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검증기관인 A재단은 2019년 환경부로부터 “모니터링 결과에 오류가 있었다”는 이유로 ‘3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배출권거래법상 업무정지 규정이 따로 없었는데도 환경부가 처분을 강행한 것이다. A재단이 이에 반발해 낸 행정소송 결과 서울고등법원은 “침익적 행정행위(불이익을 주는 행정행위)를 내리기 위해선 법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지난 2월 재단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기업과 공공기관, 개인이 정부의 무리한 행정처분에 대해 내는 행정소송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전 해인 2016년 3만6799건으로 저점을 찍은 뒤 매년 늘어 지난해엔 4만73건을 기록했다. 연 4만 건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전년 대비 증가 건수는 2301건으로, 최근 10년 새 가장 많았다. 검찰청 송무통계상 주요 유형 가운데선 ‘조세관계 행정소송’이 전년 대비 18.0%(334건) 불어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여기에는 납세자가 세금을 과다하게 냈을 경우 당국에 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경정청구’가 포함됐다.

주요 유형에 포함되지 않는 ‘기타’ 유형 증가율도 27.4%(1698건)에 달했다. 소송영역이 시대 변화에 맞춰 혁신산업 바이오산업 등으로 확산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정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국민의 권리의식이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규제 만능주의’가 더 심해진 게 행정소송 급증의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안효주/남정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