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삼성전자 高배당이 안타까운 이유
삼성전자가 오늘(16일) 주주에게 주당 1932원씩, 총 13조1242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 사상 최대 규모다. ‘동학개미’ 주주 214만 명도 1인당 평균 35만원을 받는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3분기에 지급한 중간배당까지 합하면 2020년 사업연도에 푼 배당금 총액은 20조3380억원이다. 전년보다 10조719억원(111%) 많은 금액이다.

이런 역대급 배당은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위기에도 전년보다 21% 늘어난 26조908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수출 첨병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일궈낸 성과물이다. 배당 과실의 55%가 외국인 주머니로 들어간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지만, 동학개미(지분율 6.5%)도 두둑한 보상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사업보고서에서 배당과 관련해 “제품 및 사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주주환원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고배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 동학개미 등 변화된 시장 환경에 대응한 ‘화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주주환원에 박수를 쳐야 하는지는 냉정히 짚어 봐야 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책’이 아니라 ‘차선책’으로 내몰린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주주가치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가 자기자본이익률(ROE)이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주주자본)을 사용해 어느 정도 이익을 올리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한마디로 기업의 이익창출능력을 말한다.

경영자들은 이익잉여금(자기자본에 포함)을 신사업 등에 투자해 지금보다 높은 ROE를 거둘 수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를 확대해 ROE를 높일 것이다. 주주가치를 높이는 정공법이다. 그런데 높은 ROE를 기대할 수 없고, 마땅한 투자처도 찾지 못해 잉여금을 쌓아두기만 하면 자기자본이 비대해져 ROE가 낮아진다. 이럴 땐 차선책으로 잉여금을 배당하거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의 주주환원책을 편다. 삼성전자가 순이익의 78%(배당성향)를 주주에게 돌려준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한국 10대 기업의 배당성향은 2015년 17.1%에서 2019년 41.3%로 높아지는 추세다. 그에 반비례해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은 코로나19의 최대 수혜 기업이다. ‘집콕’에 따른 택배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84% 늘어난 213억달러(약 24조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만큼 벌었지만 배당은 한 푼도 하지 않았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창립 후 배당을 해본 적이 없다. 주주환원이라고는 2012년 9억달러어치 자사주를 매입한 게 전부다. 그렇다고 아마존 주주들이 뿔났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아마존은 배당할 돈으로 클라우드서비스, 인공지능(AI), 우주산업 등 신사업에 잇따라 진출하며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주주들은 배당 한 푼 받지 못했지만, 주가 상승으로 그 이상의 보상을 받고 있다.

우리 경영자도 이런 진리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 막상 투자하려 해도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게 기업인들 얘기다. 오죽하면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한국에서 돈 안 벌어도 좋으니 머리에 띠 두르고 반대하는 사람을 만들지 말자”고 했을까. 기업을 옥죄는 규제법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특히 노골적인 반(反)시장·친(親)노조 정책에 대기업의 투자 의욕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노조의 완력, 정치권의 호통, 정서법에 기댄 사법부의 칼날이 난무하는 숨 막히는 경영 환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라는 압박을 받으면 현금배당을 늘리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고배당이 안타까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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