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명석한 두뇌와 근면성 어느 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할까? 이에 대한 생각은 각각 다를 것이다. 우리는 흔히 토끼와 거북이라는 이솝 우화를 안다. 거북이는 부지런함과 근면성의 상징으로 묘사한다. 거북이가 부지런함과 근면을 나타낸다면 조선시대 인물 중 그런 사람은 누구일까? 여러 사람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인물전을 보다가 “아, 맞다. 이사람”하고 생각을 했던 인물이 있다. 그의 나이 75세가 되어 자신의 일생을 돌아보면서 쓴 기록을 보자.



“내가 산석(山石)에게 문사 공부할 것을 권했다. 산석은 머뭇머뭇하더니 부끄러운 빛으로 사양하며 이렇게 말했다.”제게 세 가지 병통이 있습니다. 첫째는 둔한(鈍)것이요, 둘째는 막힌(滯)것이며, 셋째는 답답한(戛)것입니다.“내가 말했다.”배우는 사람에게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는데, 네게는 그것이 없구나. 첫째 외우는데 민첩하면 그 폐단이 소홀한 데 있다. 둘째,글 짓기에 날래면 그 폐단이 들뜨는데 있지. 셋째,깨달음이 재빠르면 그 폐단은 거친데 있다. 대저 둔한데도 들이파는 사람은 그 구멍이 넓어진다. 막혔다가 터지면 그 흐름이 성대해지지. 답답한데도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 뚫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부지런해야 한다. 틔우는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해야 한다. 네가 어떻게 부지런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위 인용 글은 다산의 제자 가운데 가장 사랑받았던 황상의 임술기(壬戌記)의 일부이다. 정민,「삶을 바꾼 만남」에서 인용했다. 산석은 황상을 말한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를 가서 강진 읍내 주막(사의재)에서 머루를 때, 스승과 제자 로 만난다. 스승 다산이 제자 황상에게 써준 글이, 유명한 삼근계(三勤戒)이다. 스승 다산은 제자 황상에 대해서 “제자 증에 너를 얻어 다행이로구나”라 말한다. 정약전은 동생 다산에게 보낸 편지에 “황상은 나이가 올해 몇이던가? 월출산 아래서 이 같은 문장이 나리라곤 생각지 못했네”라고 극찬을 한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에 유배에서 풀려, 해배가 되어 육지로 와서 집으로 가기 전에 황상을 만나려고 강진으로 찾아갔었다. 이처럼 황상은 당시 최고의 선비인 다산과 추사에게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출신이 아전의 자식이었다. 황상의 호는 치원이다. 황상이 스승을 처음 만났을 때 나이가 열 다섯 이었다. 그때 삼근계를 받아 61년 동안 마음에 품고 살다가 임술기를 쓸 때의 나이는 75세(1862년)였다. 그는 어쩌면 일평생을 스승이 일러준 한마디 삼근계를 거울삼아 살았던 사람이었다. 황상은 83세에 죽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책 읽기와 시를 짓고 초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초서는 책을 베껴 쓰는 것을 말한다. 그는 벼슬자리 하나 얻지 못했던 시골선비였다.



주변에서 가끔 천재이야기를 듣는다. 기억력이 놀라울 만큼 남다른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래서 영재교육을 어릴 때부터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인 통계에 의하면 어릴 때, 천재 영재교육을 받았던 사람이 성인이 되어서도 천재로 남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오로지 노력하고 연습하는 자가 더욱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는가? 부지런히 노력하는 자를 당해 낼 수 없다는 반증이다. 오늘 우리들에게 점점 없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부지런함, 근면성이 아닌가? 싶다. 주변에 다산 제자 황상 같은 인물이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런 제자 하나 얻는다면? 치원(巵園) 황상(黃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