK하이닉스가 서 있지요. SK하이닉스가 필요한 것은 골라서 가져갔다고 해석하는 게 맞을 것입니다.
이번에 팔린 것은 그 나머지 분야입니다만, 이것도 결코 작은 것은 아닙니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사업부는 TV와 스마트폰의 핵심 반도체를 생산합니다. 2011년 상장된 이 회사를 와이즈로드 측은 공개매수 방식으로 상장 폐지하여 완전 소유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최고 반도체 전문기자로 꼽히는 황정수 기자가 하이디스와 비교하며 씁쓸한 마음을 표했습니다.
5.한화, 미국 플라잉카 '오버에어' 인수 추진
한화그룹은 UAM 투자에 힘쓰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플라잉카 업체 인수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오버에어는 에어택시 기체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회사입니다. 작년 1월에 한화시스템은 이 회사 지분 30%를 샀고, 100%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중입니다. 미국의 인공위성 전문업체와 캐나다의 드론, 안테나 업체 등에 대한 지분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강경민 기자의 단독기사입니다. 김동관 사장이 자기 포석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할 때인 만큼, 간만 보다 끝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포지션 잡고 밀어붙이겠지요.
6.카카오,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인수 추진
카카오가 4000억원을 들여서 글로벌 웹 소설 플랫폼인 래디쉬를 인수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인수하려는 구상입니다. 이승윤 대표가 2016년 세운 래디쉬는 한국 사람이 만들었지만 철저히 글로벌 회사입니다. 미국의 웹소설 플랫폼 중에서 5위 정도입니다. 앞서 네이버가 '왓패드'를 인수하자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일부 지분을 태웠놓았던 래디쉬의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IT부의 핵심인재 구민기 기자가 김채연 기자와 함께 쓴 기사입니다. 카카오 vs 네이버의 구도가 '글로벌 웹소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좋은 제안만 있다면, 뭔들 안 사겠습니까?
7.그 외의 여러 딜들
-호반그룹이 IMM PE가 가지고 있던 대한전선을 인수했습니다. 초고압 케이블 부문 성장성을 보고 영역 확대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글로벌세아하고 막판까지 경쟁을 벌였다고 합니다. IMM PE가 보유한 지분 40%를 판 값은 2518억원입니다. 전체 밸류에이션을 약 6300억원으로 본 것입니다. 하나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지분 14.03%의 동반매도권 행사 여부가 관심거리인데, 아마 행사되지 않을까 합니다.
-SK(주)가 바이오사업에 계속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새크라멘토의 CMO 통합법인 SK팜테코를 통해 프랑스의 유전자와 세포치료제 등 위탁생산업체(CMO) 이포스케시(Yposkesi) 지분 70%를 샀습니다. 금액은 오픈하지 않았답니다. SK팜테코가 지난 4년간 CMO 회사를 산 것은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이음PE가 식용 얼음제조회사 '아이스올리'를 인수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아이스커피와 함께 "얼음컵 주세요" 할 때 들어있는 그 얼음입니다.
-위더스파트너스가 젤리캣 등 영유아용 프리미엄 상품을 여럿 거느린 '쁘띠엘린'을 샀습니다.
-이상파트너스는 K팝 쇼핑몰 위드드라마 등을 일괄로 5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딜은 아니지만 한진칼의 3자연합이 결국 해체되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수순이었을 것입니다. 해체되기 전에 쓰여진 기사입니다만 향후 어떨 것 같은지 전망한 내용은 여기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