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이 미얀마 현지 가스전 사업을 계속 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임시정부 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가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될 수 있는 가스전 사업을 멈춰달라고 요구한 데에 대한 응답이다. 앞서 미얀마 연방의회 대표위원회는 토탈을 비롯해 한국 포스코인터내셔널, 태국 PTTEP 등에 미얀마 내 가스전 사업 중단을 요청했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트리크 푸야네 토탈 CEO는 르저널드디망쉬에 칼럼을 게재해 토탈이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야네 CEO는 먼저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뜻에서 미얀마 내 가스 생산을 중단할 경우 미얀마 내 전력 공급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토탈의 가스전은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 전기를 공급한다"며 "가스전을 중단하면 고통받는 것은 일대 주민들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토탈이 사업에서 발을 빼도 미얀마 군부가 현지인들을 강제노동에 차출할 수 있다"며 "토탈은 이를 우려한다"고 했다. 이어 "토탈도 최근 미얀마 군부가 시민들을 탄압하는 것을 보고 끔찍한 충격을 받았다"며 "토탈은 이때문에 미얀마에서 신규 사업과 석유 시추는 중단한 상태"라고 칼럼에 썼다.

푸야네 CEO는 토탈이 아직 미얀마 군부에 가스전 관련 세금을 완납하진 않았다고 했다. "단순히 은행 시스템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통상 군부에 납부하는 세금 400만달러 중 일부를 보내지 않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일부 인권운동가들은 토탈이 미얀마 정부에 대해 내야 하는 세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가 당장 자금을 손에 넣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푸야네 CEO는 "에스크로 계좌에 송금하는 방법을 쓸 경우 현지 관리자들이 법에 저촉돼 처벌받을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푸야네 CEO는 "대신 토탈이 군부에 낼 세금과 동일한 금액만큼을 미얀마 인권운동 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얀마 안팎에선 토탈, 포스코, PTTEP가 미얀마 현지에서 운영하는 유전과 가스전이 군부의 돈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톰 앤드류스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은 "미얀마가스전은 연간 10억달러 규모 재정을 벌어들인다"며 "미얀마 군정은 이 돈을 무고한 시민을 공격하는 데에 쓸 것"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규탄 시위에 나선 시민들에게 발포해 최소 5명을 살해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이날까지 총격 등 군경 폭력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시민은 550명에 달한다. 이중 46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