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끊이지 않는 2021년도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한 움직임이 여야 정치권에서 진행돼 주목된다. 올해 공시가는 14년 만에 최대폭(19.08%)으로 오른 데다, 4만 건에 달하는 이의신청이 보여주듯이 납세자의 불만과 원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의신청이 4년 새 30배 늘어났다면 제대로 된 행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시·도지사 5명이 어제 모여 공시가 산정에 최소한 지방자치단체장이 권한을 갖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 눈길을 끈다. 공시가가 지자체 소관의 재산세 부과 기준이란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물론 공시가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 과표 기준인 동시에 건강보험료와 각종 부담금 산정의 잣대도 된다. 그만큼 중앙정부가 좀 더 책임 있게 수행했어야 하는 행정인프라다.

근본 문제는 국토교통부가 한국부동산원을 앞세워 전권을 휘둘러온 공시가격 산정이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고무줄’ ‘깜깜이’란 비판 속에 조세저항과 행정 불신을 초래한 만큼 어떤 식으로든 개선이 불가피하다. 공시가 산정 같은 국민생활 밀착형 행정을 중앙 정부의 주무 부처와 지방자치행정의 실무를 담당하는 시·도가 공조해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인다면 여야를 떠나 민생을 위한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공시가 관련 제도 개선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안정 태스크포스’에서도 과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집값 급등에는 정부·여당 책임이 큰 만큼 공시가 재산정 차원을 넘어선 제도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 아울러 조세 법률주의에 어긋나는 정부의 ‘월권 행정’도 차제에 재정비해야 한다. 시가의 90%까지 공시가에 반영하겠다는 계획과 과표 산정 때 공시가 반영비율인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등 국회 ‘법률’에 의하지 않은 국민 세부담 증대안이 그런 사례다.

집값과 세부담 문제를 여야 모두 핵심 현안으로 삼은 것은 환영할 만하다. 특히 여당은 1주택자의 급증한 세부담을 전반적으로 손보겠다고 하니 실효성 있는 대책을 조기에 내놓기 바란다. 국토부는 이제라도 들쭉날쭉 공시가 산정 기준을 자세히 공개하고, 오류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서울 등 5개 시·도의 ‘공시가 지자체 참여 요구’ 정도는 정부가 바로 수용 못할 이유가 없다. 공시가 신뢰 회복이 거듭된 헛발 정책으로 난마처럼 얽히고 뒤틀린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는 단초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