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비트코인 싸게 산 뒤
국내 거래소로 옮겨와 되팔아
개당 1000만원 넘게 벌기도
사설환전소에 송금 수요 몰려
수수료 비싸지자 은행으로…
7일 만에 위안화 송금액 전달 대비 8배↑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은행의 위안화 보수 송금액(외국인 근로자의 본국 송금액)은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7257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3월 한 달 전체 송금액 907만달러의 8배가량 송금이 7영업일 동안 이뤄진 것이다. A은행의 송금액은 지난달 100만달러에서 이달 9일까지 910만달러로 9배 증가했다. 이 은행의 송금액은 1월 110만달러, 2월 6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날 신한·국민은행은 각 지점에 암호화폐 관련 송금 처리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최근 위안화 송금 수요가 몰린 건 비트코인 차익거래 말고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B은행에서 외국인이 중국으로 송금한 규모는 지난달 250만달러였지만, 비트코인 김치 프리미엄이 20%를 넘어간 이달 6일엔 470만달러, 7일 580만달러, 8일 600만달러어치의 위안화 송금이 이뤄졌다.
최근 위안화 송금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지점은 서울 대림동과 인천, 경기 부천시 등 중국인 밀집지역이다. 국내 거주 중국인들은 이 지역에 있는 은행에 비해 수수료가 저렴한 사설 환전소를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 거래자금을 중국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몰리다 보니 사설 환전소의 송금용 환전 조건이 은행에 비해 나빠졌다. 이날 부천의 한 사설 환전소에선 100만원을 중국으로 송금할 때 5450위안을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이날 기준 송금용 환율은 위안당 172.8원으로 100만원을 송금용으로 환전하면 중국에 5787위안을 보낼 수 있다.
평소 거래하지 않던 중국인들이 은행을 방문해 5만달러까지 송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개인 간 해외 송금은 5만달러 이내에서 서류 증빙 없이 구두 설명만으로 가능하다. 한국어를 하지 못하는 중국인 여럿이 한국어가 가능한 사람을 섭외해 본국 송금을 요구할 때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1년에 중국 송금이 한 번 발생할까 말까 한 지점에서도 중국인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개당 1000만원 차익 노린 중국인들
중국인들은 한국만 유독 암호화폐가 비싸게 거래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이용해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몰타에 본사를 둔 바이낸스 등의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에 돈을 보내 암호화폐를 상대적으로 싸게 매입한 뒤 가격이 높은 업비트나 빗썸 등의 국내 거래소에서 되파는 식이다. 국내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매도하면 위안화가 아니라 원화로만 인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에서 환전한 뒤 중국으로 송금하고 다시 비트코인을 사는 것을 반복하는 식이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비트코인은 업비트에서 7786만원인데 바이낸스에서는 6792만원 수준이다. 1.75%가량의 환전 수수료를 고려해도 개당 1000만원에 가까운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50%를 웃돌았던 2018년에도 이 수법으로 1700억원을 환전해 수수료를 챙긴 환전상과 중국인이 적발되기도 했다.은행들은 이런 수법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법상 송금액이 5만달러 이상일 때 송금인은 송금 사유를 증빙하고 은행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은행이 모든 송금을 저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진우/김대훈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