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중저신용자 위한 상품에
모든 금융권이 재원 부담
서민금융지원법 이달 통과 유력
부실 우려 큰 '햇살론 뱅크' 등
은행에 서민금융 상품 출시 압박

선거 앞두고 서민금융 잰걸음
정부는 2019년 9월 출시한 햇살론17 등 햇살론 상품 3종을 서민금융 정책의 핵심 상품으로 운영해왔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햇살론은 100% 정부 보증으로 취급하되 은행 창구를 통해서도 판매해 왔다.올해부터 서민금융 바람은 더욱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 1월 여당에서 “은행이 번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며 이른바 ‘이익 공유제’가 제기됐다. 이어 서민금융 상품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전 금융권이 부담하도록 하는 서민금융지원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 정무위를 통과했다. 기존 상호금융, 저축은행 외에 은행과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신용카드사) 등 전 업권은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서민 금융 재원으로 부담해야 한다. 금융계는 사실상의 이익공유제로 보고 있다.

“출연금은 받지만 보증은 못 서”
금융권에서는 민간 ‘팔 비틀기’식 서민금융 정책이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서금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전 금융권은 향후 5년간(일몰 기간) 서민금융 상품에 재원을 출연해야 한다. 우선 5년의 일몰 기간을 뒀지만,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연장하지 않겠냐는 게 금융권의 우려다.그러면서도 정부의 책임은 최소화했다. 새로 출시하기로 한 햇살론뱅크는 은행권이 출연금을 대지만 보증은 100% 해주지 못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는 햇살론뱅크에 대해 최대 70~80%까지만 보증을 해주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결국 손실이 날 게 뻔한데도 은행이 알아서 직접 메우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중저신용 대상 상품은 연체율이 높다. 지난해 8월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햇살론17의 연체율을 조사한 결과 은행별로 4.5~11.8%에 달했다.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0.2~0.3%)보다 수십 배는 높다.
정부의 서민금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조직에도 힘이 계속 실리고 있다는 게 금융권 얘기다. 서금원은 미소금융, 햇살론, 국민행복기금 등 흩어져 있던 서민금융 업무를 통합해 2016년 출범한 공공기관이다. 서금원이 취급한 정책서민대출 규모는 2017년 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9000억원으로 4년 새 2조원가량 늘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을 위한 금융정책이 필요하겠지만 정부가 알아서 운용해야 할 제도를 민간에 지나치게 떠넘기고 있는 것 같다”며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인 금융정책이 더 급격히 쏟아지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부 100% 보증으로 운용하는 서민금융상품은 소수이고 대부분 90% 이하 비율로 운용해왔다”며 “햇살론뱅크는 성실하게 납세한 차주들을 대상으로 운용할 것이므로 은행이 부당하게 손실을 떠안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소람/임현우/임도원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