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글로벌 신인류' 2030세대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20~30대의 표심 변화였다. 여당의 표밭으로 여겨졌던 2030이 대거 야당 지지로 돌아선 것이다. 젊은층은 선거에 무관심하고, 진보성향 정당을 지지한다는 통념이 깨졌다.

정치적 지형에서 2030의 표심 변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일본은 2030세대의 80%가 집권 자민당을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념적으로 보수화됐다기보다 집권당이 취업 등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힘이 있다고 보는 실용적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싱가포르에선 집권당이 절대적 지지를 받지만 20대들은 기회의 공정성 확대 등을 요구하며 야당에 표를 던진다. 심지어 북한조차 2030세대는 좀 다른 듯하다. 스마트폰 등으로 외부문화를 접한 젊은이들이 체제 불만세력이 될까봐 사상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어떤 시대든 늘 ‘신세대’는 있었다. 하지만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불리는 요즘 2030은 이전 세대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부모들이 속한 베이비부머는 빠른 경제성장으로 항상 ‘오늘보다 내일이 나을 것’이란 기대를 갖고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 2030은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란 소릴 듣는다. 일자리는 줄고, 내 집을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보니 ‘공정(公正)’과 ‘미래의 삶’에 누구보다 민감하다. 이들에게 공정은 ‘똑같이 나눠야’가 아니라, ‘노력한 만큼 보상’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국내 대기업 성과급 산정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와, 기득권 생산직 노조와 별도로 사무직 노조를 결성하려는 움직임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2030이 유독 환경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100세까지 살게 될 그들에겐 곧 ‘자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붐도 미래 소비자이자 투자자인 2030의 관심을 반영한 셈이다.

2030세대는 연대하는 방식도 다르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은 광장·도로가 아니라 SNS로 뭉친다. 국내 동학개미 운동이나 대형 헤지펀드를 궁지에 몰아넣은 미국 ‘게임스톱 사태’도 달라진 2030의 행동 방식이다.

2030은 머지않은 미래에 사회 주류가 될 것이다. 정치·사회적 규범도 그에 맞춰 변할 수밖에 없다. 2030이란 신인류가 자신들의 앞날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박성완 논설위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