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남발 더는 못참아"…문재인 정부 들어 행정소송 15만건 '역대 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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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소송 홍수시대”
年평균 소송 3만8000건 달해
개인·기업 옥죄는 입법 급증 탓
20대 국회서만 35% 늘어나
구태 행정 못벗는 정부
산업 급변하는데 과거 잣대 규제
공정위 등 기업에 잇단 패소
소송 비용으로 혈세만 낭비
年평균 소송 3만8000건 달해
개인·기업 옥죄는 입법 급증 탓
20대 국회서만 35% 늘어나
구태 행정 못벗는 정부
산업 급변하는데 과거 잣대 규제
공정위 등 기업에 잇단 패소
소송 비용으로 혈세만 낭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제기된 행정소송 건수는 연평균 3만7986건으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다. 출범 첫해 3만6799건이었던 소송은 매년 늘어나 급기야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4만 건을 돌파했다.
소송의 범위도 과거사 규명·도시개발·회계·헬스케어 산업 등 전방위로 확산됐다. 법조계에선 “‘행정소송 홍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갈수록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면서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는 데 따른 자연적 흐름이라는 분석이 있다. 과거 같으면 당국의 제재를 별다른 반발 없이 받아들였을 사안인데도, 이제는 “법정에서 다퉈보자”고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행정소송 분야 전문가인 법무법인 광장의 이종석 변호사는 “공무원들의 이른바 ‘갑질’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커졌다”며 “이런 와중에 제재가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행정소송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최근 수년간 증가폭이 특히 가팔라진 데는 다른 요인이 더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첫 번째는 무리한 규제 남발이다. 한 로펌 대표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수년간 기업과 개인을 옥죄는 규제를 늘리고, 국회에서 입법을 강행한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4석을 장악한 20대 국회에서만 총 2만4141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전 국회(1만7822건)와 비교해 35.4% 급증한 것이다. 여당은 4월 국회에서도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부동산 시장을 전담하는 감독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내용을 담은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법 제정안 등 논쟁적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산업은 빠르게 고도화되는데, 국가 행정체계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기업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당국이 과거 잣대로 일도양단(一刀兩斷)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비용이 낭비되는 일이 많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사 부당지원’을 이유로 최근 5년간 제재를 받은 기업들(신세계·삼양식품·SK텔레콤·한국남동발전·한국수력원자력)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6건 모두 ‘공정위 패소’로 결론난 게 이런 사례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계열사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적용한 가격이 일반적 시장가격보다 과도하게 낮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으면서도 관성적으로 제재를 밀어붙였다가 패소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혈세 낭비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과잉규제와 예측 불가 행정을 최소화하는 게 필수”(윤정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라고 조언한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법안 위주로 입법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무원들이 ‘적극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꿀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소송 경험이 풍부한 법무법인 세종의 김형수 변호사는 “굳이 규제를 안 해도 되는데, 면피하기 위해 처분부터 내리고 보는 ‘보신행정’ 기조가 행정소송 증가에 영향을 끼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침익적 행정처분에 한정됐던 행정소송의 범위가 불허 결정에 대한 불복 등 권리행사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의식 변화에 발맞춰 공직사회가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할 때”라고 덧붙였다.
안효주/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
소송의 범위도 과거사 규명·도시개발·회계·헬스케어 산업 등 전방위로 확산됐다. 법조계에선 “‘행정소송 홍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권리의식 높아졌는데 규제로 옥좨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은 기업·개인 등 원고가 이기기 쉽지 않다. 승소율이 10%대에 불과하다. 법원이 삼권분립을 존중해 행정기관인 행정청의 처분이 확실한 위법으로 보이지 않는 이상 쉽사리 그에 반하는 판결을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행정소송이 급증한 배경은 다층적이다.갈수록 우리 사회가 선진화되면서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지는 데 따른 자연적 흐름이라는 분석이 있다. 과거 같으면 당국의 제재를 별다른 반발 없이 받아들였을 사안인데도, 이제는 “법정에서 다퉈보자”고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행정소송 분야 전문가인 법무법인 광장의 이종석 변호사는 “공무원들의 이른바 ‘갑질’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커졌다”며 “이런 와중에 제재가 수인한도(참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행정소송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최근 수년간 증가폭이 특히 가팔라진 데는 다른 요인이 더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첫 번째는 무리한 규제 남발이다. 한 로펌 대표변호사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수년간 기업과 개인을 옥죄는 규제를 늘리고, 국회에서 입법을 강행한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4석을 장악한 20대 국회에서만 총 2만4141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전 국회(1만7822건)와 비교해 35.4% 급증한 것이다. 여당은 4월 국회에서도 복합쇼핑몰 의무휴업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부동산 시장을 전담하는 감독기구인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 내용을 담은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법 제정안 등 논쟁적 법안 처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산업은 빠르게 고도화되는데, 국가 행정체계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기업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당국이 과거 잣대로 일도양단(一刀兩斷)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비용이 낭비되는 일이 많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계열사 부당지원’을 이유로 최근 5년간 제재를 받은 기업들(신세계·삼양식품·SK텔레콤·한국남동발전·한국수력원자력)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6건 모두 ‘공정위 패소’로 결론난 게 이런 사례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계열사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적용한 가격이 일반적 시장가격보다 과도하게 낮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으면서도 관성적으로 제재를 밀어붙였다가 패소를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줄줄 새는 국민 혈세
부담은 결국 국민 몫이다. 소송 비용으로 혈세가 낭비되기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청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도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데, 이 경우 변호사 선임 비용은 세금으로 충당된다”며 “정부·지자체가 소송에서 질 때마다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배상금을 세금으로 메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전문가들은 “혈세 낭비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선 과잉규제와 예측 불가 행정을 최소화하는 게 필수”(윤정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라고 조언한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법안 위주로 입법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공무원들이 ‘적극행정’을 펼칠 수 있도록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꿀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행정소송 경험이 풍부한 법무법인 세종의 김형수 변호사는 “굳이 규제를 안 해도 되는데, 면피하기 위해 처분부터 내리고 보는 ‘보신행정’ 기조가 행정소송 증가에 영향을 끼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침익적 행정처분에 한정됐던 행정소송의 범위가 불허 결정에 대한 불복 등 권리행사의 범위를 넓히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의식 변화에 발맞춰 공직사회가 적극적으로 변화를 꾀할 때”라고 덧붙였다.
안효주/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