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한경DB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으로 재건축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한경DB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주택 관련 업무 보고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정 업무 파악에 나섰다. 오 시장은 선거 공약으로 내건 스피드 주택 공급을 추진할 수 있도록 법규, 절차 등 자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방안을 우선 분류해 세밀한 실행 계획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오 시장이 가장 먼저 부동산 관련 업무 보고를 받은 만큼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와 정비사업 관련 규제 완화 등 민간 주도의 주택 공급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이날부터 각 본부, 실·국의 업무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보고를 받은 곳은 주택건축본부다. 신속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우선적으로 주택 분야 업무 파악에 나선 것이다. 이날 오 시장은 주택건축본부에 “스피드 주택 공급에 대해 법규, 절차 등 자체적으로 빠르게 추진 가능한 부분을 분류해 세밀한 실행 계획을 정례적으로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오 시장은 주택 공급과 관련해 도시계획 규제를 담당하는 도시계획국과 도시재생실, 재산세·주택공시 가격 등을 관장하는 재무국,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안전국 등의 업무 보고도 같이 받았다. 오 시장은 재건축 등 정비사업과 관련해 민간 주도의 공급을 내세워 국토교통부와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주택 공급은 정부와 같은 목표지만 서울시는 민간 주도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지난 11일 오 시장이 서울시 공시가격이 제대로 산정됐는지 재조사 방침을 밝히면서 이날 재무국은 부동산 공시가격도 별도 보고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공시지가를 어느 부분까지 재조사할 수 있고, 공시가 급등으로 시민 불만이 많은 부분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오 시장 임기가 1년3개월 남짓으로 짧아 관련 본부에선 오 시장의 주문대로 관련 정책을 정비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이 내건 부동산·주택 관련 공약을 토대로 서울시 주거지역 용적률 30~100%포인트 상향, 제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 폐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방안, 상생주택(장기전세주택) 7만 가구 공급, 모아주택(500~3000㎡ 소형 재건축 사업) 3만 가구 등 ‘오세훈 표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행 계획이 잇따라 나올 예정이다.

특히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규제 완화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5단지, 여의도 시범아파트 등 민간 재건축 아파트 단지는 사업 추진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커져 벌써 신고가 행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한 용적률 완화 등은 조례 개정 사항이라 시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오 시장이 얼마나 구체적인 실행력을 빨리 내놓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주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급등 추세를 보이자 오 시장은 투기방지대책 방안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했다. 오 시장은 이날 업무 보고 자리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 우려가 있는 지역들은 방지대책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지 세심하게 고민해달라고 했다.

지난 11일 오 시장은 ‘국민의힘-서울시 부동산정책협의회’에서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집값 급등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서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과 각종 규제 완화에 대한 속도 조절 등 다양한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