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 1분기 예상보다 부진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직전 분기보다 10% 이상 감소하며 시장 기대를 밑돌았다. 미국 오스틴공장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에 따른 손실, 대규모 설비투자 지출, 상대적으로 덜 오른 모바일 D램 가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다만 2분기부터 분위기가 반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D램 슈퍼사이클(장기호황) 효과가 본격화하며 6조원 가까운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셧다운 여파로 주춤했지만…'슈퍼사이클' 다시 올라탄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3조4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분기(3조9900억원)는 물론 직전 분기(3조8500억원)보다 10% 이상 줄어든 수치다.

올 2월 중순 발생한 미국 한파 여파로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이 약 6주간 셧다운된 영향이 컸다. 재가동에 들어가는 비용, 매출 공백, 원재료 폐기 등의 영향으로 3000억~4000억원 정도 영업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주력 제품인 D램 출하량이 증가한 게 실적 버팀목이 됐다. 하지만 1월부터 상승한 서버·PC D램 고정거래가격을 고객과의 계약에 적극 반영하지 못한 게 뼈아팠다. D램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모바일 D램 가격 상승률이 서버·PC D램에 못 미친 점, EUV(극자외선) 노광장비 라인으로의 공정전환 비용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실적은 2분기엔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실적 발표 이후 분석보고서를 발간한 증권사들은 2분기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을 5조8000억~5조9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서버 투자 확대, 프리미엄 스마트폰 출시 등으로 D램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 평균 가격이 1분기 대비 13~18%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실적에 영향을 줄 변수로는 시스템 반도체 쇼티지(공급 부족) 현상이 꼽힌다. 스마트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DDI(디스플레이구동칩) 같은 반도체가 부족해 스마트폰 등 완제품 생산이 원활하지 않으면 D램, 낸드플래시 수요도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