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혼란스럽고 아름다운 새봄, 실내악 합주로 풀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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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류재준의 신곡 '봄이 오는 소리' 초연
9일 예술의전당서 앙상블오푸스가 선봬
9일 예술의전당서 앙상블오푸스가 선봬
국내 대표 클래식 연주자들로 이뤄진 실내악단 앙상블오푸스가 약동하는 봄을 표현했다. 지난 9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린 음악회 '봄이 오는 소리'를 통해서다.
공연에서 앙상블오푸스는 1부에서 프랑스 작곡가 플로랑 슈미트의 '로카이유풍의 소품곡'과 작곡가 류재준의 신곡 '플루트4중주 봄이 오는 소리'를, 2부에선 아놀드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을 들려줬다.
앙상블오푸스는 2009년 결성된 실내악단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김다미를 중심으로 첼리스트 김민지, 비올리스트 김상진과 플루티스트 조성현 등이 악단 주자로 활동 중이다. 이들이 연주한 첫 곡 '로카이유 풍의 소품곡'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문화예술이 꽃피던 시기인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를 대표하는 레퍼토리다. 작곡가 슈미트가 18세기 귀족들의 우아함과 화려함을 우아한 선율로 옮겨낸 작품이다. 국내에선 좀처럼 감상하기 어려운 곡이다. 오케스트라 음악회에서도 보기드문 하프가 실내악단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하피스트 김지인의 유려한 연주로 시작된 무대에선 연주자들 호흡이 돋보였다.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주선율을 연주하며 기교를 부리면, 비올라(이한나), 첼로(최경은)이 뒷받침해줬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의 조율도 인상깊었다. 주선율을 조성현과 번갈아 연주하면서도 바이올린이 튀지 않도록 음량을 조절한 것이다.
공연의 주요 프로그램인 류재준의 '봄이 오는 소리' 연주에선 분위기가 바뀌었다. 백주영(바이올린), 조성현(플루트), 김상진(비올라), 김민지(첼로)가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돌림노래처럼 선율을 쌓아가며 봄이 오는 소리를 들려줬다.
작곡가 류재준만의 풍자가 들어간 작품이기도 했다. 무대에서도 유쾌한 장면이 연출됐다. 변주가 연이어 펼쳐진 것이다. 같은 선율을 첼로와 플루트가 주고받다가 이내 바이올린이 끼어들고, 바이올린과 플루트가 서로 경쟁하듯 연주를 펼쳤다. 청중들이 예측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주며 봄의 예측 불가능성을 그려낸 것이다. 공연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끈 레퍼토리는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이었다. 앙상블오푸스의 현악 주자들이 모두 무대에 나섰다. 현악6중주 연주에 맞춰 리하르트 데멜의 시 '여성과 세상' 중 '두 사람'이 투사됐다.
관객들이 음악을 쉽게 이해하도록 설치한 장치다. 시 구절을 따라가며 연주를 펼쳐 음악에 담긴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 이다. 시 속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나는 아이를 가졌지만 당신의 아이는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순간 음량이 거세지고, 남성이 "우리의 마음엔 따뜻한 빛이 있어요. 이 온기가 낯선 이의 아이를 정화할 것입니다. 나의 아이처럼 그 아이를 낳으세요"라고 화답하자 하모니가 절정에 달하는 식이다.
공연 흐름도 완성도가 높았다. '로카이유의 소품곡'에 담긴 우아한 선율로 시작한 공연은 화합의 힘이 실린 쇤베르크의 정화의 밤으로 끝맺었다. 연결고리로 배치한 신곡이 흐름을 조율했다. 봄에 담긴 다양한 측면을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공연에서 앙상블오푸스는 1부에서 프랑스 작곡가 플로랑 슈미트의 '로카이유풍의 소품곡'과 작곡가 류재준의 신곡 '플루트4중주 봄이 오는 소리'를, 2부에선 아놀드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을 들려줬다.
앙상블오푸스는 2009년 결성된 실내악단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김다미를 중심으로 첼리스트 김민지, 비올리스트 김상진과 플루티스트 조성현 등이 악단 주자로 활동 중이다. 이들이 연주한 첫 곡 '로카이유 풍의 소품곡'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문화예술이 꽃피던 시기인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를 대표하는 레퍼토리다. 작곡가 슈미트가 18세기 귀족들의 우아함과 화려함을 우아한 선율로 옮겨낸 작품이다. 국내에선 좀처럼 감상하기 어려운 곡이다. 오케스트라 음악회에서도 보기드문 하프가 실내악단에 편성됐기 때문이다.
하피스트 김지인의 유려한 연주로 시작된 무대에선 연주자들 호흡이 돋보였다.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주선율을 연주하며 기교를 부리면, 비올라(이한나), 첼로(최경은)이 뒷받침해줬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의 조율도 인상깊었다. 주선율을 조성현과 번갈아 연주하면서도 바이올린이 튀지 않도록 음량을 조절한 것이다.
공연의 주요 프로그램인 류재준의 '봄이 오는 소리' 연주에선 분위기가 바뀌었다. 백주영(바이올린), 조성현(플루트), 김상진(비올라), 김민지(첼로)가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돌림노래처럼 선율을 쌓아가며 봄이 오는 소리를 들려줬다.
작곡가 류재준만의 풍자가 들어간 작품이기도 했다. 무대에서도 유쾌한 장면이 연출됐다. 변주가 연이어 펼쳐진 것이다. 같은 선율을 첼로와 플루트가 주고받다가 이내 바이올린이 끼어들고, 바이올린과 플루트가 서로 경쟁하듯 연주를 펼쳤다. 청중들이 예측하지 못한 전개를 보여주며 봄의 예측 불가능성을 그려낸 것이다. 공연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끈 레퍼토리는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이었다. 앙상블오푸스의 현악 주자들이 모두 무대에 나섰다. 현악6중주 연주에 맞춰 리하르트 데멜의 시 '여성과 세상' 중 '두 사람'이 투사됐다.
관객들이 음악을 쉽게 이해하도록 설치한 장치다. 시 구절을 따라가며 연주를 펼쳐 음악에 담긴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 이다. 시 속에서 여성이 남성에게 "나는 아이를 가졌지만 당신의 아이는 아니에요"라고 말하는 순간 음량이 거세지고, 남성이 "우리의 마음엔 따뜻한 빛이 있어요. 이 온기가 낯선 이의 아이를 정화할 것입니다. 나의 아이처럼 그 아이를 낳으세요"라고 화답하자 하모니가 절정에 달하는 식이다.
공연 흐름도 완성도가 높았다. '로카이유의 소품곡'에 담긴 우아한 선율로 시작한 공연은 화합의 힘이 실린 쇤베르크의 정화의 밤으로 끝맺었다. 연결고리로 배치한 신곡이 흐름을 조율했다. 봄에 담긴 다양한 측면을 느낄 수 있었던 무대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