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인 A사는 3개월 전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조직과 별도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담팀을 꾸렸다. ESG 경영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전까지는 주로 기업홍보(IR) 팀과 CSR 조직에서 ESG 이슈를 처리했다.

전담팀을 꾸리긴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ESG 가운데 어떤 분야에 집중해야 할지부터가 막막하다. 글로벌 평가사들이 제시한 부문별 ESG 점수가 기관별로 제각각인 탓이다. 외부 전문가를 뽑기도, 컨설팅사를 고르기도 쉽지 않다. 회사 관계자는 “로펌과 컨설팅사들이 일제히 ESG 자문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지만 허울뿐인 프로그램도 많다”고 토로했다.

○ESG 팀은 꾸렸는데…

기업들의 ‘ESG 고민’은 한국경제신문이 지난달 30일부터 나흘간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ESG 실무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ESG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설문에 참여한 108개 기업 중 절반 이상인 54.7%가 IR, CSR팀과 별도로 ESG 전담조직을 두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ESG 조직이 생긴 지 ‘6개월 미만’이라고 답한 곳이 37.3%로 가장 많았다. 대다수 기업이 ESG 경영에 막 걸음마를 뗀 셈이다.

인원과 예산도 많지 않다. 전담조직이 있다고 답한 기업 중 인원이 10명 이하인 곳은 69.5%였다. ESG 관련 예산 역시 ‘10억원 미만’이 38%로 가장 많았다. 내년 예산에 대해서는 전체 기업 중 80% 이상이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소폭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올해보다 소폭 늘릴 계획’이라고 답한 비율은 43.5%,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답한 기업은 40.7%였다. ‘올해보다 2배 이상 대폭 늘릴 계획’이란 응답의 비중은 15.7%였다.

○66.7% “마땅한 전문가 없다”

기업 10개 중 8곳(78.7%)은 매년 ESG 목표와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도 전체 응답 기업 중 63%에 달했다. ESG 경영 계획을 세우고 이를 보고서로 만들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엔 ‘ESG 정보에 대한 공시 의무 강화(65.9%)’란 답이 가장 많았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잣대(57.6%)’, ‘투자자들의 요구 증대(48.2%)’ 등도 ESG 경영 목표를 세우는 이유로 꼽혔다.

ESG 경영 계획을 짜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한 곳은 전체 응답 기업 중 4분의 3에 달했다. ‘과거에 외부 기관으로부터 ESG 컨설팅 및 자문을 받아본 적이 있다’는 답변과 ‘현재 받고 있다’는 답변이 24.7%씩 차지했다. ‘아직은 받아본 적이 없지만 앞으로 받을 계획’이라고 답한 기업도 25.9%였다.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 역시 ‘전문가 부족’이었다. ESG 사업을 집행할 때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108개 기업 중 72곳(66.7%·이하 복수응답)이 ‘마땅한 ESG 전문가가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평가사별로 엇갈리는 ESG 점수’도 54.6%로 뒤를 이었다.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과제로는 ‘표준화된 평가 지표 마련(76.9%)’, ‘정부 지원책 및 인센티브 제공(57.4%)’, ‘전문가 육성(52.8%)’, ‘한국형 ESG 평가지표 개발(38%)’ 등이 꼽혔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