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비대위 첫 회의 >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與 비대위 첫 회의 >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7 재·보궐선거 참패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여당에서 ‘친문(친문재인) 책임론’이 강하게 제기됐다. 지난 8일 구성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원내대표와 당대표 선거를 신속하게 치러 민심을 수습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내 비문(비문재인) 인사들을 중심으로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면 아래 있던 친문 대 비문 간 갈등이 ‘선거 패배 책임론’과 함께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與 비대위, 출발부터 ‘삐걱’

터져나온 '親文 책임론'…與, 계파갈등 조짐
전날 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난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9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3선의 도종환 의원이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것과 관련, “절체절명의 위기에 선 당이 당내 특정 세력의 눈높이로 위원장을 뽑으면 쇄신의 진정성이 생길 수 있냐”며 “국민을 졸로, 바보로 여기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도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부터는 친문계 싱크탱크로 분류되는 ‘민주주의 4.0 연구원’ 이사장을 맡는 등 친문 중역으로 꼽히는 인사다.

노 의원은 “우리가 벼랑 끝에 서서 혁신해야 하는 마당에 쇄신의 얼굴로서 당내 특정 세력의 대표를 내세우면 그건 면피성,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될 것”이라며 “어떻든간에 결론이 났으니 조직의 한 사람으로서 그걸 받아들이고, 제가 잘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당내 소장파로 꼽히는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친문 퇴진론’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로 원내대표와 당대표를 뽑아야 한다”며 “말뿐인 혁신에서 끝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친문 의원 가운데 원내대표 출마 의사가 있는 윤호중·김경협 민주당 의원과 당대표에 도전하는 홍영표 의원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앞서 재선인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SNS에 “당의 부정적인 평가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은 스스로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길 바란다”며 “우리는 이미 기득권화돼 사회적 공감의 리더십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했다. 원외 인사인 김해영 민주당 전 최고위원 역시 “민주당 지도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왜 그렇게 지키려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책임 있는 사람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친문 “쇄신 내용 중요” 선 그어

친문으로 분류되는 당내 인사들은 “대꾸할 가치가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부산 출신 친문인 전재수 민주당 의원은 이날 “누가 친문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선출된 원내대표가 얼마나 무거운 민심을 잘 받드느냐, 얼마나 쇄신의 내용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며 친문 책임론에 선을 그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선거 패배를 특정 개인이나 특정 몇 사람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대위원 중 계파성이 강한 분은 거의 없고, 과거처럼 계파가 당내 갈등의 원인이 된 적은 최근에 없었다”고 받아쳤다.

오는 16일 조기 개최되는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는 친문과 비문의 갈등을 확인할 수 있는 풍향계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원내대표 선거 일정을 확정지었다. 후보 등록은 12일 마무리하고, 다음날인 13일과 15일 합동연설회 및 토론회를 생중계하는 일정이다. 특히 현장에 참석한 의원들이 출마 후보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선거 룰을 정하면서 친문계와 비문계가 공개적으로 맞부딪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원내대표 선거 과정에서 선거 참패 책임론을 둘러싸고 친문과 비문 간 갈등이 불거지면 전당대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