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주사이자 투자 전문회사인 SK㈜가 전기차 급속 충전기 선도 기술을 보유한 시그넷EV 경영권을 인수한다.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로 꼽히는 충전 문제를 SK가 직접 풀기 위해서다. 전기차 보급이 빨리지면 SK그룹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매출 증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전망이다. SK㈜는 또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히고 있는 볼보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 지분 투자에도 나서 전기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SK㈜는 시그넷EV 지분 55.5%를 2930억원에 인수한다고 15일 공시했다. 시그넷EV 구주 및 신주를 포함, 전환우선주 약 754만주를 취득한다.

시그넷EV는 시그넷시스템으로부터 전기차용 충전기 제조 사업이 인적 분할돼 2016년 설립된 회사다. 초고속 급속충전 분야에서 기술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 회사가 개발한 350KW 급속 충전기는 2018년 세계 최초로 미국서 초급속 충전 인증을 획득,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급속 충전기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지난해 매출 618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의 실적을 거뒀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전기차 보급으로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가 글로벌 리서치 업체에 의뢰해 집계한 시장 전망치에 따르면 향후 10년 간 세계 충전기 시장은 연평균 약 2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올해 약 33억달러(3조7000억원)에서 2030년 220억달러(2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전기차 소비자들이 ‘빠른 충전’을 원하는 만큼, 전기차 충전 시장도 급속 충전기 위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는 시그넷EV를 통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기차 충전 사업을 확장해 빠르게 늘고 있는 급속 충전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10분 안팎 충전하면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의 약 80%를 급속 충전하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계열사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 SK텔레콤의 정보통신 기술 등을 접목할 예정이다. 현재 충전기와는 완전히 새로운 충전기를 내놓는다는 목표도 세웠다. “향후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까지 내다보고 투자하는 것”이라고 SK 관계자는 설명했다.
SK㈜는 또 지난달 중국 지리자동차그룹과 조성한 3억달러 규모의 ‘뉴모빌리티 펀드’를 통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에 6000만달러를 투자키로 했다. 폴스타가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5억5000만달러 중 일부로 참여한다.

폴스타는 자동차 브랜드 볼보가 전략적으로 육성중인 고성능 전기차 제조사다. 2019년 하이브리드 전기차 폴스타1을 내놨고, 지난해 순수 전기차 폴스타2를 유럽과 중국에서 출시했다. 최근 북유럽 일부 국가에서 테슬라 동급 모델보다 더 많이 팔리는 등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폴스타2의 지난해 판매량은 목표치 2만대를 넘어섰다. 제품군 확대와 함께 연 10만대 이상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재 중국에서 공장을 증설 중이다.

SK㈜ 관계자는 “시그넷EV 인수, 폴스타 투자 등을 통해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의 핵심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