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호의 길 위에서 찾多!] 유배길에서 추사 김정희 ‘세한도(歲寒圖)’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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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을 잘 감상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옛 사람의 눈으로 보고 옛 사람의 마음으로 느껴야 한다. 마치 옛길을 걷듯이 산 속에서 바람소리와 새소리를 듣듯이 그 옛날로 시간여행을 떠나야 한다. 그리고 천천히 보아야 한다. 달팽이와 소의 걸음처럼 느릿느릿 와행우보(蝸行牛步)하며 그린 이의 진심과 통해야 한다. 그림을 통해 그 시대의 풍속과 계절 그리고 문화를 읽어 내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제주를 날아간다. 뿌연 미세먼지를 뚫고 1시간이면 족하다. 청명한 하늘에 구름과 바람만이 이 도시의 주인이다. 걷고 싶다. 찰랑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한라산 꼭대기에는 아직 하얀 눈덩어리가 보인다. 그래도 제주의 돌담길에는 노란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바람과 돌이 많은 제주. 산천단(山川壇)을 지나 1100 도로를 향해 가니 30분 안에 서남쪽 끝 대정(大靜)이다.
180년 전 추사(秋史) 김정희는 한양에서 제주도 대정까지 유배길에 오른다. 도성을 나와 강을 건너 산을 넘고 길을 걸어 머나먼 땅 끝 마을에 도착한다. 해남 대흥사(大興寺)에서 초의선사가 준 마지막 차 한 잔을 마신 후 망망대해 죽음을 무릅쓰고 제주성(濟州城)을 향한다. 죄가 무거울수록 왕과 멀리멀리 떨어져 지내야 했다. 다시 제주성문을 나가 한반도에서 가장 먼 대정현에 위리안치 되었다. 과연 얼마나 먼 길을 며칠 몇 달을 걸었던 걸까? 그의 나이 55세 때 일이다.
기력은 점차 쇠진하여 가고, 힘들고 외로울 때 추사는 책을 읽었다. 책을 구하기 힘들었을 시절 제자인 역관 이상적이 연경에서 책을 구해 제주 대정까지 보내 주었다. 8년 3개월 기약 없는 유배생활에 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었다. 험난한 바다건너 배를 타고 다섯 번이나 찾아 온 초의선사가 유일한 벗이다. 차나무를 심고 마음을 터놓고 국화꽃과 함께 차를 달려 인생을 마셨다. 10개의 벼루가 구멍이 뚫리고, 1000개의 붓이 뭉그러질 때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게 바로 ‘세한도(歲寒圖)’의 탄생이다.
산방산(山房山)을 바라본다. 바람을 맞고 의연히 버티고 있는 소나무 두 그루와 잣나무 두 그루 그리고 초라한 집을 가슴에 담았다. 꿋꿋한 역경을 견뎌내며 고독과 마주한 그의 작품들을 보며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70 평생을 산 추사 김정희 선생의 진정한 마음을 읽으며 백화주(百花酒) 한잔에 유배길을 나선다.
수행자들은 걷기를 <비움>이라고 말한다. 자기 성찰인 셈이다. 길 위에서 봄을 마주한다. 올 봄엔 제주도를 걸어보자. 무엇을 찾기보다는 그냥 자기 방식대로 걸어보자. 몸에도 마음에도 보약이 될 것이다.
<최철호/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초빙교수,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제주를 날아간다. 뿌연 미세먼지를 뚫고 1시간이면 족하다. 청명한 하늘에 구름과 바람만이 이 도시의 주인이다. 걷고 싶다. 찰랑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한라산 꼭대기에는 아직 하얀 눈덩어리가 보인다. 그래도 제주의 돌담길에는 노란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바람과 돌이 많은 제주. 산천단(山川壇)을 지나 1100 도로를 향해 가니 30분 안에 서남쪽 끝 대정(大靜)이다.
180년 전 추사(秋史) 김정희는 한양에서 제주도 대정까지 유배길에 오른다. 도성을 나와 강을 건너 산을 넘고 길을 걸어 머나먼 땅 끝 마을에 도착한다. 해남 대흥사(大興寺)에서 초의선사가 준 마지막 차 한 잔을 마신 후 망망대해 죽음을 무릅쓰고 제주성(濟州城)을 향한다. 죄가 무거울수록 왕과 멀리멀리 떨어져 지내야 했다. 다시 제주성문을 나가 한반도에서 가장 먼 대정현에 위리안치 되었다. 과연 얼마나 먼 길을 며칠 몇 달을 걸었던 걸까? 그의 나이 55세 때 일이다.
기력은 점차 쇠진하여 가고, 힘들고 외로울 때 추사는 책을 읽었다. 책을 구하기 힘들었을 시절 제자인 역관 이상적이 연경에서 책을 구해 제주 대정까지 보내 주었다. 8년 3개월 기약 없는 유배생활에 차를 마시며 선정에 들었다. 험난한 바다건너 배를 타고 다섯 번이나 찾아 온 초의선사가 유일한 벗이다. 차나무를 심고 마음을 터놓고 국화꽃과 함께 차를 달려 인생을 마셨다. 10개의 벼루가 구멍이 뚫리고, 1000개의 붓이 뭉그러질 때까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다. 그게 바로 ‘세한도(歲寒圖)’의 탄생이다.
산방산(山房山)을 바라본다. 바람을 맞고 의연히 버티고 있는 소나무 두 그루와 잣나무 두 그루 그리고 초라한 집을 가슴에 담았다. 꿋꿋한 역경을 견뎌내며 고독과 마주한 그의 작품들을 보며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70 평생을 산 추사 김정희 선생의 진정한 마음을 읽으며 백화주(百花酒) 한잔에 유배길을 나선다.
수행자들은 걷기를 <비움>이라고 말한다. 자기 성찰인 셈이다. 길 위에서 봄을 마주한다. 올 봄엔 제주도를 걸어보자. 무엇을 찾기보다는 그냥 자기 방식대로 걸어보자. 몸에도 마음에도 보약이 될 것이다.
<최철호/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초빙교수,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