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얄궂은 봄비가 내렸습니다. 봄비는 겨우내 동면을 취하던 것들로 하여금 움을 틔우기 위해 내리는 갓 태어난 아이에게 젖줄 같은 것입니다. 요즘 드라마 제목처럼, 봄비는 <사랑비>즉 <생명비> 인셈이지요. 그 만큼 봄비는 우리와 자연에게 중요하고 꼭 필요하단 겁니다. 하지만 제가 봄비 앞에 ‘얄궂은’ 이라는 말을 붙인 까닭은 비와 함께 세찬 바람이 함께 왔기 때문입니다. 봄비는 대부분 비만 조용히 내리지 않고 바람을 동반합니다.



어릴 적 우리 집 마당에는 다양한 과실수가 있었습니다. 살구나무, 배나무, 대추나무, 무화과, 단감나무, 대봉감나무 등입니다. 그 중 대봉감나무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네가 달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남매는 번갈아가며 그네를 탔고 동네 친구들도 함께 그 감나무 그네를 애용했었습니다. 지금은 제 고향집에 창고가 들어서면서 감나무는 절반이 잘려 나갔지만 제 추억나무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한번은 아버지께 감나무 그네에 대해 물어 보았습니다.
“아버지, 집에 많은 과실수가 있는데 그 중에 왜 감나무에 그네를 만들어 주셨어요?”
“감나무는 흔들어 주어야 단단해져. 그래야 비바람 치는 태풍에도 감이 떨어지지 않고
견뎌내지.”

그렇습니다. 우리네 삶에도 반갑잖은 비가 내릴 때가 더러 더러 있습니다. 한차례 소란스런 비가 지나고 비개인 맑은 날의 상쾌함을 기억하시지요? 지나고 보면 우리네 삶에도 반드시 필요한 비가 있습니다. 설상가상이란 말이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황의 어려움을 거듭 강조하는 말인데요.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살아가는 중에 비와 바람이 함께 세차게 불어 걸을 수 없거나 눈이 오는데 바람이 불어 멈추어야 할 때입니다.



당신이 예상했던 것 보다 더욱 취업이 어려워서 힘들어 하고 계십니까? 당신이 노력했는데 생각보다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힘들어 하고 계십니까? 당신이 사랑하는 연인에게 남들 보다 물질적으로 표현해 줄 수 없어서 결혼에 대해 힘들어 하고 계십니까? 당신이 일생을 바쳐 일해 온 회사에서 나가라고 압박을 주는데 부인은 옆집 남편과 비교하면서 “승진 언제 하냐?”고 계속 물어와 어려움을 토로할 곳이 없으십니까? 당신이 일생을 가족을 위해 일해 왔는데 당신의 사랑하는 자녀가 “아빤 일만 알아? 도대체 나한테 뭘 해 줬는데?”라고 말할 때 갈 곳을 잃어 방황하고 계십니까?



주저하지 말고 고민하십시오. 정답은 언제나 당신 가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결단을 내리면 곧장 실행하십시오. 분명히 비와 함께 바람이 부는 데는 그 까닭이 있습니다. 비에 흠뻑 젖었음에도 흔들리고 흔들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뿌리는 더욱 땅 속에 깊이깊이 뻗게 됩니다. 당신에게 비바람이 부는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당신이 더욱 단단해 지기 위한 과정입니다. “힘을 내십시오!” 봄비와 바람이 함께 오는 까닭이 그것이니까요! ©이지수
마당에 소담스럽게 앵두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번 비바람에 다 떨어질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이 비바람이 지나고 나면
아름다운 꽃잎은 다 떨어지지만
여느 해와 같이 그 자리에 앵두는 엄청나게 열릴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