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부채 부담이 폭발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사상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고, 노인 인구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 한국의 인구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장기적인 재정운용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IMF “인구감소 문제 심각”

IMF는 고령화와 관련된 의료비 및 기타 부채가 향후 한국의 재정에 부담이 될 것으로 진단했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아태국 부국장보 및 한국 미션단장은 13일(미국시간) 아시아지역 경제전망 발표 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추가 부채가 발생하더라도 나중에 부채가 폭발하지 않도록 재정 정책을 장기적 틀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화 우려가 반영된 IMF의 부채 전망을 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올해 53.2%에서 2026년 69.7%까지 높아진다. 다른 선진국들이 코로나19로 증가한 부채를 줄이기 시작하는 것과 달리 한국의 부채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바우어 단장은 고령화 대응을 위해 근로자를 위한 더 강력한 안전망, 훈련 및 유연성 강화 등 노동시장 개선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규제 완화 필요성도 언급했다.

실제로 한국은 최근 급격한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등 인구문제를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1인당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를 나타내는 지표인 합계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했다. 2018년 0.98명으로 처음으로 1명 이하로 떨어진 이후 매년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최근 인구추계에 따르면 상황은 계속 악화할 전망이다. 예산정책처는 2040년 합계출산율이 0.73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당 부양인구는 2020년 39.7명에서 2040년 76.1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계속 이어지면 국가 재정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고령자를 위한 복지지출은 법에 근거가 명시된 의무지출이 대부분이라 줄이기 어려운 상황인데 저출산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 국가의 각종 수입은 급감할 것이란 예상이다.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저출산 고령화 정책을 많이 내놨지만 효과성 분석 없이 예산과 사업 수만 늘린 것이 문제”라며 “자녀를 낳고 싶은 사람들이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IMF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 지출은 적절했다고 봤다.

○‘재정체력 소모’ 인정한 정부

정부는 재정건전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 코로나19로 늘어난 재정지출 증가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안도걸 기획재정부 2차관은 “재정 체력이 소모된 것이 사실”이라며 “현재 방역 상황, 경기 흐름, 탄소중립 2050 실현 등 미래 대비 투자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출을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구성한 재정운용전략위원회를 상시 가동해 관련된 이슈를 짚어보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상반기 중 지출구조조정과 제도개선, 재정운용 방향 등이 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전성 관리를 위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재정준칙 통과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안 차관은 “국제 신용평가사가 재정준칙을 만들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을 높게 평가했다”며 “합리적인 내용과 수준으로 재정준칙이 마련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IMF의 나랏빚 지적에 대해선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국의 부채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급등한다는 것은 현실과 다를 것이란 게 기재부의 예상이다. 안 차관은 “IMF는 내년 미국의 지출이 12.3% 줄어들 것으로 가정하고 채무를 예측했지만 최근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지출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나온다”며 “국제 비교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강진규/정의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