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지배구조 개편, SK(주) 주가에 달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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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인적분할 이후 SK(주)와 합병 가능성
SK(주) 기업가치 높여야 최태원 회장 지분희석 없어
지주사 간판 떼고·전문 투자사로 나서 주가 띄우기
투자 성과 나면 바로 알리고 현금배당까지
SK(주) 기업가치 높여야 최태원 회장 지분희석 없어
지주사 간판 떼고·전문 투자사로 나서 주가 띄우기
투자 성과 나면 바로 알리고 현금배당까지
장동현 SK(주) 사장은 지난달 말 “주가 200만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투자자를 상대로 한 온라인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대기업 CEO(최고경영자)가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회사 ‘목표주가’를 밝히는 일은 극히 드물다. 달성하지 못하면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
더구나 그가 목표로 한 200만원은 20만원선인 현 주가의 7배 수준이다. 노골적으로 주가를 띄우겠다고 한 것이다. 2025년으로 시점까지 못박았다. 재계에선 지배구조 개편 목적이 있다고 본다. SK(주) 기업가치가 상승해야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는 ‘속사정’ 때문이란 것이다.
○본격화 된 지배구조 개편…핵심은 하이닉스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
SK는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을 추진 중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4일 타운홀 미팅에서 공식화 했다. 명분은 주주가치 극대화다.
박 사장의 설명은 이렇다. SK텔레콤 자회사 SK하이닉스 한 곳만 해도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이른다. 그런데 SK텔레콤 기업가치를 시장에선 20조원대로 본다. 더구나 11번가 ADT캡스 원스토어 등 다른 자회사 가치도 합치면 최소 10조원은 된다. 그러니 통신사업을 하는 사업회사(가칭 T1), 자회사 지분만 보유하고 있는 중간지주사(T2) 두 개로 쪼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겠다.
증시에선 쪼개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주사인 SK(주)와 T2를 합병하는 것이 ‘종착역’일 것으로 예상한다. 정당한 가치를 평가 받고자 지배구조 개편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합치면 가장 좋은 것은 SK하이닉스를 SK(주) 자회사로 둘 수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면 많은 ‘제약’이 사라진다. 투자할 때 특히 그렇다. 손자회사일 땐 투자를 해도 지분 100%를 사야 한다. 다른 기업과 합작투자도 할 수 없다.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11번가 등 기존 SK텔레콤 모든 자회사에 해당한다.
더구나 SK텔레콤 자회사로 두기엔 SK하이닉스가 너무 크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반도체 전쟁’을 하고 있고 그 중심에 SK하이닉스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더 덩치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보다 더 커지기 전에 SK(주) 자회사로 둬야 한다는 의견이 SK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문제는 SK(주)와 T2가 합병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의 SK(주) 지분은 18.44%다. 동생 최재원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다 합쳐도 30%에 못미친다. 합병 과정에서 지분율이 더 떨어지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과거 ‘소버린 사태’를 겪은바 있어 SK는 경영권 위협에 매우 민감하다.
최 회장의 지분 희석이 없으려면 SK(주)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고 T2 가치는 낮춰야 한다. 그런데 T2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존 주주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SK(주)와 합병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어서다. 결국 답은 하나다. SK(주) 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린 뒤에 합병하는 수밖에 없다. 장 사장이 목표로 한 기업가치는 140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100조원을 넘어 서겠다는 얘기다.
○유망 분야 콕 집어 투자
SK(주)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택한 것은 투자를 통한 수익 극대화다.
지주사 역할만 해선 주가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SK(주) 주주총회에서 영문 사명의 ‘지주사’(holdings)를 뺀 것은 상징적이다. 지주사 간판을 뗀 SK는 ‘전문 투자자’로 불리길 원한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처럼 되겠다는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도 본업은 보험업이다. 이 회사 주식은 1주가 4억원을 넘는다. 투자 대상도 증시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를 택했다. 반도체·배터리 소재,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신약 개발 등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이다. 계열사들이 이 분야에 투자할 땐 SK(주)가 꼭 역할을 한다.
투자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도 한다. 올 초 수소 전문기업 미국 플러그파워 투자가 대표적이다. SK E&S와 SK(주)가 각각 8000억원씩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직후 플러그파워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가치 상승분만 2조원을 넘었다”는 자료를 냈다. 이달 초에는 베트남 유통사 빈커머스 지분투자를 하면서 투자조건까지 공개했다. 2019년 마산그룹이 빈커머스 인수 때와 동일한 조건이란 것이었다. 투자와 동시에 이미 수익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배당도 크게 늘렸다. SK(주) 지난 2월 1주당 7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전년 대비 40%나 증가한 것이다. 배당 총액은 약 3700억원에 이르렀다. “투자 이익을 실현하면 배당 재원으로 쓰겠다”며 배당을 더 늘리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가장 잘 쓰고 곳이 SK(주)인 것 같다”며 “한국형 투자 전문 지주사 모델을 보여주고 있어 다른 지주사들도 SK의 시도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더구나 그가 목표로 한 200만원은 20만원선인 현 주가의 7배 수준이다. 노골적으로 주가를 띄우겠다고 한 것이다. 2025년으로 시점까지 못박았다. 재계에선 지배구조 개편 목적이 있다고 본다. SK(주) 기업가치가 상승해야 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는 ‘속사정’ 때문이란 것이다.
○본격화 된 지배구조 개편…핵심은 하이닉스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
SK는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을 추진 중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지난 14일 타운홀 미팅에서 공식화 했다. 명분은 주주가치 극대화다.
박 사장의 설명은 이렇다. SK텔레콤 자회사 SK하이닉스 한 곳만 해도 시가총액이 100조원에 이른다. 그런데 SK텔레콤 기업가치를 시장에선 20조원대로 본다. 더구나 11번가 ADT캡스 원스토어 등 다른 자회사 가치도 합치면 최소 10조원은 된다. 그러니 통신사업을 하는 사업회사(가칭 T1), 자회사 지분만 보유하고 있는 중간지주사(T2) 두 개로 쪼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겠다.
증시에선 쪼개는 데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지주사인 SK(주)와 T2를 합병하는 것이 ‘종착역’일 것으로 예상한다. 정당한 가치를 평가 받고자 지배구조 개편까지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합치면 가장 좋은 것은 SK하이닉스를 SK(주) 자회사로 둘 수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면 많은 ‘제약’이 사라진다. 투자할 때 특히 그렇다. 손자회사일 땐 투자를 해도 지분 100%를 사야 한다. 다른 기업과 합작투자도 할 수 없다.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11번가 등 기존 SK텔레콤 모든 자회사에 해당한다.
더구나 SK텔레콤 자회사로 두기엔 SK하이닉스가 너무 크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이 ‘반도체 전쟁’을 하고 있고 그 중심에 SK하이닉스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더 덩치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보다 더 커지기 전에 SK(주) 자회사로 둬야 한다는 의견이 SK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문제는 SK(주)와 T2가 합병하면 최태원 SK그룹 회장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 회장의 SK(주) 지분은 18.44%다. 동생 최재원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을 다 합쳐도 30%에 못미친다. 합병 과정에서 지분율이 더 떨어지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과거 ‘소버린 사태’를 겪은바 있어 SK는 경영권 위협에 매우 민감하다.
최 회장의 지분 희석이 없으려면 SK(주)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리고 T2 가치는 낮춰야 한다. 그런데 T2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기존 주주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이 타운홀 미팅에서 “SK(주)와 합병하지 않겠다”고 한 것도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어서다. 결국 답은 하나다. SK(주) 가치를 최대한 끌어 올린 뒤에 합병하는 수밖에 없다. 장 사장이 목표로 한 기업가치는 140조원이다. SK하이닉스의 100조원을 넘어 서겠다는 얘기다.
○유망 분야 콕 집어 투자
SK(주)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택한 것은 투자를 통한 수익 극대화다.
지주사 역할만 해선 주가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SK(주) 주주총회에서 영문 사명의 ‘지주사’(holdings)를 뺀 것은 상징적이다. 지주사 간판을 뗀 SK는 ‘전문 투자자’로 불리길 원한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처럼 되겠다는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도 본업은 보험업이다. 이 회사 주식은 1주가 4억원을 넘는다. 투자 대상도 증시에서 가장 각광받는 분야를 택했다. 반도체·배터리 소재,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신약 개발 등 바이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이다. 계열사들이 이 분야에 투자할 땐 SK(주)가 꼭 역할을 한다.
투자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도 한다. 올 초 수소 전문기업 미국 플러그파워 투자가 대표적이다. SK E&S와 SK(주)가 각각 8000억원씩 총 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직후 플러그파워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가치 상승분만 2조원을 넘었다”는 자료를 냈다. 이달 초에는 베트남 유통사 빈커머스 지분투자를 하면서 투자조건까지 공개했다. 2019년 마산그룹이 빈커머스 인수 때와 동일한 조건이란 것이었다. 투자와 동시에 이미 수익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배당도 크게 늘렸다. SK(주) 지난 2월 1주당 7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전년 대비 40%나 증가한 것이다. 배당 총액은 약 3700억원에 이르렀다. “투자 이익을 실현하면 배당 재원으로 쓰겠다”며 배당을 더 늘리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파이낸셜 스토리를 가장 잘 쓰고 곳이 SK(주)인 것 같다”며 “한국형 투자 전문 지주사 모델을 보여주고 있어 다른 지주사들도 SK의 시도를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