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창업자(이사회 의장)를 그룹의 실질적 지배자로 간주하고, 총수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 논리는 형평성이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감시 대상에서 제외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네이버 사례가 주요 근거로 꼽힌다. 이해진 창업자(글로벌투자책임자)도 지분율 3.72%(18일 기준)에 불과하지만 ‘네이버그룹’의 총수로 지정됐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국내 공정거래법보다 훨씬 강한 감시를 받고 있으므로, ‘이중 규제’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쿠팡은 상장과 함께 미 연방 규정(CFR)의 적용을 받고 있다.

CFR은 공정거래법에 비해 규제 범위가 넓고, 처벌 강도도 높다. 특수관계인의 범위만 해도 CFR은 회사 5% 주주 및 임원과 이들의 가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감시 대상은 그룹 총수 및 임원과 이들의 가족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시 내용에서도 CFR은 특수관계인이 해당 거래에 대해 어떤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돼 있는 데 비해 공정거래법은 거래 개요만 공시하면 된다”고 말했다.

쿠팡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상장 보고서에서 김 의장 동생 등이 회사와 어떤 관계이며, 연봉이 얼마인지를 상세히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쿠팡이 총수 지정을 강하게 거부하는 또 다른 배경은 노동단체 및 소비자단체들의 표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등 복수의 노동단체들은 쿠팡 물류센터 내 근로자 사망과 관련해 ‘과로사’라고 주장하며 쿠팡을 집중 타깃으로 삼고 있다. 근로자 수 5만여 명에 달하는 쿠팡을 노조 세력권으로 넣자는 셈법이다.

국회의 ‘호통 사정권’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쿠팡으로선 골칫거리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규제는 부패 등 사고가 발생하면 사후에 강하게 징벌하는 데 비해 공정거래법 등 국내 규제는 사전에 촘촘하게 검열하는 방식”이라며 “스타트업은 국회 노조 등의 타깃이 되면 혁신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