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민은행 제공
사진=국민은행 제공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의 민주화 시위와 폭력 진압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국민은행이 현지에 직원의 절반을 귀국시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 중 주재원의 ‘일시 귀국’을 추진하는 건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현지 상황이 더욱 악화하면서 진출한 금융사들이 주재원을 귀국시키려는 행렬도 이어질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KB미얀마 은행과 소액대출 법인인 KB MFI 주재원 8명 중 절반인 4명의 일시 귀국을 추진 중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직원의 안전한 보호를 위한 조치”라며 “이들은 현지 상황 원격관리가 가능한 업무 위주로 국내에서 근무하며 미얀마 상황이 안정화할 경우 재출국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이 주재원을 속속 귀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에는 은행 9곳과 보험사 2곳, 여신전문금융사 17곳 등 총 28곳의 국내 금융사가 진출해 있다. 2014년 미얀마 정부가 ‘금융개방’을 선언한 뒤 국내 금융사들은 미얀마를 신남방 거점으로 삼으려는 전략적 목표에 다라 현지에 앞다퉈 진출했다.

최근 미얀마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신한은행 양곤지점에서 근무하는 현지 직원이 총격을 받아 지난 2일 끝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국내 금융사들이 진퇴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도 이달 초 미얀마 전 지역에 대해 “중요한 업무가 없다는 귀국해달라”는 철수권고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금융사들은 최소한의 책임자만이라도 남길 수 있을 정도로 사태가 안정화하길 바랄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주재원을 전부를 당장 철수시켰다간 영업을 유지하라는 군부의 지침에 반하는 것이 되고, 자산 안전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허가를 얻거나 유지해야 하는 라이선스 산업의 특성상 한 번 발을 뺐다간 수십년간 재진출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

금융사의 한 고위 임원은 “한국과 태국이 연이어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8년 국내 금융사들이 태국에서 현지 영업소를 뺀 이후 아직까지 제대로 진출을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에 돌입한 것도 변수로 꼽힌다. 서방세계가 압박 수위를 높일 경우 국내 금융사들도 철수를 종용당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대훈/박진우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