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울산1공장에 이어 아산공장까지 일시 휴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아산공장은 국내 판매 1위 세단인 그랜저 등을 생산하는 곳으로, 공장 가동 중단에 따라 차량의 일부 인도에 차질이 우려된다.

[단독] '판매 1위' 그랜저마저…'반도체 대란'에 현대차 아산공장도 휴업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아산공장은 노동조합에 7~9일 휴업하고, 12~15일엔 절반만 가동하는 방안을 전달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탓이다. 차량 전장시스템 전반을 제어하는 ‘파워 컨트롤 유닛(PCU)’ 수급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품은 네덜란드 NXP, 일본 르네사스,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및 엔비디아 등이 주로 생산하고 있다.

부족 물량은 7000대가량으로 추산된다. 아산공장은 이 가운데 5000대는 휴업으로, 2000대는 50% 감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지난달 그랜저(9217대)와 쏘나타(6233대) 내수 판매량이 총 1만5450대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한 달 판매량의 절반가량 생산 차질이 빚어지는 셈이다.

노조는 그러나 “휴업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측에 반대 의사를 통보했다. 휴업 및 감산에 따른 임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랜저 판매량을 고려하면 공장을 더 돌리고 싶은 것은 오히려 회사”라며 “수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버티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휴업은 1공장에서 3공장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울산3공장은 오는 10일 특근을 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르네사스가 공급하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 탓이다. 르네사스는 지난달 공장에서 큰불이 나면서 생산을 중단했다. 생산 재개에 최소 1~3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는 게 현지 관측이다.

울산3공장은 부랴부랴 르네사스 반도체를 대체할 부품을 구해 테스트를 거쳐 이번주 생산 물량을 겨우 확보했다. 다음주 수급은 불투명하다. 업계에선 특근 중단이 감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울산3공장은 아반떼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잇따른 생산 차질이 살아나고 있는 내수 판매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월부터 50% 감산 체제인 한국GM은 이미 판매량이 줄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1만7353대를 판매하며 작년 동기 대비 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말리부, 트랙스 등의 판매가 줄어든 탓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1분기 국내에서 각각 18만5413대, 13만75대를 판매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6%, 11.4% 늘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현대차 울산1공장은 7~14일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에 탑재할 이미지센서를 제때 공급받지 못한 데다 차세대 전기자동차 아이오닉 5에 들어가는 구동모터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쏘렌토, K8 등을 생산하는 기아 화성공장은 4월 특근을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