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제 레시피를 훔쳐서 똑같은 가게를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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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함께 일하던 직원이 제 레시피를 훔쳐서 가게를 차렸다"는 사연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글을 올린 네티즌 A씨는 오랫동안 운영되어 온 샵인샵 배달 전문점을 인수해 약 1년간 운영 중이라고 밝히며 인수 당시 기존 직원 B씨도 승계 받아 같이 일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번갈아가며 가게를 봐야 했던 탓에 A씨는 B씨에게 일부 레시피를 알려줬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근로계약서에 '반경 1.5km 내에서 1년 간 동종업종 창업금지 및 우리 업장에서의 레시피 발설 및 유출 금지, 도용 금지' 항목을 특약으로 적어 사인을 받았다.
성실한 B씨의 태도에 그의 가불 요청도 선뜻 들어줬던 A씨.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B씨는 습관적으로 가불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A씨는 세금 신고 등에 대해 설명하며 급여는 정상적인 날짜에 지급하겠다며 거절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B씨의 가불 요구에 결국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이후 B씨는 돌연 퇴사 통보를 했다. 그리고 몇달 뒤, A씨 가게에서 약 500m 가량 떨어진 곳에 A씨와 동일한 메뉴의 배달 매장이 들어섰다. 그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B씨. 당황한 A씨는 해당 가게의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해보니 자신의 가게에서 잠시 일용직으로 일했던 또 다른 직원 C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큰 배신감을 느꼈다. 망해가던 가게를 인수해 레시피를 연구하고 구성품과 조리법까지 다 바꾸며 일궈낸 것들을 한 순간에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작은 가게였지만 직원에게도 좋은 대우를 해주기 위해 노력했는데 허망하다고 느껴졌다. B씨에게 전화를 걸어 근로계약서 내용에 대해 언급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레시피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다른 거 아니냐. 내가 차린 가게도 아니다"였다.
이에 B씨가 일하고 있는 가게 또한 반박글을 올렸다. 해당 가게 사장인 C씨는 "악의적으로 꾸며낸 글들로 우리 업체를 비방하는 것을 묵과할 수만은 없기에 글을 올린다"면서 자신은 레시피를 위해 위장 취업한 것도 아니며, 정식으로 면접을 보고 취업한 포장파트 아르바이트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A씨가 주휴수당을 제대로 정리해주지 않았으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퀵비 때문에 신시가지쪽에 창업한 것 뿐 악의적으로 A씨의 가게 인근에 가게를 오픈한 것이 아니다"며 "레시피 또한 B씨가 3년 간 일하면서 전 사장에게 직접 전수받은 레시피로 주방을 혼자 도맡으며 스스로 개량하고 수정을 거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우리 레시피는 부모님의 레시피이고 그걸 내가 조금 더 내 스타일대로 개선한 것이다. 영업 중인 현재도 고객님들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계속 개선 중이다"고 반박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비슷한 사례들을 많이 봤는데 괘씸하다", "거리가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 "레시피는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법적으로 보상받기 힘들지 않을까", "역시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하네", "정확한 증거 없이는 한 쪽 편만 들기는 어렵겠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의 문제는 도용 건과 따로 보아야 할 듯", "서로 얼굴 보고 해결하셔야 할 듯", "전 사장의 가게가 인수된 거라면 레시피도 같이 인수되는 거지" 등의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A씨의 사연 외에도 과거 SBS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포항 덮죽집 가게왕 동일한 레시피와 메뉴명을 선보인 업체가 등장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포항 덮죽집 사장은 "다른 직역에 덮죽집을 오픈하지 않았다"며 "제발 뺏어가지 말아 달라"며 레시피 도용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레시피 표절 의혹을 받은 업체는 결국 사과하고 사업을 철수했다.
그렇다면 레시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능은 하다. 특허법에서는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도 특허 발명의 대상에 포함한다. 따라서 식품 제조법인 레시피 또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현행 특허법 제29조는 특허의 요건으로 '산업상 이용 가능성'과 '신규성', '진보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즉, 특허 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공지(公知)됐거나 공연(公然)히 실시된 것, 국내·외에서 반포된 간행물에 게재됐거나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공중이 이용할 수 있는 것 등은 특허를 받을 수 없으며, 기존에 없는 새로운 조리법임과 동시에 음식의 맛과 제조 과정이 우수하다는 평까지 따라야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레시피 자체가 특허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상호나 상호 디자인 등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법의 보호를 받을 것을 추천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글을 올린 네티즌 A씨는 오랫동안 운영되어 온 샵인샵 배달 전문점을 인수해 약 1년간 운영 중이라고 밝히며 인수 당시 기존 직원 B씨도 승계 받아 같이 일을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번갈아가며 가게를 봐야 했던 탓에 A씨는 B씨에게 일부 레시피를 알려줬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근로계약서에 '반경 1.5km 내에서 1년 간 동종업종 창업금지 및 우리 업장에서의 레시피 발설 및 유출 금지, 도용 금지' 항목을 특약으로 적어 사인을 받았다.
성실한 B씨의 태도에 그의 가불 요청도 선뜻 들어줬던 A씨.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B씨는 습관적으로 가불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A씨는 세금 신고 등에 대해 설명하며 급여는 정상적인 날짜에 지급하겠다며 거절했다. 그럼에도 계속되는 B씨의 가불 요구에 결국 두 사람 사이에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이후 B씨는 돌연 퇴사 통보를 했다. 그리고 몇달 뒤, A씨 가게에서 약 500m 가량 떨어진 곳에 A씨와 동일한 메뉴의 배달 매장이 들어섰다. 그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B씨. 당황한 A씨는 해당 가게의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해보니 자신의 가게에서 잠시 일용직으로 일했던 또 다른 직원 C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큰 배신감을 느꼈다. 망해가던 가게를 인수해 레시피를 연구하고 구성품과 조리법까지 다 바꾸며 일궈낸 것들을 한 순간에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작은 가게였지만 직원에게도 좋은 대우를 해주기 위해 노력했는데 허망하다고 느껴졌다. B씨에게 전화를 걸어 근로계약서 내용에 대해 언급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레시피에서 하나라도 빠지면 다른 거 아니냐. 내가 차린 가게도 아니다"였다.
이에 B씨가 일하고 있는 가게 또한 반박글을 올렸다. 해당 가게 사장인 C씨는 "악의적으로 꾸며낸 글들로 우리 업체를 비방하는 것을 묵과할 수만은 없기에 글을 올린다"면서 자신은 레시피를 위해 위장 취업한 것도 아니며, 정식으로 면접을 보고 취업한 포장파트 아르바이트였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A씨가 주휴수당을 제대로 정리해주지 않았으며, 일방적인 해고 통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퀵비 때문에 신시가지쪽에 창업한 것 뿐 악의적으로 A씨의 가게 인근에 가게를 오픈한 것이 아니다"며 "레시피 또한 B씨가 3년 간 일하면서 전 사장에게 직접 전수받은 레시피로 주방을 혼자 도맡으며 스스로 개량하고 수정을 거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우리 레시피는 부모님의 레시피이고 그걸 내가 조금 더 내 스타일대로 개선한 것이다. 영업 중인 현재도 고객님들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계속 개선 중이다"고 반박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비슷한 사례들을 많이 봤는데 괘씸하다", "거리가 너무 가까운 거 아닌가", "레시피는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법적으로 보상받기 힘들지 않을까", "역시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하네", "정확한 증거 없이는 한 쪽 편만 들기는 어렵겠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등의 문제는 도용 건과 따로 보아야 할 듯", "서로 얼굴 보고 해결하셔야 할 듯", "전 사장의 가게가 인수된 거라면 레시피도 같이 인수되는 거지" 등의 다양한 의견을 남겼다.
A씨의 사연 외에도 과거 SBS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포항 덮죽집 가게왕 동일한 레시피와 메뉴명을 선보인 업체가 등장해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포항 덮죽집 사장은 "다른 직역에 덮죽집을 오픈하지 않았다"며 "제발 뺏어가지 말아 달라"며 레시피 도용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레시피 표절 의혹을 받은 업체는 결국 사과하고 사업을 철수했다.
그렇다면 레시피에 대한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능은 하다. 특허법에서는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도 특허 발명의 대상에 포함한다. 따라서 식품 제조법인 레시피 또한 특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현행 특허법 제29조는 특허의 요건으로 '산업상 이용 가능성'과 '신규성', '진보성' 등을 요구하고 있다. 즉, 특허 출원 전에 국내 또는 국외에서 공지(公知)됐거나 공연(公然)히 실시된 것, 국내·외에서 반포된 간행물에 게재됐거나 전기통신회선을 통해 공중이 이용할 수 있는 것 등은 특허를 받을 수 없으며, 기존에 없는 새로운 조리법임과 동시에 음식의 맛과 제조 과정이 우수하다는 평까지 따라야 특허를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레시피 자체가 특허를 받기 어렵기 때문에, 상호나 상호 디자인 등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법의 보호를 받을 것을 추천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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