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과 '고밀도 리튬메탈배터리' 개발…합작공장도 설립
SES가 전고체 기술 가장 앞서 2025년께 상용화 목표
SK가 지분 12.7% 보유…한국 기술·시스템과 시너지 기대
▷GM과는 어떤 분야에서 협력 중인가.
“고밀도 리튬메탈 전고체 배터리를 공동 개발 중이다. 새로운 배터리 기술은 A, B, C, D 샘플단계를 거치면서 완성차 업체에 적용된다. GM과 A샘플을 만들고 있는데 이 과정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린다. 장착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A샘플이 완성되면 모델별 적용테스트를 한다. A샘플 완성 목표는 2023년이고, 최종 상용화 시점은 2025년으로 잡고 있다.”
▷GM과의 관계는 어떻게 시작됐나.
“GM이 첫 투자를 한 해는 2015년이다. SES가 전고체 기술 상용화에 가장 근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에 기반한 배터리통제시스템(BMS)에 관한 기술력이 탁월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지난 3월엔 상당한 규모의 기술개발협약(JDA)을 진행했다. 보스턴에 양사가 리튬메탈 전고체 배터리 셀을 만들기 위한 생산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GM은 우리의 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돈을 대고, SES는 GM의 R&D(연구개발) 인력을 활용하는 데 제한이 없다.”
▷SK그룹은 언제 투자했나.
“2018년 시리즈C+ 단계에 투자했다. 단일 투자자로는 당시 최대 규모였다. 그래서 2대 주주가 된 것이다.”
▷왜 전고체 배터리가 중요한 것인가.
“GM, 현대차 등이 2035년부터 전기차생산 전문 기업으로 탈바꿈한다고 선언했다. 누가 가장 먼저 낮은 비용으로 안전성을 갖춘 고효율 배터리셀을 만들 수 있느냐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명운을 좌우할 것이다. 자동차 및 배터리 업계에선 2025년에 각사의 경쟁력이 판가름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여부가 핵심이다.”
▷글로벌 배터리 주도권 다툼이 격화되고 있는데.
“반도체 무어의 법칙(반도체 집적도가 18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난다는 법칙)처럼 배터리산업에서도 에너지 밀도에 관한 법칙이 있다. 30년마다 밀도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리튬메탈배터리는 1970년대에 발명됐다. 이제 상용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완성차 업체의 자체 배터리 생산이 가능한가.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공급사들에 대한 의존도를 감소시키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추세다. 독자적으로 배터리를 개발할 수도 있고, 전고체 배터리 등 새로운 기술을 가진 업체와 공동 개발하는 길을 택할 수도 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사들도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현재까지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사가 통제권을 쥘 가능성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리튬이온과 달리 차세대 배터리는 완성차 업체들이 주도권을 갖고 개발할 수 있다. SES 같은 스타트업들은 자금이 필요하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기술이 필요하다. 2025~2026년 SES의 중단기 비즈니스 모델은 양극, 전해질, 분리막 등 재료를 완성차 업체에 공급하고, 리튬메탈 등 전고체 배터리 관련 IP(지식재산권)를 라이선싱하는 것이다.”
▷한국의 리튬이온 배터리 경쟁력은 어떻게 보나.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과학자는 미국, 영국, 일본 출신이다. 이들 3명이 2019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미국은 배터리용 재료를 개발하고, 만드는 업스트림과 완성차를 제조하는 다운스트림에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는 미드스트림 영역에선 한국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미국 기업들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 틈새를 한국 기업들이 메웠다. 한국의 배터리 공급업체 3사가 대전의 대덕 연구단지에 KAIST와 함께 모여 있는데 이는 미국도 하지 못한 배터리 산학협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SES의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삼성SDI 출신 한국인이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