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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내용도 시점도 적절치 못한 韓·中 외교장관 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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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그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은 내용과 시점 면에서 적절했는지 따져볼 대목이 적지 않다. 양국의 회담 발표 내용부터 다른 데다, 우리에게 절실한 북한 핵문제와 한한령(限韓令·한류금지령) 해제는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이런 수준의 회담을 위해 한국 외교부 장관이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와 겹치는 민감한 시기에 대만 바로 앞 중국의 대미 경쟁 요충지까지 가야 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회담 시점과 장소를 이렇게 잡은 속셈은 진작부터 드러났다. 미·중이 전방위로 충돌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반중 전선’에서 떼어 놓으려는 의도다.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이 “국제법에 기반, 국제질서를 유지하고 다자주의를 지키며 공동의 이익을 확대하길 바란다”고 한 것부터 그렇다. 중국이 미국을 견제할 때마다 내놓는 의례적 발언이다. 중국이 요구해온 양국 외교·안보 당국자 회의체인 ‘2+2’를 6년 만에 가동키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미 ‘2+2(외교·국방장관) 회의’에 맞서 한·중 간 협의를 제도화하겠다는 것으로, ‘동맹 갈라치기’ 전략이다.

    그러면서 중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선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양국은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여건 마련을 위해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회담 때마다 내놓는 공허한 단골 문구다. 북한이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도발을 감행한 마당에 한가로운 반응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시진핑 중국 주석 방한에 매달리는 모양새도 적절치 못하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시 주석의 조기 방한을 추진키로 했다”고 했지만, 정작 중국 발표엔 이 내용이 빠졌다. 회담 때마다 발표 내용이 다른 상황이 되풀이됐다. 우리 정부는 지난 3년간 시 주석 방한을 줄곧 요청했지만 중국은 안개만 피워 왔다. 미국 견제 카드로 활용해온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중국의 이중성은 이뿐만이 아니다. 왕 장관은 “한·중은 영원한 이웃”이라면서도 5년이나 끌어온 한한령의 해제 요구에 대해선 “소통하자”고 하나 마나 한 답을 했다. 풀어줄 뜻이 없다는 것이다. 아쉬울 땐 ‘이웃’이고, 뒤에선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침범, 서해공정 등 협박을 일삼는 중국의 전술·전략에 말려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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