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중 교통사고 사망 '10만명 당 3.3명'…공존 속도 지켜야[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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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인구 10만명당 3.3명
"속도저감의 정책적 목표·효과 제시해야"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인구 10만명당 3.3명
"속도저감의 정책적 목표·효과 제시해야"
연구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을 포함하는 많은 이의 노력에 힘입어 도시에서의 차량 운행속도가 낮추어졌다. 아무리 명분이 그럴 듯 하다고 해도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정책은 연구자의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데, 지자체의 장이나 정책결정자들의 입장에서는 결코 손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안전을 위해 차량의 운행속도를 낮추는 일은 그만큼 꼭 필요한 일이다.
2019년 기준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1302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3.3명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명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숫자다. 누군가의 부모나 자식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죽는다는 일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충격과 정서적 손실을 동반한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특정한 장소나 여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또 그 사회가 문명사회라면 이 상황을 시급히 개선하고자 할 것이다. 높은 교통사고 사망률이 지속되는 주된 배경은 도시 내에서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의 무신경과 그를 용인하는 도로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시간이 바로 이익과 직결되는 사회다. 회사의 입장에서 하루가 지나면 그만큼 이자가 붙고, 임대료가 지불된다. 개인들에게 이동시간은 노동 및 휴식, 나아가 수면 시간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이 신속하게 목적지로 이동하길 원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매일 3.56명이 목숨을 잃어야 하는 현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 희생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매우 쉬운 대응방법이지만, 아무리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도 문제가 있는 환경요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고 인간의 희생은 계속된다. 마차가 다니던 시대에 비해 속도의 기술적 한계는 사라졌지만, 행태적 한계 그리고 윤리적 한계는 남아있다.
그동안 해왔던 대로 운전하고, 달려온 기존의 행태, 하나의 굳어진 습관을 바꾼 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안전하고 예의바른 운전자의 자세를 갖추는 일이 여러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신속한 교통을 위해서 한 사람의 생명도 손실을 입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함께 인정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거칠고 위험한 운전이 어렵도록 도로환경을 물리적으로 개선해야만 한다. 이는 심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데, 과속을 할 수 있는 도로여건을 방치한 채로 규제속도만 낮추는 경우에는 운전자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시나 마을의 도로들은 단순히 통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많은 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며 단순한 통행이외에도 끊임없는 복합적 활동이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도록 도로의 선형이나 단면, 도로시설 등이 개선되어야만 한다. 우리도시는 공존을 위한 속도와 그를 위한 환경이 필요하다.
한 가지의 목표를 위해 다른 목표를 희생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선택에서 매우 흔하게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신속한 이동'이라는 목표를 위해 생명을 희생해서는 안될 것이다. 많은 국가에서 이른바 비전제로(Vision Zero)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로 인한 희생자를 0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를 위한 전방위적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보행자 교통사고 대책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지만, 항상 일정한 영역에 한정되어온 경향이 있다. 운전자에게 큰 불편을 주는 정책은 피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 차량속도저감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환경 개선을 통해 속도저감의 진정한 정책적 목표와 효과를 명확하게 제시해야한다.
어린이들을 길가에 내보내도 안심이 되고, 휠체어를 탄 친구가 안심하고 장을 보러다니는 환경은 아직도 우리에겐 먼 목표로 인식되고 있다.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와 교차로, 보행약자를 위한 보도, 보행자를 위한 이면도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것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9년 기준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는 1302명으로 인구 10만명 당 3.3명으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명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숫자다. 누군가의 부모나 자식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죽는다는 일은 매우 심각한 사회적 충격과 정서적 손실을 동반한다.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특정한 장소나 여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면, 또 그 사회가 문명사회라면 이 상황을 시급히 개선하고자 할 것이다. 높은 교통사고 사망률이 지속되는 주된 배경은 도시 내에서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들의 무신경과 그를 용인하는 도로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시간이 바로 이익과 직결되는 사회다. 회사의 입장에서 하루가 지나면 그만큼 이자가 붙고, 임대료가 지불된다. 개인들에게 이동시간은 노동 및 휴식, 나아가 수면 시간을 제한하는 요인이 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이 신속하게 목적지로 이동하길 원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 매일 3.56명이 목숨을 잃어야 하는 현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 희생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매우 쉬운 대응방법이지만, 아무리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도 문제가 있는 환경요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고 인간의 희생은 계속된다. 마차가 다니던 시대에 비해 속도의 기술적 한계는 사라졌지만, 행태적 한계 그리고 윤리적 한계는 남아있다.
그동안 해왔던 대로 운전하고, 달려온 기존의 행태, 하나의 굳어진 습관을 바꾼 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안전하고 예의바른 운전자의 자세를 갖추는 일이 여러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신속한 교통을 위해서 한 사람의 생명도 손실을 입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함께 인정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의 거칠고 위험한 운전이 어렵도록 도로환경을 물리적으로 개선해야만 한다. 이는 심리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데, 과속을 할 수 있는 도로여건을 방치한 채로 규제속도만 낮추는 경우에는 운전자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시나 마을의 도로들은 단순히 통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많은 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이며 단순한 통행이외에도 끊임없는 복합적 활동이 일어난다는 점을 고려할 수 있도록 도로의 선형이나 단면, 도로시설 등이 개선되어야만 한다. 우리도시는 공존을 위한 속도와 그를 위한 환경이 필요하다.
한 가지의 목표를 위해 다른 목표를 희생하는 것은 합리적인 의사선택에서 매우 흔하게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신속한 이동'이라는 목표를 위해 생명을 희생해서는 안될 것이다. 많은 국가에서 이른바 비전제로(Vision Zero)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이는 교통사고로 인한 희생자를 0으로 만들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이를 위한 전방위적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보행자 교통사고 대책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왔지만, 항상 일정한 영역에 한정되어온 경향이 있다. 운전자에게 큰 불편을 주는 정책은 피해야만 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 차량속도저감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환경 개선을 통해 속도저감의 진정한 정책적 목표와 효과를 명확하게 제시해야한다.
어린이들을 길가에 내보내도 안심이 되고, 휠체어를 탄 친구가 안심하고 장을 보러다니는 환경은 아직도 우리에겐 먼 목표로 인식되고 있다.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와 교차로, 보행약자를 위한 보도, 보행자를 위한 이면도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개선되어야 할 것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