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면 5천만원 준다는데…개발자들 "일이 손에 안잡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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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라도 모셔오라"…고연봉에도 수백명씩 채용
"개발자는 IT 분야지만 사실상 '예술'의 영역"
"천재 예술가 같은 IT 인재 확보 위한 경쟁"
"내부 개발자 이탈 막으라는 윗선 지시도 내려와"
"개발자는 IT 분야지만 사실상 '예술'의 영역"
"천재 예술가 같은 IT 인재 확보 위한 경쟁"
"내부 개발자 이탈 막으라는 윗선 지시도 내려와"
취업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열풍이 거세다. 과거 많아봤자 수십 명 내외의 일반적 채용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수백 명에서 천명 가까이, 그 규모가 대폭 확대됐다. 이 같은 대규모 채용을 두고 "파격적이다", 혹은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이직이 잦은 개발자들의 특성상 기업 입장에서 '옥석 가리기'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크래프톤은 개발자에게 자율성을 대폭 부여했다. 직원이 직접 제작하고 싶은 게임을 기획·개발할 수 있는 '챌린저스실'을 신설한 것은 물론 1인 또는 자율적으로 구성한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른바 '꼰대 개발자'들이 주도하는 '답정너' 제작이 아닌, 젊은 감각을 소유한 개발자들의 '끼'를 이끌어내겠단 전략이다. 김창한 대표는 이번 대규모 인재 영입을 '제작의 명가' 건설을 위한 신호탄이라고 개발자에게 힘을 실었다.
지난 14일에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채용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가전(CE)과 모바일(IM) 부문의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와 생활가전 사업부, 무선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는 물론 연구부문인 삼성리서치와 글로벌기술센터를 망라해 채용한다.
개발자를 중시하는 삼성전자의 채용은 인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단행한 올해 임원 인사에서 소프트웨어 분야 승진자를 전년도 10명에서 21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렸다. 전사적으로 개발자의 기를 살려주려는 분위기다.
특히 반도체뿐만 아니라 가전과 모바일 등 세트 부문에서도 갈수록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중시되면서 결국 우수 개발자 확보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이번 대규모 채용의 배경이 됐다 분석이다.
개발자들이 '슈퍼 을(乙)'로 부상하자 네이버는 아예 연중 상시 채용 체제로 전환한 것은 물론 '비전공자 육성'이라는 파격적인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채용규모는 무려 9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 개발자 채용이다. 이밖에도 카카오와 라인, IT 서비스 중요성이 높아진 유통업계의 마켓컬리와 배달의 민족 등 개발자들의 선택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인 기업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5조원에 달하는 실탄을 채운 쿠팡이 꼽힌다.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은 앱(운영프로그램)과 개발자의 중요성을 빨리 알아차린 기업으로 손꼽힌다. 그 결과, 신입 개발자 '초봉 6000만원 시대'를 열며 적극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섰다.
신입뿐 아니라 경력직 확보에는 더욱 공격적이다. 5년차 이상 개발 경력직 채용에는 입사 보너스 5000만원을 내걸며 모시기에 나섰다. 이같이 공세를 펼친 결과, 최근 삼성전자 인공지능(AI) 담당 임원을 영입하며 IT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봉뿐 아니라 후생복지도 챙긴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판교에 개발자를 위해 '스마트 워크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판교를 떠나기 싫어하는 개발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조치란 후문이다.
아울러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인 이커머스 기업 티몬이 올해 들어 전 부문을 대상으로 세 자릿수의 수시 채용을 했고,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 역시 IT 개발 직군 중심으로 인력 채용을 했다.
기존 유통기업들도 IT부문 조직 개편과 개발자 확충에 나섰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거느린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창사 후 처음으로 최고데이터책임자(CDO)를 선임했다. 홈쇼핑 사업이 주축인 GS샵의 경우 전 직원의 약 20%가 IT 엔지니어인 상황이다.
특히 게임업계 '대장주'로 꼽히는 엔씨는 전 개발직 직군에 1300만원씩 올린 데 이어 '대졸초임제(공채 시 직군별 신입직원 연봉 동일) 폐지'라는 초강수까지 뒀다. 능력만 좋으면 돈을 더 주고서라도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개발자 이직 릴레이가 가속화되면서 역량을 갖춘 지원자들의 게임업계 쏠림현상이 우려되자 우수 개발자 지키기와 타사의 인재를 동시에 데려오려는 투트랙 카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포털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개발자는 "게임업계에서 더 대우해주겠다는데 우리가 여기에 있을 이유가 뭐가 있나"라면서 "돈도 좋지만 워라밸을 좀 찾고 싶은데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일부 마음이 뜬 개발자들의 업무 효율이 전과 같지 않다"며 "진행하던 중요 프로젝트가 다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이직 의사를 밝혀 허탈했지만 이해도 됐다. 주말도 없이 일하는 개발자들이 많은데, 돈이라도 더 받고 싶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 접촉'이 늘어난 것도 개발자 채용 열풍에 불을 붙였단 분석이다. 한 IT 업체 채용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개발자 수요가 폭증해 이런 현상이 있을 거라는 얘기는 지난해 가을부터 떠돌았다"며 "한 명이 아니라 2~5명씩 팀 단위로 옮겨가는 사례도 적지 않아 넉넉히 뽑아둬야 한다는 위기감이 대규모 채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개발자는 IT 분야지만 사실상 '예술'의 영역"이라며 "특정 예술 분야에서 엄청난 재능을 가진 천재들 있지 않나, 대규모로 뽑아서 일을 같이 해본 다음 정말 우리 회사와 맞고 실력 좋은 '옥석 가리기'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알렸다.
판교의 한 게임업체 인사팀 관계자는 "회사 내 다양한 직군 중에서 개발자들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데 아이러니하게도 근속 연수는 가장 짧다"며 "한 번 퇴사를 했다가 돌고 돌아 재입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물론 연봉은 전에 있을 때보다 아주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발자들의 연쇄 이동은 보상 업무 담당자들에게도 큰 숙제"라며 "얼마를 어떻게, 또 어떤 복지를 제공해야 붙잡을 수 있을지 대책을 강구하라는 윗선의 지시도 내려온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발자는 "야구계에서는 '지옥에 가서라도 좌완 강속구 투수를 데려오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인데 요즘 그런 대우를 받는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강경주/오정민 기자 qurasoha@hankyung.com
크래프톤 700명! 네이버 900명!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 개발사 크래프톤은 전날 공채와 수시를 통해 연간 700명 규모의 채용에 나선다고 밝혔다. 모집 분야는 ▲PD ▲테크 ▲아트 ▲챌린저스실 ▲UX/UI ▲IT 인프라 ▲AI ▲사업 ▲지원조직 등 전 부문에 걸쳐 있지만 회사 측은 개발직군의 신입사원 초봉을 6000만원으로 책정하면서 비개발 직군의 5000만원과 차별화를 뒀다. 개발자를 중시하는 회사 방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크래프톤은 개발자에게 자율성을 대폭 부여했다. 직원이 직접 제작하고 싶은 게임을 기획·개발할 수 있는 '챌린저스실'을 신설한 것은 물론 1인 또는 자율적으로 구성한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른바 '꼰대 개발자'들이 주도하는 '답정너' 제작이 아닌, 젊은 감각을 소유한 개발자들의 '끼'를 이끌어내겠단 전략이다. 김창한 대표는 이번 대규모 인재 영입을 '제작의 명가' 건설을 위한 신호탄이라고 개발자에게 힘을 실었다.
지난 14일에는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규모 채용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가전(CE)과 모바일(IM) 부문의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와 생활가전 사업부, 무선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는 물론 연구부문인 삼성리서치와 글로벌기술센터를 망라해 채용한다.
개발자를 중시하는 삼성전자의 채용은 인사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단행한 올해 임원 인사에서 소프트웨어 분야 승진자를 전년도 10명에서 21명으로, 2배 이상으로 늘렸다. 전사적으로 개발자의 기를 살려주려는 분위기다.
특히 반도체뿐만 아니라 가전과 모바일 등 세트 부문에서도 갈수록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중시되면서 결국 우수 개발자 확보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이번 대규모 채용의 배경이 됐다 분석이다.
개발자들이 '슈퍼 을(乙)'로 부상하자 네이버는 아예 연중 상시 채용 체제로 전환한 것은 물론 '비전공자 육성'이라는 파격적인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채용규모는 무려 9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 개발자 채용이다. 이밖에도 카카오와 라인, IT 서비스 중요성이 높아진 유통업계의 마켓컬리와 배달의 민족 등 개발자들의 선택지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커머스로 판 바뀐 유통가도 인력 블랙홀…삼성전자 인력도 빼간 쿠팡
개발자 품귀현상은 비단 IT업계 만의 일이 아니다. 구조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중심으로 바뀌면서 유통업계도 '개발자 블랙홀'의 한 축이 됐다. 기존 오프라인 중심 유통기업은 디지털전환(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이커머스 기업은 앞선 서비스를 위해 개발자 모시기에 돌입했다.대표적인 기업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5조원에 달하는 실탄을 채운 쿠팡이 꼽힌다.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은 앱(운영프로그램)과 개발자의 중요성을 빨리 알아차린 기업으로 손꼽힌다. 그 결과, 신입 개발자 '초봉 6000만원 시대'를 열며 적극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섰다.
신입뿐 아니라 경력직 확보에는 더욱 공격적이다. 5년차 이상 개발 경력직 채용에는 입사 보너스 5000만원을 내걸며 모시기에 나섰다. 이같이 공세를 펼친 결과, 최근 삼성전자 인공지능(AI) 담당 임원을 영입하며 IT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봉뿐 아니라 후생복지도 챙긴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판교에 개발자를 위해 '스마트 워크 스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판교를 떠나기 싫어하는 개발자들의 특성을 반영한 조치란 후문이다.
아울러 올해 상장을 추진 중인 이커머스 기업 티몬이 올해 들어 전 부문을 대상으로 세 자릿수의 수시 채용을 했고,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쇼핑몰 SSG닷컴 역시 IT 개발 직군 중심으로 인력 채용을 했다.
기존 유통기업들도 IT부문 조직 개편과 개발자 확충에 나섰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을 거느린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창사 후 처음으로 최고데이터책임자(CDO)를 선임했다. 홈쇼핑 사업이 주축인 GS샵의 경우 전 직원의 약 20%가 IT 엔지니어인 상황이다.
코로나 언택트로 수요 폭발…개발자 공급 부족
개발자의 몸값이 높아진 배경에는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다. 지난달 1일 넥슨이 개발직군 직원 연봉을 일괄 800만원 인상하면서 쏘아올린 연봉 인상 경쟁은 넷마블·당근마켓·컴투스·게임빌·크래프톤·조이시티가 600만~2000만원 연봉 인상 릴레이에 나서는 등 업계 전반으로 확산됐다.특히 게임업계 '대장주'로 꼽히는 엔씨는 전 개발직 직군에 1300만원씩 올린 데 이어 '대졸초임제(공채 시 직군별 신입직원 연봉 동일) 폐지'라는 초강수까지 뒀다. 능력만 좋으면 돈을 더 주고서라도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개발자 이직 릴레이가 가속화되면서 역량을 갖춘 지원자들의 게임업계 쏠림현상이 우려되자 우수 개발자 지키기와 타사의 인재를 동시에 데려오려는 투트랙 카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포털업계에 몸담고 있는 한 개발자는 "게임업계에서 더 대우해주겠다는데 우리가 여기에 있을 이유가 뭐가 있나"라면서 "돈도 좋지만 워라밸을 좀 찾고 싶은데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의 한 프로젝트 매니저는 "일부 마음이 뜬 개발자들의 업무 효율이 전과 같지 않다"며 "진행하던 중요 프로젝트가 다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이직 의사를 밝혀 허탈했지만 이해도 됐다. 주말도 없이 일하는 개발자들이 많은데, 돈이라도 더 받고 싶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확산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비대면 접촉'이 늘어난 것도 개발자 채용 열풍에 불을 붙였단 분석이다. 한 IT 업체 채용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개발자 수요가 폭증해 이런 현상이 있을 거라는 얘기는 지난해 가을부터 떠돌았다"며 "한 명이 아니라 2~5명씩 팀 단위로 옮겨가는 사례도 적지 않아 넉넉히 뽑아둬야 한다는 위기감이 대규모 채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개발자는 IT 분야지만 사실상 '예술'의 영역"이라며 "특정 예술 분야에서 엄청난 재능을 가진 천재들 있지 않나, 대규모로 뽑아서 일을 같이 해본 다음 정말 우리 회사와 맞고 실력 좋은 '옥석 가리기'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알렸다.
판교의 한 게임업체 인사팀 관계자는 "회사 내 다양한 직군 중에서 개발자들의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데 아이러니하게도 근속 연수는 가장 짧다"며 "한 번 퇴사를 했다가 돌고 돌아 재입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물론 연봉은 전에 있을 때보다 아주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개발자들의 연쇄 이동은 보상 업무 담당자들에게도 큰 숙제"라며 "얼마를 어떻게, 또 어떤 복지를 제공해야 붙잡을 수 있을지 대책을 강구하라는 윗선의 지시도 내려온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발자는 "야구계에서는 '지옥에 가서라도 좌완 강속구 투수를 데려오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인데 요즘 그런 대우를 받는 기분이 든다"고 전했다.
강경주/오정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