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는 융합의 시대입니다. 농경사회에서 필요했던 ‘개미’ 같은 인재보다 여러 지식과 역량을 융합할 수 있는 ‘거미’ 같은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신태균 한국뉴욕주립대 석좌교수(사진)는 15일 인간개발연구원(HDI)이 주최한 기업인 대상 조찬 세미나에서 ‘인재의 반격’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 삼성의 경영혁신 프로젝트인 ‘신경영’ 실무를 담당하고, 삼성그룹의 ‘인재 사관학교’라고 불리는 삼성인력개발원의 최고학습책임자를 지낸 그는 삼성 내 인재 개발의 핵심 인물로 꼽힌다.

신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4차 산업혁명, 인더스트리 4.0 시대에 대비한 ‘인재 4.0’을 길러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산업에 따른 인재상을 4단계로 분류했다. 중공업에 맞춘 인재 1.0이 ‘기능형 인재’, 디지털산업의 인재 2.0은 ‘지식형 인재’,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의 인재 3.0은 ‘창조형 인재’의 시대였다는 것이다. 융합 산업으로 불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융합형 인재’인 인재 4.0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신 교수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융합인재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장 전문가들이 AI로 점점 대체되는 반면, 각각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자동차, 반도체, 소프트웨어 등이 서로 합쳐져 끊임없이 새로운 산업지형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과거에는 자료(data)를 분석해 얻은 인간의 지식이 경영의 핵심이 됐지만, 이제는 빅데이터 그 자체가 경영의 원천이 되는 시대가 됐다”며 “개별적인 지식보다 여러 분야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인재 4.0은 사고방식 역시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단일 제품 중심에서 여러 산업을 잇는 ‘플랫폼’을 먼저 생각하고, 정답부터 찾기보다 질문과 문제를 명확히 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단순한 실행 능력보다 문제해결 과정을 설계하는 능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조망하는 입체적 사고 능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래 인재 개발이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만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신 교수의 지론이다. 삼성그룹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한 것도 미래 인재상에 아낌없이 투자한 덕분이었다는 설명이다.

신 교수는 산업 경계가 무너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들이 ‘초일류’ 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삼성의 인재 개발은 초일류라는 목표를 두고 기존 목표를 뛰어넘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였다”며 “산업 경계가 허물어져 무한 경쟁이 필연적인 만큼 기업들이 다시 초일류 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