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 행정을 챙기면서 먼저 우려되는 것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 간의 정책 엇박자다. 4·7 보궐선거 때 최대 쟁점이었던 부동산 문제가 특히 그렇다. 주택공급 대책 등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불필요한 갈등을 빚고, 여당까지 가세해 비생산적 대립을 벌이면 그 피해는 서울시민을 넘어 전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집값 안정의 핵심인 공급방안부터 양측의 인식과 방법론이 다르다. 뒤늦게 나온 정부 대책이 ‘공공주도’인 반면, 선거과정에서 밝힌 오 시장의 복안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 ‘민간중심’ 접근법이다. 어느 쪽이든 정부와 서울시의 원활한 공조 없이는 진행이 어렵다. 정부에는 법령 집행과 예산 배정의 정책 권한이 있고, 광역 시·도에는 도시행정이라는 고유의 자치권이 있다.

‘세금폭탄’ 논란을 유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재조정 문제는 정부가 키를 쥐고 있다. 반면 35층으로 제한한 아파트 층고나 용적률 완화, 재건축 인허가 절차 등은 서울시 관할 업무다. 하지만 지난해 서초구청의 주택 재산세 감면을 서울시가 가로막았듯이, 서울시 자치행정도 정부가 제동을 걸려면 얼마든지 가능한 게 한국의 행정·법령 체계다. 지난해 6월 극약처방으로 동원된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서울 4개 동에 대한 거래허가제처럼, 시장에게 해제권이 있지만 국토부 장관에게는 재지정권이 있어 권한이 겹치는 업무도 있다.

결국 ‘정부 정책’과 ‘자치 행정’을 서로 존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다만 법령 범위 안이라면 시·도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는 게 풀뿌리 민주주의 선진국들의 일반적 관행이란 점은 자치행정 발전 차원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성난 ‘부동산 민심’을 봤다면 오 시장도 섣부른 결정이 집값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자신의 결정에 대한 책임 또한 무섭다는 사실도 잊어선 안 된다. 이는 부동산만이 아니다.

서울시 안에서도 여당이 절대다수인 시 의회와 오 시장이 제대로 협력해나갈지 의구심이 든다. 시민은 툭하면 싸우는 ‘여의도 정치’만으로도 신물이 난다. 시장과 시의회가, 또 시와 정부가 다투면 집값 안정은 요원할 것이다. ‘선거민심’ 반영 차원에서라도 정부는 서울시의 자치권을 존중해야 한다. 이제는 소속 정당이 달라도 자치행정에서 협력 전통을 쌓아나갈 때도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