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터뷰③] 해리스 “세계 경제 고도로 통합…미·중 결별 어렵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던 해리스 BofA 글로벌 경제연구소장
4월부터 백신 효과 가시화…아시아 지연
미 국채, 3분기까지 상승하고 달러 강세
"지역별 생활비 달라...최저임금 차등화"
4월부터 백신 효과 가시화…아시아 지연
미 국채, 3분기까지 상승하고 달러 강세
"지역별 생활비 달라...최저임금 차등화"
<미국 국무부 산하 뉴욕 외신기자센터(FPC)는 최근 월스트리트의 투자 전문가들과 연속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월가의 진짜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미국 및 세계 경제 전망, 투자 전략 등을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지난 30년간 매우 강력한 방식으로 통합돼 왔습니다. 아무런 고통없이 이런 세계화 과정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이던 해리스 글로벌 경제연구소장은 최근 뉴욕 외신기자센터 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두 거대 경제대국의 결별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특히 기후변화 문제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지 않고선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앞서 BofA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2027~2028년엔 규모 면에서 세계 1위 미국을 제칠 것”이란 내용의 미래 예측 보고서를 지난 2월 내놨다.
해리스 소장은 “중국은 더 이상 노동집약 산업 중심의 저소득 국가가 아니다”며 “특정 제조업종이 이미 베트남이나 멕시코로 이전했다는 게 무얼 뜻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지역 강대국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중국 역시 지적 재산권과 경제 체제 확장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같은 시장에서 국가 주도형 기업과 민간 기업이 경쟁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소장은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상당히 낙관했다. 코로나 백신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배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선 4월부터 백신 효과가 가시화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내년까지 30년 내 최고의 2년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병원 입원율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입원률이 치솟는다는 건 중환자가 많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경제 재개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 있어서다. 미국에선 취약계층이 먼저 백신 접종을 한 만큼 입원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이에 따라 경제 재개 시기가 더 빨리 올 것으로 봤다.
해리스 소장은 “작년 말 9000억달러와 올해 3월의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을 합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21조달러)의 13%에 달한다”며 “작년 봄에도 비슷한 규모의 부양책을 실행에 옮겼는데, 이번엔 경제가 부분적으로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건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투입한 재정은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기 때는 부양 자금이 충분하지 않게 집행되면서 경기 회복이 늦었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의지”라고 말했다. 금융위기의 경우 완전히 회복하는 데 6년가량 소요됐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앞으로 경기 부양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리스 소장은 “작년부터 경제가 봉쇄되면서 가계마다 상당액이 저축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며 “경제 재개 후 폭발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마른 화약(dry powder) 같은 저축이 3조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금융 및 부동산 위기를 동반하지 않은 것도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다른 점이다. 가계에 끼친 충격이 훨씬 덜하기 때문에 경제 회복이 훨씬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소장은 “미국은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면서 내년 말엔 4%의 최대 고용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시에 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완만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미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을 보더라도 매우 천천히 반응할 것이란 게 그의 얘기다. 실제 물가 상승률이 일정기간 2%를 초과하는 시기는 2023년은 돼야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Fed가 통화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는 건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해리스 소장은 설명했다.
해리스 소장은 “미국 경제가 수십년동안 낮은 물가 상승률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어느 시점엔 더 이상 골디락스(성장률이 높더라도 물가 상승이 없는 최적의 상태)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년 후에는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높은 물가 상승률은 증시와 경제의 킬러”라고 했다.
이는 “골디락스에 진입한 미국 경제 호황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연례 서한 내용과도 일맥 상통하는 주장이다. 다이먼 회장은 “재난지원금 덕분에 가계 부채가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저축이 급증했다”며 “봉쇄 조치가 종료되면 과거에 못 보던 수준의 소비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율 전망과 관련, 해리스 소장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 3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겠지만 유럽과 일본 금리는 제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경제 대국간 금리 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달러 강세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신 배포 수준에 따라 각국의 경제 성적이 큰 차이를 보일 것이란 게 그의 관측이다. 해리스 소장은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 경제는 올해 말까지는 집단 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며 “반면 아시아 등 신흥 시장은 백신 도입이 늦어지면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신 도입이 늦은 국가들은 금융위기 이후의 미국처럼 매우 느린 회복 경로를 밟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의 경제 회복에도 위협 요인이 적지 않다. 가장 큰 건 변이 바이러스다.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매우 빠른데다 백신을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있어서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 대한 일반인들의 저항이 줄면서 결정적인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해리스 소장은 바이든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관련해선 “뉴욕에서 시간당 15달러를 받는다면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웨스트 버지니아 같은 곳에선 많은 금액”이라며 “최저임금을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숫자로 맞추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별 생활비 수준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지난 30년간 매우 강력한 방식으로 통합돼 왔습니다. 아무런 고통없이 이런 세계화 과정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이던 해리스 글로벌 경제연구소장은 최근 뉴욕 외신기자센터 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미·중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두 거대 경제대국의 결별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그는 “특히 기후변화 문제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지 않고선 해결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앞서 BofA는 “중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2027~2028년엔 규모 면에서 세계 1위 미국을 제칠 것”이란 내용의 미래 예측 보고서를 지난 2월 내놨다.
해리스 소장은 “중국은 더 이상 노동집약 산업 중심의 저소득 국가가 아니다”며 “특정 제조업종이 이미 베트남이나 멕시코로 이전했다는 게 무얼 뜻하겠느냐”고 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이 지역 강대국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중국 역시 지적 재산권과 경제 체제 확장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같은 시장에서 국가 주도형 기업과 민간 기업이 경쟁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소장은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해 상당히 낙관했다. 코로나 백신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빨리 배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선 4월부터 백신 효과가 가시화할 것”이라며 “미국 경제는 내년까지 30년 내 최고의 2년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병원 입원율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입원률이 치솟는다는 건 중환자가 많다는 의미이고, 그만큼 경제 재개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 수 있어서다. 미국에선 취약계층이 먼저 백신 접종을 한 만큼 입원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이에 따라 경제 재개 시기가 더 빨리 올 것으로 봤다.
해리스 소장은 “작년 말 9000억달러와 올해 3월의 1조9000억달러 부양책을 합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21조달러)의 13%에 달한다”며 “작년 봄에도 비슷한 규모의 부양책을 실행에 옮겼는데, 이번엔 경제가 부분적으로 회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건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투입한 재정은 10여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기 때는 부양 자금이 충분하지 않게 집행되면서 경기 회복이 늦었다”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의지”라고 말했다. 금융위기의 경우 완전히 회복하는 데 6년가량 소요됐다. 따라서 상황에 따라 앞으로 경기 부양책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해리스 소장은 “작년부터 경제가 봉쇄되면서 가계마다 상당액이 저축 계좌로 흘러 들어갔다”며 “경제 재개 후 폭발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마른 화약(dry powder) 같은 저축이 3조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금융 및 부동산 위기를 동반하지 않은 것도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다른 점이다. 가계에 끼친 충격이 훨씬 덜하기 때문에 경제 회복이 훨씬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리스 소장은 “미국은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면서 내년 말엔 4%의 최대 고용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시에 임금 인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완만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불가피한 일이 됐다”고 말했다.
미 중앙은행(Fed)은 인플레이션을 보더라도 매우 천천히 반응할 것이란 게 그의 얘기다. 실제 물가 상승률이 일정기간 2%를 초과하는 시기는 2023년은 돼야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서다. Fed가 통화 긴축 정책으로 전환하는 건 그 이후가 될 것이라고 해리스 소장은 설명했다.
해리스 소장은 “미국 경제가 수십년동안 낮은 물가 상승률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어느 시점엔 더 이상 골디락스(성장률이 높더라도 물가 상승이 없는 최적의 상태)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년 후에는 높은 인플레이션 시대가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높은 물가 상승률은 증시와 경제의 킬러”라고 했다.
이는 “골디락스에 진입한 미국 경제 호황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연례 서한 내용과도 일맥 상통하는 주장이다. 다이먼 회장은 “재난지원금 덕분에 가계 부채가 약 4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저축이 급증했다”며 “봉쇄 조치가 종료되면 과거에 못 보던 수준의 소비력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율 전망과 관련, 해리스 소장은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올 3분기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겠지만 유럽과 일본 금리는 제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경제 대국간 금리 차가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달러 강세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백신 배포 수준에 따라 각국의 경제 성적이 큰 차이를 보일 것이란 게 그의 관측이다. 해리스 소장은 “미국을 필두로 한 선진 경제는 올해 말까지는 집단 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며 “반면 아시아 등 신흥 시장은 백신 도입이 늦어지면서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신 도입이 늦은 국가들은 금융위기 이후의 미국처럼 매우 느린 회복 경로를 밟을 것이란 얘기다.
미국의 경제 회복에도 위협 요인이 적지 않다. 가장 큰 건 변이 바이러스다.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매우 빠른데다 백신을 무력화시킬 가능성도 있어서다. 하지만 백신 접종에 대한 일반인들의 저항이 줄면서 결정적인 걸림돌은 되지 않을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해리스 소장은 바이든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관련해선 “뉴욕에서 시간당 15달러를 받는다면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웨스트 버지니아 같은 곳에선 많은 금액”이라며 “최저임금을 전국적으로 일률적인 숫자로 맞추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별 생활비 수준에 따라 차이를 두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