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실적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얌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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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의 Money 읽기
(45) 실적 예측과 확인
영업익 9.3조, 예상치 넘었지만
비메모리 성과 기대보다 낮아
외국인 아시아투자 저조도 영향
(45) 실적 예측과 확인
영업익 9.3조, 예상치 넘었지만
비메모리 성과 기대보다 낮아
외국인 아시아투자 저조도 영향
주식 투자는 ‘예측’과 ‘확인’의 반복 게임이다.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실적 예측치가 모여 컨센서스를 이룬다. 컨센서스는 매 분기 실적 시즌에 그 정확성을 확인받는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넘어가는 상황이라 투자자는 숨죽여 결과를 기다렸다. 며칠 동안 시장에선 관망세가 뚜렷했다.
삼성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내놓으면 실적 장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실적 발표 전날 펀드매니저 A씨는 “삼성전자 실적이 컨센서스보다 좋은데 주가가 빠지면 시장의 실제 기대치가 훨씬 높았다는 의미이고,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놨는데 주가가 뛰면 실제 기대치가 낮았다는 의미”라며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시장 반응은 이번 실적 시즌의 가늠자”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9조3000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8조9000억원)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수치’로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하지만 ‘내용’을 놓고선 다른 반응이 나왔다. 애널리스트 B씨는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비메모리에서 TSMC를 따라잡겠다고 한 점을 주목하면서 비메모리 성과를 기대했는데 결과는 휴대폰과 가전 실적이 좋았다”며 “서프라이즈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래서 실적 발표 날 주가도 ‘얌전하게’ 끝났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실적이 시장에 인상적인 변화를 만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큰 환호도 큰 실망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내용이야 어떻든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은 시장의 실제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종목에 대해서도 실적을 좀 더 엄격하게 따지겠다는 신중한 분위기가 지배적임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실적은 외국인 스탠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계기로도 관심을 모았다. A씨는 “기관은 원래 (투자할) 돈이 없고, 개인은 비트코인 때문에 주춤하고 있어 ‘돈줄’은 외국인밖에 없는 상황이라 삼성전자 실적이 외국인의 스탠스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수치는 좋지만 내용은 아쉬운 실적을 내면서 외국인 스탠스 파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달 들어 연일 삼성전자를 순매수하고 있는 외국인은 실적 발표 당일에도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이튿날 순매도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선 외국인의 ‘사자’에 신중론이 많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에 대해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며 “실적 기대감이 높다고 해서 한국 주식 순매수를 예상하기엔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센티먼트(심리)가 좋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이 경기 부양 일변도가 아닌 것과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로 인한 부정적 측면을 우려해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의 투자 매력을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아시아에 대한 투자가 약해지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 시장에서 금리 이슈가 불거지자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으로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 추세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각종 부양책이 워낙 강해 올해 미국 기업은 코로나19 이전 이익 수준을 뛰어넘어 실적 장세가 본격화할 수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3분기엔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런 예측에 기반해 다음달부터 주가가 의미 있는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예측과 확인의 반복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
삼성전자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내놓으면 실적 장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적지 않았다. 실적 발표 전날 펀드매니저 A씨는 “삼성전자 실적이 컨센서스보다 좋은데 주가가 빠지면 시장의 실제 기대치가 훨씬 높았다는 의미이고, 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놨는데 주가가 뛰면 실제 기대치가 낮았다는 의미”라며 “삼성전자 실적에 대한 시장 반응은 이번 실적 시즌의 가늠자”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9조3000억원을 기록해 컨센서스(8조9000억원)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수치’로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하지만 ‘내용’을 놓고선 다른 반응이 나왔다. 애널리스트 B씨는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비메모리에서 TSMC를 따라잡겠다고 한 점을 주목하면서 비메모리 성과를 기대했는데 결과는 휴대폰과 가전 실적이 좋았다”며 “서프라이즈라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래서 실적 발표 날 주가도 ‘얌전하게’ 끝났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실적이 시장에 인상적인 변화를 만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큰 환호도 큰 실망도 없는’ 어정쩡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내용이야 어떻든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은 점은 시장의 실제 기대치가 상당히 높았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종목에 대해서도 실적을 좀 더 엄격하게 따지겠다는 신중한 분위기가 지배적임을 의미한다.
삼성전자 실적은 외국인 스탠스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계기로도 관심을 모았다. A씨는 “기관은 원래 (투자할) 돈이 없고, 개인은 비트코인 때문에 주춤하고 있어 ‘돈줄’은 외국인밖에 없는 상황이라 삼성전자 실적이 외국인의 스탠스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수치는 좋지만 내용은 아쉬운 실적을 내면서 외국인 스탠스 파악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달 들어 연일 삼성전자를 순매수하고 있는 외국인은 실적 발표 당일에도 순매수를 이어갔지만 이튿날 순매도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선 외국인의 ‘사자’에 신중론이 많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외국인에 대해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다”며 “실적 기대감이 높다고 해서 한국 주식 순매수를 예상하기엔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센티먼트(심리)가 좋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국이 경기 부양 일변도가 아닌 것과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로 인한 부정적 측면을 우려해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의 투자 매력을 낮게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아시아에 대한 투자가 약해지고 있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미국 시장에서 금리 이슈가 불거지자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으로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많이 들어왔는데 이 추세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각종 부양책이 워낙 강해 올해 미국 기업은 코로나19 이전 이익 수준을 뛰어넘어 실적 장세가 본격화할 수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가 3분기엔 영업이익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런 예측에 기반해 다음달부터 주가가 의미 있는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한다. 예측과 확인의 반복 게임이 다시 시작된다.
장경영 한경 생애설계센터장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