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 및 5개 부처 장관 개각,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보면 안도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1년에 대한 걱정부터 앞선다.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통렬한’ 반성보다는 어떻게든 국정 기조를 계속 끌고 가겠다는 대통령과 여당의 ‘오기(傲氣)’가 읽혀서다.

일단 ‘화합형’ 카드로 당내 비주류이며 영남 출신인 김부겸 총리 후보자를 전면에 내세우고, 관료 출신을 장관에 발탁하고, 비문(非文)인 이철희 정무수석을 기용한 것 등은 기존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관행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평가해 줄 만하다. 김 총리 후보자는 개각 발표 후 일성으로 ‘협치’와 ‘국정 쇄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개각은 그간 정부가 역점을 둬 추진해온 국정과제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단행됐다”(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는 설명에서 보듯, 청와대는 국정 기조를 바꿀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여당에서도 ‘개혁 기조 유지’를 역설해 온 대표적 친문 인사가 원내대표로 선출돼 당정 간 엇박자를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내달 2일 당 대표 선거 후보자들까지 친문 일색이고 보면, 대체 왜 선거 후 여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더 낮은 자세로와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국정에 임하겠다”(문재인 대통령)거나 “철저히 성찰하고 혁신하겠다”(김태년 당 대표대행)는 반성이 무슨 의미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강성 지지층이 주장하는 “개혁이 지지부진해서 졌다”는 ‘궤변’을 민심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민주당이 선거에 진 이유는 명확하다. 엠브레인 등 4개 여론조사업체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참패 이유로 응답자의 80%가 “여당이 잘못해서”라고 답했다. 뭘 잘못했는지에 대해서는 △주택·부동산 정책 실패(43%) △일방적 정책 추진(15%) 등을 꼽았다. 선거 결과는 집값 폭등, 고용 참사 등 국정 실패를 반성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경고란 얘기다.

어제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취임 후 최저인 30%까지 떨어졌다. 민심이 떠나고 레임덕이 왔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문 대통령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이를 피할 수 있는 길이 있다. 4년 전 취임사에서 언급했듯이 공평·공정·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분열의 정치를 끝내고, 인재를 널리 두루 구하며, 경제와 민생을 제대로 챙기면 된다. 이런 근본적인 전환이 없으면 아무리 사람을 바꾼들 소용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