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3년 5월 19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안북도 묘향산 기슭에 있는 소년단 야영소를 방문한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3년 5월 19일 부인 리설주와 함께 평안북도 묘향산 기슭에 있는 소년단 야영소를 방문한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의 북한 아동이 10만여명”이라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대해 “황당한 날조”라며 반발했다. 국경 봉쇄로 대북(對北) 구호 물품 지원이 목표량에 미치지 못했다는 구호단체를 향해서는 “적대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대북 인도주의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북한이 국제사회의 지원에 더욱 빗장을 걸어잠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보건성 산하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소장은 “비정부단체의 간판을 가지고 진행되는 ‘인도주의협조’사업이 우리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가를 엄정히 검토한다”며 “적대세력들과 한짝이 되어 돌아치는 기구와 단체들에 단호한 대응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의 어느 한 전문가 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한 우리의 국가적인 비상방역조치로 하여 수많은 영양실조어린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황당한 날조자료가 뻐젓이 언급되어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북한 아동 10만여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처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유엔 보고서를 겨냥했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이 지난 3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1개 국제 구호단체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명목으로 한 북한 정권의 국경 봉쇄와 국내 여행 금지로 대부분의 지원 물량이 목표 지점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중 한 구호단체는 “코로나19 제한으로 아동과 임신부, 수유부 약 44만명이 미량영양제를 받지 못하고, 심각한 영양실조 아동 9만5천명에게 필요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10만1000명의 미취학 아동을 위한 영양 강화식품도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소장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구호 활동을 펼치는 단체들을 향해서는 “유엔의 모자를 쓰고 전문가 행세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심각한 '어린이영양실조'문제가 존재하는 것처럼 현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우리 국가의 영상에 먹칠을 하려는 불순한 적대행위라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며 “가장 신성시되고 존중시되어야 할 어린이들의 깨끗한 이름마저 정치적 목적에 도용하고 있는 적대세력들의 비열한 처사를 준열히 단죄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어린이들의 건강과 미래는 우리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앞으로 유엔 등 국제사회로부터의 대북 지원을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담화에서 북한의 대응 조치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적대세력들과 한짝’, ‘단호한 대응조치’를 언급한 만큼 국경 봉쇄를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동안 유엔과 유엔의 여러 구호기구는 북한 내 어린이 등 도움이 필요한 계층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는 데 기여해왔다”며 “이런 인도주의 활동이 목적에 맞게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