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3개월째를 맞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수사는커녕 조직 구성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면담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김 처장에 대한 고발이 줄을 잇고 있고, 공수처는 검사 정원 미달로 제대로 된 수사팀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향후 수사력을 확보해 ‘1호 수사’에서 성과를 내는 것 외에는 마땅한 돌파구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공수처에 따르면 지난 9일까지 공수처가 접수한 고소·고발·진정 사건은 총 837건이다. 사건은 점점 쌓이고 있지만 공수처는 아직 부장검사 4명, 평검사 19명의 온전한 수사 인력을 갖추지 못했다.

부장검사는 정원의 절반인 2명만 추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인력을 추가 채용한다고 해도 비검찰 출신을 교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비검찰 인력을 법무연수원 등에서 교육시킨다고 해서 바로 수사에 투입할 수 있겠느냐”며 “굵직한 사건을 담당할 수사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수사력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지난달 29일 “4월 안에 1호 수사가 가능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수처 대변인실은 이달 9일 같은 질문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그런 가운데 이성윤 지검장에 대한 ‘특혜 조사’ 의혹이 불거지면서 공정성마저 도마에 올랐다. 김 처장은 이 지검장에게 관용차를 제공한 것과 그 과정을 허위로 해명한 점 등으로 수원지검과 대검에 고발당한 상태다.

공수처로선 1호 수사에 성공적으로 착수해 공공 신뢰를 회복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등 대형 사건을 넘겨받은 상태다.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에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오는 만큼 마냥 시간을 끌 수 없는 형편이다.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보고서’ 허위 작성 및 유출 혐의 사건도 서울중앙지검이 공수처에 이첩한 지 한 달가량 흘렀다.

공수처는 오는 12일 자문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공수처 운영 방향 등에 대해 외부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자문위원장은 2018년 헌법재판소장에서 퇴임한 이진성 전 헌법재판소장이 맡는다. 김 처장이 자문위에서 그간 논란에 관한 입장을 밝힐지도 주목된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