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14년 만에 최저가격 보상제를 들고나왔다.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전통 경쟁사뿐 아니라 쿠팡보다 가격이 비싸면 차액을 적립해주는 파격 전략이다. 이마트의 최저가격 보상제는 2007년 이후 처음이다. 고객 확보를 위해 가격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쿠팡보다 비싸면 차액 적립

이마트는 이마트앱에서 ‘최저가격 보장 적립제’를 시작한다고 8일 밝혔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신라면, CJ햇반, 서울우유, 코카콜라 등 가공·생활용품 가운데 매출 상위 500개 품목이 대상이다. 동일 용량 기준으로 더 저렴한 곳이 있으면 차액을 이마트앱 포인트인 e머니로 돌려준다. 2007년 점포 상품이 반경 5㎞ 안의 다른 대형마트보다 비싸면 보상해주는 최저가 보상제를 폐지한 후 14년 만이다.
이마트 "무조건 쿠팡보다 싸게"…최저가 전쟁
이마트는 구체적인 비교업체로 온라인 쇼핑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쿠팡의 ‘로켓배송’, 대형마트 경쟁사인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을 콕 짚었다. 예를 들면 이마트에서 5000원에 구입한 대파가 쿠팡에서 4500원, 롯데마트에서 4600원, 홈플러스에서 4700원이면 최저가인 쿠팡과 이마트의 차액인 500원을 지급한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한 후 이마트앱에서 가격보상 신청 버튼만 누르면 된다. 한 명당 하루 최대 3000점의 e머니를 적립받을 수 있다. 구매일 기준 다음날 오전 9시부터 7일 이내에 신청해야 하며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에서만 쓸 수 있다. 사용 기한은 30일이다.

이마트는 지난해부터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점포 리뉴얼 작업을 해왔다. 마트에서 파는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렸으니 이제 가격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최저가 검색이 보편화되다 보니 마트에서 장을 보며 매번 가격을 검색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최저가가 아니면 보상할 테니 편하게 쇼핑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온라인몰·편의점도 ‘가격경쟁 참전’

이마트가 최저가 보장제 부활을 선포한 후 경쟁사들은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롯데마트는 당장 이마트 맞대응 카드 검토에 들어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편리한 결제 시스템과 빠른 배송으로 인기를 끌지만 더 이상 가격 할인은 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소비자가 돈을 쓰기 전 마지막으로 확인하는 건 가격인 만큼 쿠팡의 경쟁사들은 최저가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가격 전쟁’은 유통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GS리테일의 온라인몰 GS프레시몰은 지난달부터 시범 운영하던 ‘채소 초저가 전용관’을 이날부터 상시운영으로 전환했다. 매일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채소 50여 종을 선정해 초저가로 판매한다. 이름은 초저가지만 사실상 온라인 최저가다. 주요 온라인몰 5곳의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매일 두 번씩 경쟁사 최저가와 동일하거나 최저가의 80% 수준으로 가격을 낮춘다.

편의점 CU는 이날 3~4인 가구 용량의 채소 제품을 내놨다. 대파와 모둠쌈, 매운 고추와 깻잎 등 6종이다. 이달 말까지 20% 할인한다. CU의 채소할인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CU에 따르면 할인가 기준으로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최대 55% 저렴하다. CU 관계자는 “채소 유통 과정 구조를 줄여 마진을 낮췄다”며 “대형마트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춰 편의점에서 신선식품 장도 보도록 권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