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칼 뺐지만 휘두를 곳 없어"…정부도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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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덜컥 ‘거래소 폐쇄 검토’
우왕좌왕하다 혼란만 키워
업계 “법 만들어 규제해 달라”
정부 “그럼 암호화폐 인정하는 셈”
해외서도 제도권 편입·금지 엇갈려
우왕좌왕하다 혼란만 키워
업계 “법 만들어 규제해 달라”
정부 “그럼 암호화폐 인정하는 셈”
해외서도 제도권 편입·금지 엇갈려
암호화폐 투자 광풍에 대응하는 정부의 사령탑은 국무조정실이다. 국내 암호화폐 대책 주무부처는 ‘1차 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7년 금융위원회와 법무부가 차례로 맡았다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검토’ 발언 등으로 혼선이 커지자 국무조정실이 떠맡았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 “시장 상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법무부가 주무부처가 됐다가 다시 경제부처도 아닌 국무조정실로 바뀐 것은 난센스”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하지만 임시방편에 가까웠던 ‘국조실 컨트롤타워 체제’는 5년째 이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되 암호화폐 투기는 근절한다”는 모호한 기조도 그대로다.
최근 암호화폐 거래가 폭증하면서 집중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투자자 보호’ 문제는 특금법으로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입출금을 일시 중단하거나, 서버 폭주로 거래가 지연됐을 때도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정부의 인식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고민은 있다. 암호화폐 거래를 어떻게 감독하고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아직 없다 보니 우리가 먼저 방침을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암호화폐 거래를 직접 감독·규제하겠다고 방침을 정하면 곧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정식으로 인정하겠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우려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지금 규제 틀을 그대로 두고 정부가 임시방편적으로 ‘강경 대처’ 엄포만 놓기보다 업권법을 만들어 양성화 규제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코인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놓고 갈팡질팡하기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업계는 비트코인이 “가치저장 기능이 있는 디지털 금(金)”이라고 주장하고, 정부와 중앙은행은 “내재가치가 없는 투기적 자산”으로 판단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은행이 ‘스테이블 코인(가격 변동성을 줄인 코인)’으로 지급결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일본은 암호화폐거래소의 이용자 보호 의무를 법에 담는 등 일부 전향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코인에 대한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암호화폐 거래를 양성화하면 투기 열풍이 더 거세지고, 강하게 억누르면 정치적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투자자의 60%는 20~30대로, 이들은 코인 투자를 ‘계층 이동의 마지막 사다리’로 여기며 절실하게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빈난새/이인혁 기자 tardis@hankyung.com
정부, 코인에 ‘무딘 칼’ 휘두르는 이유
19일 공개된 정부의 암호화폐 특별단속 계획은 선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지난 7일 발표한 불법거래 단속 방침과도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다. 주요 암호화폐거래소 관계자들은 “정부 방침을 뉴스로 접했지만 연락받은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한국인이 거래하는 암호화폐가 매일 20조원어치 이상으로 불어났지만 정부는 암호화폐를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입장 자체를 명확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현재 암호화폐와 관련한 법 규정은 지난달 25일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유일하다. 특금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지침에 따라 암호화폐거래소에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지운 수준이다.최근 암호화폐 거래가 폭증하면서 집중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투자자 보호’ 문제는 특금법으로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예컨대 거래소가 일방적으로 입출금을 일시 중단하거나, 서버 폭주로 거래가 지연됐을 때도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정부의 인식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업계 “법 만들어 제대로 규제해 달라”
암호화폐거래소 모임인 한국블록체인협회는 특금법에 이어 ‘업권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법적 개념을 명확히 하고,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보호장치를 법에 담아 “제대로 규제해 달라”는 것이다. 협회는 지난 9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암호화폐 업권법의 구체적 방향을 제안하는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행사에 참석한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업권법을 만들 계획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맥 빠지게 끝났다.정부도 고민은 있다. 암호화폐 거래를 어떻게 감독하고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아직 없다 보니 우리가 먼저 방침을 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암호화폐 거래를 직접 감독·규제하겠다고 방침을 정하면 곧 암호화폐 시장을 제도권으로 정식으로 인정하겠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우려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지금 규제 틀을 그대로 두고 정부가 임시방편적으로 ‘강경 대처’ 엄포만 놓기보다 업권법을 만들어 양성화 규제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정부도 고심에 빠져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코인 수×가격)이 2조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지만, 당국 규제는 언제나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인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18일 5만9000달러대에서 한 시간도 안 돼 5만1000달러대로 14% 폭락했다. 미국 재무부가 금융권을 대상으로 암호화폐를 이용한 돈세탁을 조사할 것이라는 미확인 소문이 SNS로 번진 여파라고 외신들은 전했다.코인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를 놓고 갈팡질팡하기는 해외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업계는 비트코인이 “가치저장 기능이 있는 디지털 금(金)”이라고 주장하고, 정부와 중앙은행은 “내재가치가 없는 투기적 자산”으로 판단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다만 미국은 은행이 ‘스테이블 코인(가격 변동성을 줄인 코인)’으로 지급결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일본은 암호화폐거래소의 이용자 보호 의무를 법에 담는 등 일부 전향적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코인에 대한 정부의 어정쩡한 입장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암호화폐 거래를 양성화하면 투기 열풍이 더 거세지고, 강하게 억누르면 정치적 후폭풍을 감수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 투자자의 60%는 20~30대로, 이들은 코인 투자를 ‘계층 이동의 마지막 사다리’로 여기며 절실하게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빈난새/이인혁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