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호의 길 위에서 찾多!] 인생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 진다!
 삼각산 따라 백악산을 내려오면 가장 낮은 산이 눈에 머문다. 혜화문에서 흥인지문에 펼쳐진 성벽은 낮은 산 정상인데도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은 해발 125m 남짓이다. 그야말로 동산이다. 이곳에 서면 한양도성이 퍼즐처럼 연결되며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묘하게도 정상에서 바라 본 서울은 마치 하나의 산과 같다. 말하자면 산과 산이 이어져 있다. 울울창창 나무와 숲이 그 산 속에서 낙타의 등처럼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바로 낙타산이다.


  낙타산 정상에 서면 인왕산이 마주 보인다. 세 개의 봉우리가 편안하게 모여 있다. 빽빽한 숲과 숲 사이 화강암 덩어리가 희끗희끗한 자기 색을 살포시 드러낸다. 아마 겸재 정선이 이곳에 올라 그림을 구상 했을 듯하다. 그는 인왕산 너머 서해를 향하는 석양도 그렸다. 인왕산과 백악산 그리고 목멱산이 한 뼘이다. 뉘엿뉘엿 해가 지면 ‘인왕석양’을 볼 수 있다. 서쪽 산은 석양에 물들어 간다. 낙타산 정상은 석양루가 제격이다. 4계절 24절기 언제나 아름다운 산으로 변한다.

 
[최철호의 길 위에서 찾多!] 인생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 진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본다. 강추위가 오면 차가운 바람이 낙타산에 머문다. 산이 보이고 청계천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삼각산(三角山) 봉우리가 에워싸고 등 뒤에 용마산과 아차산이 펼쳐져 있다. 병풍처럼 펼쳐진 삼각산은 836.5m다. 삼각뿔처럼 서울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을 보고 있으면 온몸으로 활기찬 기운을 맞는다. 동서남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김정호의 수선전도 그림 같이 멋지다.


  서울 도심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산이 낙타산이다. 뿐만 아니라 가장 편하게 오를 수 있는 성곽이 낙타산 성곽길이다. 청계천 수문에서 걸어가면 몇 발자국이다. 흥인지문에서 걸어서 1분이다. 오르면 별유천지가 그 스펙트럼을 드러낸다. 가장 높은 고갯길의 혜화문과 가장 낮은 평지의 흥인지문을 성벽과 성문으로 이었다. 성안과 성밖을 볼 수 있는 공간이라 일석이조다.

 
[최철호의 길 위에서 찾多!] 인생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 진다!
 백악마루에서 내려다 본 모양이 낙타의 등 같다고 하여 낙타산 이라 했다. 과연 낙타가 그 당시에 있었단 말인가? 낙타가 있었다. 그래서 타락산 이라 불리었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낙산으로 더 익숙한 곳이다.


 
[최철호의 길 위에서 찾多!] 인생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 진다!


 비록 낮지만 서울 안 궁과 궐, 종묘와 사직단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봄보다 가을 풍광이 뛰어나다. 해 뜨는 아침보다 해 지는 저녁이 절경이다. 가을의 단풍도 아름답지만 눈 쌓인 성벽도 멋지다. 성벽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도성 안과 도성 밖은 참 고요하다. 강추위에 살이 에인다. 가을이 으뜸인 낙타산, 겨울에 오르니 새로운 시작을 다시 알린다.

 가장 낮은 산 낙타산에서 가장 높은 산을 보며 오늘도 길 위에게 내 인생을 묻고 찾는다.  인생길은 걸으면서 만들어 진다.

<최철호/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초빙교수,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