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한 것은 규제에 대한 불안심리, 급등으로 인한 조정, 중국 일부 지역의 정전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물론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가격이 지난 18일 15% 가까이 급락했다. 코인베이스 상장 이후 6만4000달러까지 상승하면서 최고점을 찍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5만7000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지난주 장중 최고금액보다 12% 하락했다.

암호화폐는 자산을 매입하거나 매도하는 사람이 명확하지 않아 원인에 대한 분명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면서도 다양한 이유로 인해 가격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규제 불안심리가 하락 부추겼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은 것은 규제에 대한 불안심리다. 개인은 물론 기관 투자자들도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면서 세계 규제기관들은 암호화폐를 규제하는 방안에 관심을 쏟고 있다.

터키 중앙은행은 오는 30일부터 암호화폐를 상품이나 서비스 결제수단으로 쓰는 것을 금지한다고 16일 발표했다. 결제서비스 회사가 암호화폐 플랫폼과 관련한 거래를 하는 것도 금지된다.

미국 재무부가 암호화폐를 이용한 자금세탁을 단속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에 대해 재무부는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계획처럼 국가별 중앙은행이 디지털화폐를 만드는 것도 암호화폐 시장에는 악재로 분석했다. 저렴한 전기값 때문에 오랜 기간 암호화폐 채굴 지역으로 주목받았던 내몽골 지역에서 암호화폐 채굴이 금지된 것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자산운용사 ERShares의 에바 아도스 최고투자전략가는 "더 많은 규제가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상당히 큰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 일부 지역 정전도 가격 하락 원인 지목

코인베이스 상장으로 지나치게 과열됐던 시장이 정상 궤도로 돌아갔다는 분석도 나왔다. 갤럭시디지털 창업자인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번 가상화폐 급락에 대해 "시장이 너무 과열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상장을 앞두고 비트코인, 리플, 도지코인 등의 가격이 뛰었고 이는 너무 일방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가격 하락은 당연한 것이고 이로 인해 오히려 시장이 더 건전해졌다는 것이다.

다른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도 높다. 코인데스크는 지난 17일 중국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정전 때문에 비트코인 채굴에 문제가 생겼고 가상화폐 네트워크 처리 능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주말이라는 시기적 요인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 암호화폐는 주식시장이 문 닫는 주말에도 거래가 이뤄진다. 이런 이유로 주말 변동폭이 높다. 가격이 떨어지면서 매도세로 돌아섰고 주말 효과와 만나 하락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2017년 가격폭락 다시 오나

암호화폐 가격이 떨어져 주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말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당시 1만9000달러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말 400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번 가격 하락은 당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비트코인 가격이 많이 하락했지만 올해 1월보다 93% 높은 수준이다. 이더리움은 올해 200% 이상 급등했다.

하지만 앞으로의 가격 예측은 쉽지 않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가격을 예측할 만한 지표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가 가상화폐 매입에 나설지, 대규모 투자자가 매도할지 등은 모두 추정일 뿐이다. 플립사이드크립토 연구소에 따르면 2% 미만의 사용자가 암호화폐 공급량의 95%를 점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투자자의 움직임이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많이 들어왔다는 점에서 2017년과 지금은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은 고객들에게 암호화폐 자산 투자 상품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