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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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개인투자자들에게 20년 뒤에도 망할 일 없는 대표적인 종목으로 여겨진다. 그 근간은 반도체산업 주도권에 대한 믿음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파운드리(수탁생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이 반도체 부문 투자를 대규모로 늘리면서 한국의 반도체 주도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산업에 중·장기 투자하려는 투자자들로서는 글로벌 분산투자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반도체 패권 경쟁 격화

지난 8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1.07% 오른 3301.26을 기록했다. 5일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 5거래일 만에 5.64% 올랐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TSMC, 엔비디아, 인텔, ASML, 브로드컴, 퀄컴, 마이크론, 램리서치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 TSMC는 대만 업체지만 ADR(미국주식예탁증서) 형태로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500억달러(약 56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혔다. SK증권에 따르면 반도체 연구개발 비용 중 정부 투자 비중은 중국이 68%, 한국이 17%인 데 반해 미국은 4%에 불과하다. 정부가 투자를 늘릴 여지가 크다는 얘기다. 미국은 반도체 제조설비 투자비용 세액공제를 40%로 확대하기로 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3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아시아에 집중된 반도체 제조기반을 미국과 유럽에서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미 인텔은 지난달 200억달러(약 22조3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새로운 공장을 건설,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반도체 주도권이 과거 미국에서 일본으로 왔다가 한국과 대만으로 옮겨온 상황인데, 이를 다시 가져가겠다는 게 미국의 큰 그림”이라며 “미국 반도체업체가 정부 지원을 받아 주도권을 가져갈 수도 있는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일본도 반도체 굴기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24일 첨단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기구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분산투자하려면

전문가들은 미국과 일본에 분산투자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에 투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이다. 종목별로 분산투자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ETF로는 ‘iShares PHLX Semiconductor ETF(SOXX)’가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30개 반도체 종목에 투자한다. 미국 기업이 91.78%로 가장 비중이 높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종목은 텍사스인스트루먼트(8.61%)다. 올 들어 20% 가까이 올랐다. 국내에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SOXL이 최근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오르며 인기몰이 중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추종하는 또 다른 ETF로는 ‘VanEck Vectors Semiconductor ETF(SMH)’가 있다. SOXX와 비슷하지만 운용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TSMC 비중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TSMC 주가가 올 들어 횡보하면서 올해 상승률은 SOXX 대비 2~3%포인트가량 떨어진 상태다.

‘SPDR S&P Semiconductor ETF(XSD)’는 미국 반도체 기업 중에서도 중소형주에 집중하는 ETF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더 클 수 있다. 홀로 담기보다 SOXX나 SMH와 함께 포트폴리오에 넣는 게 좋다.

일본 반도체산업을 추종하는 ETF는 따로 없다. 개별 종목에 투자해야 한다. 시장 지배력이 높은 반도체 장비·소재주를 선별하는 게 유리하다. 도쿄일렉트론은 일본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다. 반도체 제조장비와 평판 디스플레이 제조장비를 생산한다. 한국의 원익IPS를 떠올리면 된다. 반도체 검사 장비 제조 기업으로는 어드반테스트가 대표적이다. 신에츠화학은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2위 기업도 일본의 숨코(SUMCO)다. 레이저테크는 극자외선(EUV)용 블랭크 마스크 결함 검사장비 점유율이 100%인 기업이다.

박주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반도체 장비 및 소재 기업들은 여전히 높은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들이 삼성전자, TSMC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어려운 만큼 소재와 장비 기술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