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내놓은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 설정안이 유럽연합(EU)에서부터 암초에 부딪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의 저세율 법인세 국가들이 (비록 그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미국 정부의 급진적 제안에 화답하고 있지만, 향후 세부 협의에서 분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신호가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말 미국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 계획을 발표한 뒤 조세피난처로 기업들이 몰릴 것을 우려해 140개국에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을 설정하자”는 서한을 보냈다.

EU의 27개 회원국 중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는 아일랜드, 키프로스, 헝가리, 몰타, 룩셈부르크 등이 꼽힌다. FT는 “미국의 제안은 다국적 기업들의 인기 거점이자 세율 자주권을 옹호해온 이들 국가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EU 차원에서 세금 인상이 몇 차례 논의됐지만 일부 국가의 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무산됐다. FT는 대표적인 무산 사례로 EU집행위원회와 아일랜드 정부의 애플 세금 소송을 언급했다.

EU집행위는 2016년 아일랜드를 상대로 ‘애플의 체납 세금 143억유로(약 19조1372억원)를 징수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아일랜드 정부가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EU집행위의 패소로 결론 나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올해 초에도 아일랜드와 몰타 등은 EU의 디지털세 부과 방침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FT는 “이런 불협화음에 골머리를 앓은 EU집행위가 미국의 제안으로 인해 자체적인 세제 개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 환영하는 것”이라면서도 “독일 역시 미국의 제안으로 자국 자동차회사가 타격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등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