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로자에게 학자금이나 명절 선물 등을 주기 위해 운영하는 사내복지근로기금은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 대상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사내복지근로기금은 전문투자자가 아니라 일반투자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사가 위험성이 높은 상품을 추천해 원금에 손해를 입혔다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한국도로공사 사내근로복지기금이 미래에셋증권·유진자산운용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투자 손실분의 70%(39억5096만원)를 배상토록 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도로공사 사내복지기금은 2013년 1월 미래에셋증권에 안정적인 금융투자상품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 측은 유진자산운용이 만든 ‘유진 자랑 사모증권투자신탁 3호(채권혼합-재간접형) 펀드’ 등을 추천했다. 이 펀드가 투자하는 미국 생명보험증권 펀드의 경우 영국 금융감독청으로부터 “복잡하고 높은 위험이 있어 환매 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할 만큼 위험성이 높았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사실을 도로공사 측에 알리지 않았다. 도로공사 사내복지기금은 2013년 이 펀드에 총 142억원을 투자했고 56억여원의 손실을 봤다.

1심은 미래에셋증권이 원금 손실분을 모두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유진자산운용은 도로공사 사내복지기금과 직접 계약을 한 게 아니므로 책임이 없다고 봤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유진자산운용에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다만 도로공사 사내복지기금 측도 투자 위험성 등 판단을 게을리했다며 손실분의 30%를 부담하도록 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