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한경DB
올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한경DB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8일 취임한 직후 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오 시장이 선거 과정에서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상계와 잠실, 여의도, 목동 등의 주요 재건축 단지가 사업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상계주공 재건축 단지가 밀집해 있는 노원구는 이번주 2년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과열 조짐을 보이자 토지거래허가제 등 집값 상승 방지책을 놓고 고민에 들어갔다.

노원구 아파트 상승폭 지난주의 두 배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다시 커졌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둘째주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주(12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전주 대비 0.07%였다. 지난주(0.05%)보다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2월 첫째주(0.10%) 이후 상승폭이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오 시장 취임 후 첫 조사인 10주 만에 다시 상승폭이 커졌다. 한국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값은 그동안 세부담 강화, 공급대책 영향 등으로 관망세를 유지해 왔으나 최근 압구정·잠실 등 강남권과 노원, 영등포 등 규제완화 기대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서울은 재건축 아파트 위주로 많이 올랐다. 이번주 노원구 아파트값 상승률은 0.17%로 지난주(0.09%)보다 두 배 가까이 뛰었다. 2018년 9월 셋째주(0.24%) 이후로 134주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노원구 상계동 재건축 아파트 등에 대해 “취임 1주일 안에 안전진단 등 규제 완화에 시동을 걸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최근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상계주공 일대 아파트값이 들썩이고 있다. 상계주공6단지 전용면적 58㎡는 지난달 22일 8억1900만원에 손바뀜했다. 호가(부르는 가격)는 최고 8억6500만원까지 올랐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여의도, 목동 등 재건축 단지도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노원구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은 송파구(0.12%)는 잠실동과 가락동 재건축 위주로 많이 올라 전주(0.10%)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강남구(0.08%→0.10%)와 서초구(0.08%→0.10%)도 각각 압구정동, 서초·방배동 재건축 위주로 많이 상승했다. 양천구(0.07%→0.08%)는 목동 재건축, 영등포구(0.04%→0.07%)는 여의도동 재건축 단지에 매수세가 몰렸다.

서울시, 거래허가 등 규제책 ‘만지작’

재건축을 시작으로 주택 시장이 과열될 조짐을 보이자 서울시는 토지거래허가제 등 집값 억제책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당장 오는 6월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토지거래허가제가 만료된다. 서울시는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강남구청과 송파구청, 부동산원 등에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늦어도 내달 말~6월 초 도시계획위원회에 해당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호가가 수억원씩 급등하고 있는 압구정과 여의도 등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새롭게 지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나서는 시점과 동시에 해당 단지의 거래를 묶는 등 ‘투트랙’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 차원의 추가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시 상승폭을 확대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렵게 안정세를 잡아가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오 시장은 시 도시계획국으로부터 ‘2040서울플랜’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았다. 당초 35층 층고 규제완화 등이 다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한강변 아파트의 높이를 최대 50층까지 높일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서울시는 오는 6월까지 계획안을 보완해 이르면 7월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