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등 세계 유력 인사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백신 특허 효력을 한시적으로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끝내기 위해선 각국이 함께 백신을 맞는 등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유력 인사와 노벨상 수상자 등 175명은 미국 정부에 이런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백신 특허 효력을 멈추기 위해 미국 정부가 긴급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브라운 전 총리를 포함해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70명 넘는 전직 정상이 서한에 서명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석좌교수 등 노벨상 수상자 등도 참여했다.

백신 특허권 효력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건 처음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는 지난해 10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런 내용의 제안서를 냈다. 60개국이 지지 의견을 보냈다.

백신 특허가 무효화되면 개발도상국 등의 제약사는 자유롭게 복제약을 생산할 수 있다. 일부 제약사만 백신을 만들어 공급할 때보다 물량은 늘어난다. 브라운 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누구도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둔 지금이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라고 했다.

현재의 백신 접종 속도라면 최빈국은 2024년께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의 백신난이 계속되면 세계 경제 회복 속도가 늦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들은 “백신 접종으로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 희망이 피어나고 있지만 대다수 국가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세계 백신 공급이 계속 어려워지면 올해만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1조3000억달러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