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나스닥 급등에도 고평가 기술주는 폭락…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활절 휴일을 보내고 난 뉴욕 증시는 강세장으로 부활했습니다. 5일(현지시간) 다우는 1.13%, S&P 500 지수는 1.44% 올랐고 나스닥 지수는 1.67% 상승했습니다. 다우와 S&P 500 지수는 각각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에 약 3% 근접했습니다.
지난 2일 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보고서는 대단했습니다. 3월 비농업 일자리는 91만6000개 증가해 예상(64만~67만개 증가)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실업률은 6.0%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졌습니다. 2월 신규 일자리도 기존 발표보다 8만9000개가 증가한 37만9000개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사실상 새 일자리가 100만개 이상 늘어난 겁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지표였습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이런 빠른 회복세를 확인시켜줬습니다. 63.7로 집계돼 시장 예상(59.2)과 전달(55.3) 수치를 모두 크게 웃돈 겁니다. 이달 초 나온 3월 ISM 제조업 PMI도 64.7를 기록해 1983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었지요. 여기에 지난 주 하루 평균 300만 명 접종이 이뤄지면서 미국인 1억 명 이상이 최소 한 번 이상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 개방이 이어지면서 지난 주말 3000여개 극장에서 개봉한 워너브러더스의 '고질라 vs 콩'의 박스오피스 수입은 485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좌석 수용인원을 평균 25~50%로 제한했지만 지난 2019년 5월 개봉된 '고질라:괴물의 왕'의 478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또 항공 이용객 급증에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일시해고했던 조종사 209명에게 복직을 통보했으며, 델타항공은 비워놓던 중간 좌석에 손님을 태우기로 했습니다. 노르웨이지안크루즈는 7월에 승무원과 탑승객을 전원 백신 접종을 시켜 출항하겠다는 계획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죠. 미 증시가 강력한 상승세로 반응한 것은 당연합니다.
예상과 달랐던 건 뉴욕 채권 시장의 반응이었습니다. 지난 2~3월 두 달간 국채 금리는 급등해 미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위협했습니다. 3월 신규 고용이 100만 명을 넘을 경우 1.7%대 초반에 머물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다시 급등할 것이란 예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3월 고용지표가 나오자 국채 시장은 잠잠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순간 1.68%에서 1.72%로 4bp(1bp=0.01%포인트) 가량 올랐지만, 이날 1.707%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지난달 30일 1.776%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이런 금리 움직임은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줬습니다. 이날 증시가 급등한 건 '경제 회복'+'금리 안정' 등 두 가지가 합쳐진 덕분으로 분석됩니다.
사실 10년물보다 더 큰 움직임을 보였던 건 미 국채 2년물, 5년물입니다. 2년물의 경우 0.168%에서 0.200%로 크게 상승했지만, 이날 다시 0.165% 수준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5년물의 경우 0.906%에서 0.988%까지 급하게 뛰었다가 이날은 0.933%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 중앙은행(Fed) 기준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2년, 5년물 수익률이 더 올랐다는 건 국채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상승 가능성을 더 많이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Fed가 3년 뒤인 2024년에나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강력히 시사해왔지만, 시장에선 첫 기준금리 인상이 2022년에 이뤄질 것이란 베팅이 증가해왔습니다. 스왑금리 시장이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그런 베팅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훨씬 규모가 큰 미 국채 시장에서는 그런 예상이 가격에 많이 반영되진 않았습니다. 2년물 금리가 Fed가 설정한 0~0.25%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게 그 증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3월 고용이 발표된 뒤 5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더 오른 건 2년 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5년 안에 올릴 가능성은 매우 높게 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5년물 수익률이 0.9% 안팎이라는 건 Fed가 2025년까지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번 정도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정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정작 3월 고용지표가 미 경제의 급속한 회복을 확인시켜준 뒤 미 국채 금리는 잠잠해졌을까요?
네 가지 이유가 지적됩니다.
①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는 신규 일자리 67만5000개 증가 수준이었지만 월가의 몇몇 금융사는 이미 그보다 높은 수준이 나올 것으로 예상해왔습니다. 100만개 이상을 나올 것으로 보는 곳이 서너 곳에 달했고 골드만삭스는 77만5000개, 모건스탠리는 70만개 수준을 예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3월은 2월 한파 등 날씨 요인도 없었고 백신 접종 속도가 가속화됐던 때"라며 "다운사이드는 거의 없고 업사이드(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② 내용이 아주 좋은 건 아니다
3월 고용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여전히 일자리 수는 작년 2월에 비해 840만개가 적은 상황입니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소매 및 숙박 시설, 음식 서비스와 같은 분야의 고용 인원은 코로나 유행병 이전 수준보다는 훨씬 적은 수준입니다.
또 노동시장 참여율도 61.5%로 여전히 전월의 61.4%와 비슷하고, 시간당 임금의 경우 오히려 4센트(0.1%) 하락해 시간당 29.96달러로 집계됐습니다. 91만개나 일자리가 창출됐지만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경제가 회복될 때 158만~484만 명이 늘어날 때에 비해 여전히 적은 편입니다.
미즈호의 경우 (팬데믹 이후 엉망이된) 계절조정치를 제외하고 보면 3월 실제 일자리 증가갯수는 시장 예상치와 비슷했던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③ 미 국채에 중국 매수세 유입?
이런 빠른 경제 회복세가 이미 10년물 금리에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동안 수익률이 많이 상승한 게 이런 경기 회복을 예상한 때문이라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 국채 10년물에 4월부터 일본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유동성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 시장에 몰려들고 있는 해외 유동성, 즉 달러를 미국 국채를 사는 데 쓰고 있다는 겁니다. 하반기, 혹은 내년 미국이 테이퍼링 등 긴축에 들어갈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이 긴축을 시작하면 전 세계에 풀렸던 달러가 급격히 회수되면서 달러를 싼 값에 썼던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요.
실제 일부에선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 사태가 Fed의 긴축 움직임에서 나타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아케고스 사태가 터지기 전에 Fed가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투자은행(IB)에 대해 "레버리지 비율 등을 점검하겠다"고 고지했고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 등이 레버리지 비율이 컸던 아케고스캐피탈에 대해 더 이상 시간을 주지 않고 재빨리 보유 주식을 강제 처분했다는 것입니다. 외국계 IB인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 등은 이를 알지 못했고 '눈뜨고 당했다'는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Fed가 레버리지 비율 등을 점검하는 것 가끔씩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번에 하는 건 하반기 긴축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말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높은 레버리지 등으로 흥청이던 금융시장이 테이퍼링에 의해 큰 충격을 받을 것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너무 많이 풀린 유동성을 점검하려는 것이란 얘기입니다.
④ 중립적인 인프라딜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 들어 이미 경제 회복세를 반영하면서 꾸준히 상승해왔습니다. 하나의 변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딜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일 발표된 내용을 보면 약 8년간 4조 달러를 쓰되, 증세를 통해 15년간 4조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채권 시장은 인프라딜 발표 내용이 금리에 중립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차는 있지만 쓰겠다는 돈과 증세 규모가 같게 나왔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그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 국채 2, 5년물 수익률은 지난 2일 3월 고용지표가 나온 뒤 올랐다가 이날 다시 그만큼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바클레이즈 등 일부 월가 IB들이 Fed가 이번 지표에 반응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낮다고 밝힌 탓입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고용이 아직 덜 회복됐고 노동시장 참여율이 낮으며, 시간당 임금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를 감안해 바클레이즈는 "5년물 금리가 너무 올랐다"면서 매수를 권했습니다. 5년물 수익률이 현재 0.95% 수준에서 20bp 가량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또 TD아메리트레이드도 5년물 금리가 0.80%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채권 금리가 너무 올랐다는 견해도 있지만, 다음 주 나올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매달 초 나올 고용지표 등을 감안하면 금리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란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에는 고용에서 훨씬 더 큰 수치들이 나올 것"이라며 "4월에는 100만개, 5월과 6월에는 200만개씩 신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WSJ은 "3월 고용보고서의 근거가 된 설문조사는 미국인들이 부양책 수표를 받기 이전, 지금보다 백신 접종 인원수가 수천만 명 적었을 때 행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향후 나올 수치는 더 좋게 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WSJ는 "일부 예측가들은 금리가 2019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올해 2%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런 금리는 증시 강세론자들이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금리가 올라도 기업들의 실적 개선 속도가 더 빠를 경우 증시는 실적장세로 접어들면서 랠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주 14일부터 JP모간 등 금융주가 1분기 실적 발표에 나서는 가운데 팩트셋은 지난 1일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1분기 '상향식(bottom-up)' EPS 추정치는 지난 3개월간 6.0% 증가했다"면서 "지난 2002년 2분기부터 분기별 상향식 EPS 추정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폭"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적장세의 조짐은 이날 장세에서도 일부 드러났습니다. 나스닥이 1.67%나 급등했지만 상승한 종목들의 면면을 보면 애플 등 대부분 실적이 받쳐주는 대형 기술주라는 겁니다.
△애플 2.36% △페이스북 3.43% △아마존 2.08% △마이크로소프트 2.77% 등 대형 기술주과 1분기 18만대 이상을 판매했다고 발표한 △테슬라 4.43%가 급등했을 뿐 △줌 -0.70% △펠로톤 -2.68% △니오 -0.88% △퓨얼셀에너지 -5.47% △플러그파워 -5.16% △로쿠 -1.09% △쇼피파이 -0.82% 등 이른바 고평가 기술주들은 약세를 보였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지난 2일 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보고서는 대단했습니다. 3월 비농업 일자리는 91만6000개 증가해 예상(64만~67만개 증가)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실업률은 6.0%로 전월보다 0.2%포인트 낮아졌습니다. 2월 신규 일자리도 기존 발표보다 8만9000개가 증가한 37만9000개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사실상 새 일자리가 100만개 이상 늘어난 겁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지표였습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공급관리협회(ISM)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이런 빠른 회복세를 확인시켜줬습니다. 63.7로 집계돼 시장 예상(59.2)과 전달(55.3) 수치를 모두 크게 웃돈 겁니다. 이달 초 나온 3월 ISM 제조업 PMI도 64.7를 기록해 1983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었지요. 여기에 지난 주 하루 평균 300만 명 접종이 이뤄지면서 미국인 1억 명 이상이 최소 한 번 이상 백신을 접종받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따라 경제 개방이 이어지면서 지난 주말 3000여개 극장에서 개봉한 워너브러더스의 '고질라 vs 콩'의 박스오피스 수입은 4850만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좌석 수용인원을 평균 25~50%로 제한했지만 지난 2019년 5월 개봉된 '고질라:괴물의 왕'의 4780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또 항공 이용객 급증에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일시해고했던 조종사 209명에게 복직을 통보했으며, 델타항공은 비워놓던 중간 좌석에 손님을 태우기로 했습니다. 노르웨이지안크루즈는 7월에 승무원과 탑승객을 전원 백신 접종을 시켜 출항하겠다는 계획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가 정상화되고 있는 것이죠. 미 증시가 강력한 상승세로 반응한 것은 당연합니다.
예상과 달랐던 건 뉴욕 채권 시장의 반응이었습니다. 지난 2~3월 두 달간 국채 금리는 급등해 미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을 위협했습니다. 3월 신규 고용이 100만 명을 넘을 경우 1.7%대 초반에 머물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다시 급등할 것이란 예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3월 고용지표가 나오자 국채 시장은 잠잠했습니다. 10년물 금리는 순간 1.68%에서 1.72%로 4bp(1bp=0.01%포인트) 가량 올랐지만, 이날 1.707%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지난달 30일 1.776%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이런 금리 움직임은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줬습니다. 이날 증시가 급등한 건 '경제 회복'+'금리 안정' 등 두 가지가 합쳐진 덕분으로 분석됩니다.
사실 10년물보다 더 큰 움직임을 보였던 건 미 국채 2년물, 5년물입니다. 2년물의 경우 0.168%에서 0.200%로 크게 상승했지만, 이날 다시 0.165% 수준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5년물의 경우 0.906%에서 0.988%까지 급하게 뛰었다가 이날은 0.933%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 중앙은행(Fed) 기준금리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2년, 5년물 수익률이 더 올랐다는 건 국채 시장에서도 기준금리 상승 가능성을 더 많이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Fed가 3년 뒤인 2024년에나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강력히 시사해왔지만, 시장에선 첫 기준금리 인상이 2022년에 이뤄질 것이란 베팅이 증가해왔습니다. 스왑금리 시장이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그런 베팅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훨씬 규모가 큰 미 국채 시장에서는 그런 예상이 가격에 많이 반영되진 않았습니다. 2년물 금리가 Fed가 설정한 0~0.25%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게 그 증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3월 고용이 발표된 뒤 5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더 오른 건 2년 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5년 안에 올릴 가능성은 매우 높게 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5년물 수익률이 0.9% 안팎이라는 건 Fed가 2025년까지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세 번 정도 올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정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정작 3월 고용지표가 미 경제의 급속한 회복을 확인시켜준 뒤 미 국채 금리는 잠잠해졌을까요?
네 가지 이유가 지적됩니다.
①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는 신규 일자리 67만5000개 증가 수준이었지만 월가의 몇몇 금융사는 이미 그보다 높은 수준이 나올 것으로 예상해왔습니다. 100만개 이상을 나올 것으로 보는 곳이 서너 곳에 달했고 골드만삭스는 77만5000개, 모건스탠리는 70만개 수준을 예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3월은 2월 한파 등 날씨 요인도 없었고 백신 접종 속도가 가속화됐던 때"라며 "다운사이드는 거의 없고 업사이드(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컸다"고 설명했습니다.
② 내용이 아주 좋은 건 아니다
3월 고용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여전히 일자리 수는 작년 2월에 비해 840만개가 적은 상황입니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소매 및 숙박 시설, 음식 서비스와 같은 분야의 고용 인원은 코로나 유행병 이전 수준보다는 훨씬 적은 수준입니다.
또 노동시장 참여율도 61.5%로 여전히 전월의 61.4%와 비슷하고, 시간당 임금의 경우 오히려 4센트(0.1%) 하락해 시간당 29.96달러로 집계됐습니다. 91만개나 일자리가 창출됐지만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경제가 회복될 때 158만~484만 명이 늘어날 때에 비해 여전히 적은 편입니다.
미즈호의 경우 (팬데믹 이후 엉망이된) 계절조정치를 제외하고 보면 3월 실제 일자리 증가갯수는 시장 예상치와 비슷했던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③ 미 국채에 중국 매수세 유입?
이런 빠른 경제 회복세가 이미 10년물 금리에 반영되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동안 수익률이 많이 상승한 게 이런 경기 회복을 예상한 때문이라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 국채 10년물에 4월부터 일본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유동성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원에서 중국 시장에 몰려들고 있는 해외 유동성, 즉 달러를 미국 국채를 사는 데 쓰고 있다는 겁니다. 하반기, 혹은 내년 미국이 테이퍼링 등 긴축에 들어갈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이 긴축을 시작하면 전 세계에 풀렸던 달러가 급격히 회수되면서 달러를 싼 값에 썼던 나라들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지요.
실제 일부에선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 사태가 Fed의 긴축 움직임에서 나타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아케고스 사태가 터지기 전에 Fed가 골드만삭스 등 미국계 투자은행(IB)에 대해 "레버리지 비율 등을 점검하겠다"고 고지했고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 등이 레버리지 비율이 컸던 아케고스캐피탈에 대해 더 이상 시간을 주지 않고 재빨리 보유 주식을 강제 처분했다는 것입니다. 외국계 IB인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 등은 이를 알지 못했고 '눈뜨고 당했다'는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Fed가 레버리지 비율 등을 점검하는 것 가끔씩 있는 일이긴 하지만 이번에 하는 건 하반기 긴축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 아니냐는 말들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높은 레버리지 등으로 흥청이던 금융시장이 테이퍼링에 의해 큰 충격을 받을 것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너무 많이 풀린 유동성을 점검하려는 것이란 얘기입니다.
④ 중립적인 인프라딜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 들어 이미 경제 회복세를 반영하면서 꾸준히 상승해왔습니다. 하나의 변수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딜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일 발표된 내용을 보면 약 8년간 4조 달러를 쓰되, 증세를 통해 15년간 4조 달러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채권 시장은 인프라딜 발표 내용이 금리에 중립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차는 있지만 쓰겠다는 돈과 증세 규모가 같게 나왔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 그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은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 국채 2, 5년물 수익률은 지난 2일 3월 고용지표가 나온 뒤 올랐다가 이날 다시 그만큼 하락한 채 마감했습니다. 바클레이즈 등 일부 월가 IB들이 Fed가 이번 지표에 반응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이 낮다고 밝힌 탓입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고용이 아직 덜 회복됐고 노동시장 참여율이 낮으며, 시간당 임금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를 감안해 바클레이즈는 "5년물 금리가 너무 올랐다"면서 매수를 권했습니다. 5년물 수익률이 현재 0.95% 수준에서 20bp 가량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었습니다. 또 TD아메리트레이드도 5년물 금리가 0.80%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채권 금리가 너무 올랐다는 견해도 있지만, 다음 주 나올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매달 초 나올 고용지표 등을 감안하면 금리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란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에는 고용에서 훨씬 더 큰 수치들이 나올 것"이라며 "4월에는 100만개, 5월과 6월에는 200만개씩 신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WSJ은 "3월 고용보고서의 근거가 된 설문조사는 미국인들이 부양책 수표를 받기 이전, 지금보다 백신 접종 인원수가 수천만 명 적었을 때 행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향후 나올 수치는 더 좋게 나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WSJ는 "일부 예측가들은 금리가 2019년 여름 이후 처음으로 올해 2%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그런 금리는 증시 강세론자들이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금리가 올라도 기업들의 실적 개선 속도가 더 빠를 경우 증시는 실적장세로 접어들면서 랠리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주 14일부터 JP모간 등 금융주가 1분기 실적 발표에 나서는 가운데 팩트셋은 지난 1일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1분기 '상향식(bottom-up)' EPS 추정치는 지난 3개월간 6.0% 증가했다"면서 "지난 2002년 2분기부터 분기별 상향식 EPS 추정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폭"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적장세의 조짐은 이날 장세에서도 일부 드러났습니다. 나스닥이 1.67%나 급등했지만 상승한 종목들의 면면을 보면 애플 등 대부분 실적이 받쳐주는 대형 기술주라는 겁니다.
△애플 2.36% △페이스북 3.43% △아마존 2.08% △마이크로소프트 2.77% 등 대형 기술주과 1분기 18만대 이상을 판매했다고 발표한 △테슬라 4.43%가 급등했을 뿐 △줌 -0.70% △펠로톤 -2.68% △니오 -0.88% △퓨얼셀에너지 -5.47% △플러그파워 -5.16% △로쿠 -1.09% △쇼피파이 -0.82% 등 이른바 고평가 기술주들은 약세를 보였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