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다른 국가에 비해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의 가계부채는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한국은 거꾸로 부채가 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까지 치솟았다. 단기 부채가 많아 유동성 위기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세재정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재정포럼 3월호에 실린 ‘국가별 총부채 및 부문별 부채의 변화 추이와 비교’ 자료를 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8.6%였다. 세계 평균인 63.7%, 선진국 평균인 75.3%보다 높은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추이를 보면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 작년 2분기까지 약 12년간 가계부채 비율이 27.6%포인트 치솟았다. 같은 기간 미국, 영국, 유럽연합, 캐나다, 일본 등 선진국의 부채 비율은 0.9%포인트 감소했다. 전 세계 평균으로는 3.7%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국의 부채 증가율은 신흥국의 평균 증가폭(25.5%포인트)보다 높았다.

부채의 질도 문제로 지적됐다. 단기 부채가 많아서다. 한국의 가계부채 중 단기 부채 비중은 22.8%였다. 프랑스(2.3%), 독일(3.2%), 스페인(4.5%), 이탈리아(6.5%), 영국(11.9%) 등 유럽 주요국에 비해 크게 높다. 한국보다 단기 부채 비중이 높은 주요국은 미국(31.6%)이 유일했다. 조세연은 “단기 부채가 많으면 유동성 위험에 취약할 수 있다”고 했다.

가계의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47.2%(2019년 기준)로 프랑스(30.0%), 영국(28.7%), 독일(28.3%), 미국(17.3%)보다 높았다.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는 당장 유동화해서 갚을 수 있는 자산 대비 부채를 보는 지표로 높을수록 부채 위험도가 크다고 본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