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CR서 신규 표적 및 파이프라인 공개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놈앤컴퍼니 파멥신 에스티큐브 등은 올해 AACR에서 새로운 면역관문과 이를 표적하는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공개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인체의 면역기능을 활용해 암세포를 공격한다. 면역기능을 방해하는 면역관문(checkpoint)을 억제해 항암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하지만 효과를 보이는 환자가 20~30%에 그친다는 게 한계로 지적된다.
지금까지 승인받은 면역관문억제제가 흔히 표적하는 면역관문은 'PD-1'과 'PD-L1'이다. MSD의 키트루다는 PD-1 계열의 면역항암제 중 대표적인 제품이다. 키트루다의 작년 매출은 약 140억 달러(약 15조원)를 기록했다.
그러나 여전히 기존 면역관문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암종 및 환자들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새로운 면역관문을 찾는 것이다.
지놈앤컴퍼니, T세포의 APP에 결합하는 'CNTN4'
지놈앤컴퍼니는 AACR에서 신규 면역조절 단백질인 'CNTN4'(코드명 GICP-104)의 기전과 이를 표적하는 항체치료제 'GENA-104'의 동물실험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CNTN4는 위암을 포함한 다양한 종양에서 발현된다. 연구진은 삼성의료원(A)과 암유전체지도(B) 데이터를 통해 위암 환자에서 CNTN4의 발현을 분석했다. 그 결과 CNTN4가 많이 발현될수록 위암 환자의 생존율이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정상 조직에서는 CNTN4가 낮은 수준으로 발현됐다.CNTN4의 결합 대상은 T세포에 발현된 아밀로이드전구체단백질(APP)이다. 결합을 통해 결과 인간 및 생쥐의 T세포 활동을 방해했다. APP를 제거한(APP KO mouse) 생쥐 모델에서는 CNTN4과 T세포와의 결합이 덜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CNTN4가 APP와 결합해 T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것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CNTN4를 억제하는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ENA-104'에 대한 연구 결과도 공개했다. GENA-104는 CNTN4과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인간화 단일 항체다. 연구진은 GENA-104가 CNTN4의 과발현을 유도한 대장암 생쥐모델에서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것(A)을 발견했다. 반면 CNTN4의 발현이 없는 대장암 생쥐 모델에서는 종양 성장을 전혀 억제하지 않았다(C). 이는 GENA-104의 면역 조절로 항암 활성을 나타났다는 의미다.
지놈앤컴퍼니는 작년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GENA-104에 대한 생산 및 공정 개발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최적화된 최종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있다.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새로운 표적 및 치료제 연구는 기존의 PD-1 계열 불응환자에게 희소식”이라며 “올해는 지놈앤컴퍼니가 본격적으로 면역항암제의 성과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티큐브, PD-L1과 배타적으로 발현되는 'BTN1A1'
에스티큐브도 새로운 면역관문과 이를 표적하는 항체치료제 후보물질을 공개했다. 'BTN1A1'과 이를 표적하는 항체 ‘hSTC810'이다.BTN1A1은 다양한 암조직에 발현되는 새로운 면역관문 단백질이다. 폐 방광 난소 자궁경부 유방 식도 등 다양한 종약조직에서 발현됐다. BTN1A1은 면역세포에 발현된 결합 대상(리간드)과 특이적으로 결합해 'CD8 T세포'의 활성화를 막는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생체 내 실험 결과 BNT1A1의 발현 정도에 따라 종양 성장이 증가했다(A). 면역을 제거한 생쥐 모델(SCID MICE)에서는 BTN1A1의 발현이 암 성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C).
에스티큐브의 파이프라인인 hSTC810는 BTN1A1를 표적하는 인간화 항체다. BTN1A1과 결합해 BTN1A1리간드와의 결합을 방해한다. BTN1A1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암세포에서 PD-L1과 배타적으로 발현된다는 점이다. 다중 스펙트럼 염색 결과 종양 조직에서 BTN1A1과 PD-L1은 하나만 발현되는 양상을 보였다. PD-L1과 BTN1A1 함께 나타나는 경우에도 세포 단위로 관찰하면 BTN1A1이 있는 위치에 PD-L1이 동시에 발견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BTN1A1은 단일제제뿐 아니라 PD-L1 항체와 병용했을 때도 생쥐 모델에서 효능을 나타냈다. 'MC38'과 'CT26'으로 암을 유발한 생쥐 모델에서 각각의 단독 투여보다 병용이 종양의 성장을 더 억제했다.
에스티큐브는 hSTC810의 임상 1상을 올 4분기에 시작할 계획이다.
파멥신, 골수 유래 면역억제세포에 과발현되는 'VISTA'
파멥신은 'PMC-309'의 기전 및 전임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PMC-309는 신규 면역관문인 ‘비스타(VISTA·V domain Ig containing suppressor of T cell Activation)’를 표적한다.비스타는 골수 유래 면역억제세포인 'MDSC’와 'M2 대식세포' 등에서 과발현되는 면역관문이다. T세포와 결합해 T세포가 종양을 억제하는 기능을 차단한다. PMC-309는 새로운 인간 단일 항체다. 비스타와 특이적으로 결합하며 비스타가 T세포를 억제하는 것을 막는다. AACR 발표에 따르면 PMC-309는 시험관 실험(In vitro)에서 비스타를 억제하며 T세포의 활성을 증가시켰다. PMC-309를 투여했을 때 면역 활성화의 지표인 인터페론 감마(IFN-y) 수치가 평균 0.02 증가한 것이다. PD-1 계열 약물은 IFN-y를 평균 0.002 증가시켰다.
PMC-309는 MDSC와 결합했을 때 식균 작용을 유도해서 MDSC의 수를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또 정상 혈액 및 종양미세환경에서 산도(PH)와 무관하게 비스타와 결합하는 것을 확인했다. 인간화 생쥐모델을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는 PMC-309가 PD-1 계열 약물과 유사한 수준으로 종양을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다. 또 기존 면역항암제와 병용 투여했을 때 더 개선된 효과를 나타냈다.
파멥신은 연내 독성시험을 완료하고 내년에 임상 1상 개시를 목표하고 있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는 “기존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단독 또는 병용 요법으로 사용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드팩토는 신규 표적 단백질을 꺼냈다. 'BAG2'과 'DRAK1'이다. 김성진 메드팩토가 대표가 각각 삼중음성유방암(TNBC)과 자궁경부암(HPV)에서의 작용 기전을 규명한 단백질이다. BAG2는 삼중음성유방암 세포에서 과발현됐다. '카텝신B'의 기능을 조절해 종양 진행을 촉진했다. 메드팩토는 작년 8월부터 BAG2 단백질의 발현율을 측정하는 암 진단키트 ‘MO-B2’도 개발하고 있다.
DRAK1은 ‘종양괴사인자 수용체 관련 인자6(TRAF6)’와 관련 있다. TRAF6는 종양 활성 및 암 전이를 유도하는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자궁경부암 환자에서 TRAF6가 많이, DRAK1은 적게 발현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DRAK1이 TRAF6과 결합하며 동종 올리고머화(homo oligomerization)를 방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궁경부암 세포에서 종양의 성장 및 전이를 억제한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DRAK1을 TRAF6와 관련된 진행성 자궁경부암 치료를 위한 새로운 치료 표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