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을 상대로 승리한 바둑 인공지능(AI) ‘한돌’은 박근한 NHN AI연구본부장을 일약 스타 개발자 반열에 올려놨다. ‘국산 알파고’ 개발자란 수식 앞에서 그는 “AI를 머신러닝 기술에 한정해서 보면 나는 경력이 모자란 개발자”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AI는 어느 개발 영역이나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산업군에서 AI 에반젤리스트(전도사)가 나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협력적 AI생태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90년 KAIST 전산학과에 입학한 박 본부장은 학창 시절 이미지 분석 연구에 주력했다. 요즘 AI 연구의 핵심 분야다. 그는 “1990년대 초에도 캠퍼스에서는 필기체 인식, 음성 인식 등 현재 AI 연구로 포함되는 여러 기술이 서포트 벡터 머신(SVM)이라는 이름으로, 제네틱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으로 연구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업체의 일원으로 AI를 다시 만난 것은 2007년 네이버와 2015년 NHN을 거치면서였다.

박 본부장은 “NHN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게임 분야가 통제 가능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NHN은 NHN의 분야에서, 다른 기업은 자신들이 잘하는 분야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AI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고 했다. 서로 다른 색깔과 장점을 갖춘 ‘AI 전도사’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가 기대를 거는 분야는 자율주행, 통역 AI 등이다. 모두의 실생활에 스며들 수 있는 AI 사례야말로 영속성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각 기업이 그들이 수행해야 할 운명적인 숙제를 안았다는 생각으로 투자와 실생활 변화를 이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