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달러 약세에 베팅하라는 방침을 철회했다. 작년 10월 이후 6개월 만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2일 ‘전략적 후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10개 주요 통화 바스켓에 대해 달러 매도 포지션을 취하라는 권고를 거둬들인다고 밝혔다. 10개 주요 통화에는 유로, 파운드, 엔, 위안화 등과 호주 및 뉴질랜드달러가 포함된다.

최근 미국에서 백신 보급 가속화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지면서 국채 금리(수익률)가 상승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정하는 ICE 달러인덱스는 올 들어 3% 안팎 오른 상태다.

자크 팬들 골드만삭스 글로벌외환전략가는 “여전히 이들 통화(10개 주요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몇 달에 걸쳐 오를 것으로 예상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경제 성장 및 국채 수익률 상승은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달러 매도 권고를 철회하기로 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말까지 월가 금융사들은 한목소리로 2021년 달러가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백신 보급과 함께 글로벌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되면서 미 달러가 하락할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도 지난해 10월 9일 보고서를 내고 달러 매도를 추천했다.

하지만 미국이 백신 보급에서 앞서가면서 유럽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빨리 경제가 회복되자 달러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 국채 금리도 지난 1월 초 연 0.9% 수준에서 1.7%대까지 80bp(1bp=0.01%포인트)가량 상승해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 유럽의 경우 백신 보급 지연으로 코로나가 재확산하면서 독일 프랑스 등 각국이 다시 경제 봉쇄에 나서자 유로화는 달러에 비해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유럽의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개선된다는 뚜렷한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달러 약세에 베팅할 기회가 다시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까지 떨어진 유로가 달러에 비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따라 달러·유로 환율 전망치는 3개월 내 1.21달러, 1년 내 1.28달러를 유지했다. 5일 달러·유로 환율은 1.18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