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에서 열린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에서 열린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일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맞붙었다. 두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재건축·재개발, 공공주택 공급 공약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오 후보 처가의 서울 내곡동 땅 의혹을 둘러싼 네거티브 공방도 재연됐다. 박 후보는 “거짓말을 반복하는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뽑을 수 없다”고 몰아세웠지만, 오 후보는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박영선은 내곡동, 오세훈은 심판론…'기·승·전·부동산'만 외치다 끝났다

오세훈 “文 정부에서 공시가 72% 급등”

방송기자클럽 초청으로 서울 목동 예술인회관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는 두 후보가 맞붙은 세 번째 토론회다. 두 후보 모두 이날 오전 일정을 비워둔 채 토론회 준비에 전력을 기울였다. 두 후보 모두 지난 두 차례 토론회에서 나온 팩트에 대해 검증했지만 새롭게 드러난 의혹은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 후보가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포문을 열었다. 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 지수가 72%나 올랐다”며 “9억원 이하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률을 10%로 제한하겠다는 박 후보의 정책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공시가격 10% 제한 공약은 오는 6월 열리는 국회에서 당과 논의해 법 개정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그런 일은 오 후보가 아니라 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쳤다. 오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반성할 지점은 없느냐”고 묻자 박 후보는 “급증하는 1인 가구를 공급이 쫓아가지 못한 부분은 반성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담은 ‘임대차 3법 논란’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개혁 과정에서 일시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호소하는 부분은 놓쳤다”고 덧붙였다.

두 후보는 상대방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공약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지며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오 후보 공약대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정비지수제가 폐지되면 임차인 등 주민 동의 절차가 생략돼 2009년과 같은 용산 참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오세훈식 재개발·재건축은 기득권에만 이득이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곡동·측근 의혹 관련 설전

두 후보는 이번 토론회에서도 내곡동 땅 의혹을 놓고도 지루한 평행선을 달렸다. 박 후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오 후보에 대해 ‘거짓말 프레임’을 씌웠다. 박 후보는 “내곡동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담당했던 김효수 전 서울시 주택국장이 2010년 8월 2급 국장으로 승진한 뒤 불과 6개월여 만인 2011년 1월 1급 본부장으로 승진했다”며 “내곡동 땅 개발 계획을 (오 후보가) 사전에 알았다는 의심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에서 오 후보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나오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그분(김효수)을 유리한 방향으로 증언시키려고 해도 잘 안 되니까 아마 오세훈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2005년 6월 내곡동 땅 측량 현장 참석 논란에 대해서도 “측량 최초 신청일은 제가 서울시장에 취임하기도 전인 2006년 3월이었다”며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시장이 되기 전에 현장에 간 게 무슨 이해충돌이냐’고 하신 말씀도 존중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민주당의 공세가 의혹의 본질과 관련 없다”는 오 후보 측 논리를 지지했다는 의미다. 오 후보는 오히려 민주당이 당헌을 바꿔 서울시장 후보를 공천한 것을 두고 “박 후보가 거짓말의 본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는데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나온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캠프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이 과거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점을 들추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선 사회자 요청으로 두 후보가 서로를 칭찬하는 시간도 가졌다. 박 후보는 오 후보에 대해 “방송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언변이 뛰어나시다”며 “패션감각도 다른 분보다 뛰어나시다”고 칭찬했다. 오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해 “박 후보는 유리 천장을 돌파하시고 4선 의원에 장관을 지내시고 서울시장직까지 도전하고 있다”며 “많은 젊은 여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커리어우먼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